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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한반도-동아시아

“아시아 민주화 최대위협 일본우경화”

by betulo 2007.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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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민주화 최대위협 일본우경화”
김동춘 진실화해위원회 위원 아시아인권광주포럼서 주장
2006/11/2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5ㆍ18기념재단이 주최하는 아시아인권광주포럼이 지난 10월 26일부터 27일까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2005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착공식에 맞춰 개최된 1회 행사에 이어 두번째 개최되는 이번 아시아인권광주포럼은 ‘아시아 민주주의와 문화’를 주제로 했다. 이번 포럼은 아시아민주주의 영상아카이브전·아시아인권광주포럼·아시아민주주의콘서트 등 3가지 행사로 개최해 기존 학술 심포지움에서 탈피해 문화행사와 함께하는 구성으로 변화를 꾀했다. 본행사는 ‘아시아민주화운동의 성과’와 ‘아시아민주화운동과 언론’ 두 가지 주제를 다뤘다. 첫 주제에서는 아시아 국가의 민주화운동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논의했으며, ‘아시아민주화운동과 언론’에서는 아시아지역에서 활동하는 언론인들이 참여하여 언론의 사회참여와 사명에 대해 토론했다. /편집자주

“80년대와 90년대 군부독재를 붕괴시키고 ‘인민의 힘’을 과시했던 아시아 각국의 민주화가 오늘날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
<시민의신문DB자료사진>

김동춘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

김동춘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은 아시아 각국에서 나타나는 민주화 퇴행현상을 우려한다. 태국에서 일어난 군사쿠데타, 동티모르에서 벌어지는 국가존립 위기, 필리핀 비상사태선언, 타이완 천수이벤 총통 퇴진 요구, 노무현 대통령 탄핵시도 등 근거도 적지 않다. 특히 김 위원은 태국에서 일어난 쿠데타에 대해 한나라당 대변인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민주화 위기 신호로 받아들인다.

“아시아 각국 국민들은 민주화에 대한 기대를 환멸로 바꾸고 있으며 아직 노골적인 반동이나 파시즘으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새로운 형태를 띤 권위주의로 회귀할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근본 이유는 무엇인가. 김 위원은 “철저하지 못한 민주화 과정과 무능력한 문민정부”를 일차 원인으로 꼽는다.

필리핀은 민주화가 단순한 옛 지배엘리트 교체로 제한됐다. 태국이나 타이완은 문민지도자가 각종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민주정부의 정치적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이 후원하는 군부세력이 여전히 경제권력을 장악하며 민주주의를 가로막고 있다. 한국도 경제권력과 지역토착권력이 여전히 옛 지배엘리트 손아귀에 있고 민주정부는 성숙하지 못하다.

불철저한 민주화와 무능력한 문민정부

미국의 군사패권주의와 신자유주의로 집약할 수 있는 국제환경도 아사아 민주주의에 걸림돌이다. 부시 정부는 이라크를 점령했고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략하는 것을 묵인했다. 이란과 북한의 핵위협을 빌미로 아시아 지역에 새로운 전쟁위협과 군사주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국가주의가 솟아나고 남아시아 국가들도 대테러전을 명분삼아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경향이 있다. 군사패권주의 반작용으로 종교근본주의와 종족갈등도 확대되고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IMF 개입 이후 노골적인 경제개방과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경제적 양극화를 악화시키고 늘어나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빈곤층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반을 잠식한다. “정치적 민주화가 오히려 경제적 양극화를 가져와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불신과 환멸감을 확대시키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일부 대중들은 “과거 개발독재 시대에 나타났던 성장주의와 권위주의에 향수를 느끼는 경향”을 보인다.

김 위원은 “이런 상황에선 일당독재에 언론을 탄압하는 사회주의 국가이면서도 실제로는 가장 친자본주의 성장정책을 실천하는 중국이 여타 후발 아시아 국가들의 모델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과 인도가 노골적으로 보여주듯 국가와 지방정부가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원시적인 자본축적을 지원함으로써 과거 60~70년대처럼 민주주의와 인권이 뒷전으로 밀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아시아 민주주의 최대 위협은 일본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은 “아시아 전역에서 민주주의 공고화를 위협하는 최대요인은 일본”이라고 못박았다. 중국이 보수적 민족주의에도 불구하고 내부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에 인근 국가에 위협이 되기 어렵지만 일본은 다르다는 것이다. “납치문제와 북한 핵실험을 빌미로 아베 정권은 군사대국화를 추진하고 있다.

취약한 일본 시민사회와 보수일색인 언론은 우경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김 위원은 “이런 상태라면 일본은 아시아를 침략했던 과거를 그대로 밟아나갈 위험까지 안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차대전 이전 ‘다이쇼 데모크라시’가 군부독재로 변해 아시아를 침략하는데 10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일본이 핵을 보유하고 헌법을 개정한다면 아시아 평화와 민주주의는 가장 큰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시아인권광주포럼에 참가한 아시아 각국 정부ㆍ비정부 과계자들이 지난달 27일 망월동묘역을 방문해 광주항쟁희생자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5ㆍ18기념재단

아시아인권광주포럼에 참가한 아시아 각국 정부ㆍ비정부 과계자들이 지난달 27일 망월동묘역을 방문해 광주항쟁희생자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앵글로색슨 민주주의에서 벗어나자

아시아 각국에서 비틀거리는 민주주의를 바로잡을 방법은 무엇인가. 김 위원은 “앵글로색슨 민주주의 개념에서 벗어나자”고 말했다. 선거를 통해 정치적 대표를 선출하는 것을 민주주의로 간주하는 미국식 민주주의 개념을 재고해야 한다는 것. 그는 “자본의 편의를 보장하기 위한 무차별 개방정책과 기업가 정부에 맞서 ‘사회’의 견제력을 복원하는 것만이 굴절된 아시아 민주주의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은 철저한 과거청산을 강조했다. “80년대 이후 민주화 길을 걸은 이후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것은 식민지와 냉전시대 유산을 철저히 청산하고 국민들에게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줌과 동시에 새로운 국가정체성을 수립하지 못한데서 기인한다”는 게 김 위원 생각이다. 그는 “따라서 일본의 침략과 더불어 미국의 후원 아래 각국 군부와 극우세력이 자행한 악행을 밝혀내는 것은 민주주의를 공고하게 하고 대중들의 각성과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말한다.

“전쟁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무덤이다.” 김 위원은 “북한에 개방을 유도하고 한반도에서 긴장완화와 남북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은 동북아시아를 넘어 아시아 전역에 극히 심대하고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역설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아시아 민주주의와 언론 현황과 과제
인도네시아와 태국 사례

아시아인권광주포럼에는 30명에 가까운 아시아 각국 정부·비정부기구 관계자들이 참가했다. 이들이 발표한 아시아 각국 인권 현황과 과제, 언론의 역할 가운데 인도네시아와 태국 사례를 소개한다.

■인도네시아 민주화 성과와 과제
마기요노(언론개혁을 위한 캠페인)

학생들이 주도한 1998년 5월 인도네시아 민주화운동은 결국 수하르토 군사정권을 몰아냈다. 그 후 인도네시아는 민주주의 개혁 프로그램을 이행하고 있다. 헌법개정을 통해 권력구조를 의회중심제로 바꿨고 정치개혁을 통해 다당제 선거구 제도를 정착시켰다.

헌법재판소 설립은 헌법 개정의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세계인권선언을 헌법조항으로 채택한 것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하지만 일부 이상적인 조항은 ‘총알 없는 총’이나 다름없다. 헌법 조항이 하위법규에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3천개가 넘는 과거 네덜란드 식민통치시대 법규가 잔존하고 여전히 구속력을 갖고 있다.

정부는 2000년 인권재판소법을 제정하고 인권재판소를 설립했다. 이는 국제형사재판소 로마규정을 “몇 가지 오역을 포함해” 채택한 것이다. 사실 이는 동티모르 등에서 인권침해를 자행한 군 장교들을 국제형사재판에서 보호하려는 목적이 강했다. 실제 이들 군 장교들은 인권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았지만 항소법원은 이들에게 면죄부만 주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놀랍도록 무능력하고 권한도 적어서 인권침해 조사는 너무나 더디다. 인권위에 자리 잡은 군인과 전직관료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 때문에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진실과화해위원회 설립작업도 대통령이 지연시키고 있다. 인권운동가에 대한 살인과 테러 위협, 폭압도 여전하다. 언론인은 물리적 공격을 받고 있다. 올해만 해도 파푸아에서 학생과 경찰 사이에 벌어진 충돌 중 몇몇 언론인이 공격을 받았다.

인도네시아는 경제개혁을 통해 자유경쟁적 시장주의와 국제적인 기업의 지배력을 강화했고 외국인투자에 문호를 개방했으며 탄력적인 노동시장을 마련했다. 지난달 IMF 차입금을 전액 상환했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 실업자는 생산연령인구의 10%인 천만명이나 된다. 반실업과 반취업 인구까지 고려하면 그 수치는 무려 4배로 늘어난다.

인도네시아 주요 경제기반은 천연자원과 목재, 광업이며 다국적기업이 원유와 천연가스 채굴과 기타 광업을 장악하고 있다. 이로 인한 환경파괴도 심각하다. 또다른 국가 수입원은 이주노동자이다. 원유 다음으로 이주노동자들이 국가 재정에 기여할 정도다. 정부가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망을 갖춰 이주노동자를 수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태국 민주화와 언론
아무드 탄피크(주간 템포)

탁신은 여러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고 공권력을 남용했다. 수십 명이나 되는 인권운동가가 의문사했다. 그래도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였다. 지난 9월 19일 군부쿠데타 이후 태국의 언론은 갈림길에 놓여 있다. 해외 정부와 언론은 오랫동안 태국 민주화의 힘이라고 여겼던 태국 언론이 쿠데타 주역을 지지하는 것을 놀랍게 생각한다.

중산층은 쿠데타가 일어나자 오히려 기뻐했다. 탁신은 의료비 감면과 부채탕감, 손쉬운 가계대출 같은 대중영합정책을 통해 지금도 농민과 빈민층 사이에서 지지를 얻고 있지만 태국 언론은 전반적으로 쿠데타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전체 국민의 60%가 서민층인 태국에서 이는 대다수 국민의 목소리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이는 또한 문제를 쉽게 해결하려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으며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태도다.

폭력적인 불법 정권교체를 지지하는 것은 향후 쿠데타 주모자가 등장하는 것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현재 과도정부가 임명한 내각은 국민에게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태국 언론은 쿠데타를 “필요악”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심지어 ‘태국식 민주주의’라고 두둔한다. 쿠데타 지지가 그동안 언론이 맹렬히 비판했던 공권력 남용과 무엇이 다른가.

쿠데타 지지를 통해 언론이 국민 대다수인 빈민층보다는 중산층과 엘리트를 대변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앞으로 언론이 반민주세력이 되거나 일부계층의 이익만 반영하는 세력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 언론은 이제 우월감을 버리고 농민과 빈민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강국진 기자
2006년 10월 31일 오후 14시 50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74호 8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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