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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생각한다/인권연대 인권강좌

“비정규직은 한국사회 최대 인권현안” (2005.5.5)

by 자작나무숲 2007. 3. 24.
“비정규직은 한국사회 최대 인권현안”
[인권학교 4강] 사회권의 이해와 한국에서의 쟁점
도재형 강원대 교수
2005/5/5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인권연대가 인권문제에 관심 있는 회원, 일반 시민들에게 인권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준비한 제2기 인권학교가 4월 12일부터 시작됐다. "인권의 이해와 실천"이라는 주제를 내건 제2기 인권학교는 7번의 강의를 통해 전문적인 인권학자, 인권운동가로부터 강의와 질의 응답,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다. 마지막 강좌는 별도 접수를 통해 1박 2일 동안 합숙 교육을 하며 이때는 한국 사회 인권현안에 대한 집중교육이 있다.

“사립학교에서 근무한지 4년 됐지만 지금도 발령을 못 받았다. 재단은 12월에서 3월까지 계약하고 3월에서 12월까지 다시 계약하는 편법을 쓴다. 돈 적게 받아도 좋다. 눈치 좀 안보고 일하고 싶다. 너무 힘들고 지친다. 이런 강의 들었다는 걸 학교에서 알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전교조 교사 근처만 가도 싫어한다. 수업시간에도 말을 제대로 못하고 자기 검열을 해야 한다. 인권학교 담당자가 내 미니홈피 방명록에 글 올린 것도 불안해서 삭제했다. 비정규직은 그 자체가 고통이다.”

http://www.hrights.or.kr 인권실천시민연대기자 

도재형 강원대 교수가 사회권 강의를 끝내고 나서 한 인권학교 참가자가 털어놓은 비정규직의 현실이다. 한국에서는 절반 이상의 노동자가 절반 가량의 임금을 받는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8백16만명으로 임금노동자의 55.9%에 이른다. 비정규직의 근속년수는 평균 1.8년이고 월평균임금은 정규직의 51% 정도밖에 안된다.

도 교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기간제 노동에 대해 “악성 차별적 비정규 고용형태”라며 “비정규직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문제”라고 주장했다. 도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법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정부는 시장경제질서가 민주주의 토대 위에서만 건강하게 운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꼬집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선택한 것이지 자본주의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사회권이란 ‘국민이 생존을 요구하거나 생활을 향상시켜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해 국가에 대해 적극적인 배려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도 교수는 “민주정부가 정통성을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바로 시민 참여라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건강한 시민”이라고 전제한 뒤 “비정규직은 현실적으로 시민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기자
“비정규직은 자신이 일하는 사업장에서 소외돼 있다. 자신들이 하는 일에서도 소외돼 있다. 비정규직은 설령 자신이 그 일을 좋아하고 종사하는 기업의 발전에 이바지한다 하더라도 아무런 권리를 가질 수 없다. 이런 비정규직에게 전체 사회의 공론 형성에 참여하라거나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은 너무나 잔인한 처사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노동자 가운데 절반을 건강한 시민으로 육성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와 관련돼 있다. 그리고 이는 한국 사회가 비정규직을 존엄성을 가진 주체로 대우하느냐 하는 문제와 연결돼 있다.”

도 교수는 “지금 한국 사회는 자유권보다 사회권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런 면에서 그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자유권만 중시하고 사회권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민변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민변은 국보법철폐를 위해서는 단식농성도 마다하지 않지만 비정규직 문제나 노동문제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민변 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할 당시 민변을 탈퇴해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을 정도”라고 말했다.

도 교수는 ‘보이지 않는 손’을 신봉하는 학자·경영자·정부를 위해 애덤 스미스가 쓴 <국부론>에 나오는 한 구절을 들려줬다. “자본가들이 의회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것에 신경쓸 필요가 없다. 그들은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속으로는 자기 이익만 생각한다.” 도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다. “자본가들은 등불을 많이 팔기 위해 낮에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것을 막자는 법안을 제출한 적도 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사진제공=인권실천시민연대(www.hrights.or.kr)

2005년 5월 5일 오후 12시 10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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