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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한반도-동아시아

한반도, 갈수록 심각해지는 안보위기

by betulo 2024.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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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새해부터 긴장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조선)은 새해 벽두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있다. 김정은(조선노동당 총비서)은 15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근 80년간의 북남관계사에 종지부를 찍고 조선반도에 병존하는 두 개 국가를 인정한 기초 위에서 우리 공화국의 대남정책을 새롭게 법화하였다”고 선언했다. 특히 헌법에서도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같은 표현을 삭제하고 한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도록 교육한다는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며 ‘적대국’ 관계를 헌법에 명문화하도록 했다.

발언이 더할나위없이 강경했다. 발언 뿐만이 아니다. 새해 들어 김정은이 지난 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장을 시찰한 것을 시작으로 5~7일엔 서해 해안포사격을 하더니 14일에는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까지 감행했다 두가지 질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조선의 위협은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것인가 아니면 과거에도 자주 봤던 흐름의 연장선인가. 예상할 수 있는 충돌의 수위는 어느 정도일까.

의도에 대해선 안보분야 전문가 사이에서도 ‘과거와 다른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과 ‘미국을 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엇갈렸다.

여석주(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북한의 위협 수준이 과거와 질적으로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 대해선 제재 해제와 체제 인정 목표를 포기했고 굳이 아쉬울 게 없다고 본다. 남북관계는 ‘적대적 공존’ 구조로 회귀했다”며 “북한을 제약하던 것들이 힘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은 “더 이상 남북대화로는 얻을 게 없다고 보고 이를 내부 결속에도 활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걸 미국에 보여주며 미국을 직접 흔들어 보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최근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6·25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은 1990년대 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 협상 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명예교수, 로버트 칼린 미들베리국제연구소 연구원, 지그프리드 해커 전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장이 잇따라 제기하면서 공론화된 측면이 크다. 

특히 칼린과 해커는 “김 위원장이 1950년에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전쟁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미국 전문가들의 ‘김정은 전쟁결심론’은 미국 정부가 빨리 북한과 대화를 하라는 메시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그는 전쟁준비설에 대해서도 “공격용 재래식 무기 노후화, 에너지와 식량 확보 어려움,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와 반대 등 전쟁을 준비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전쟁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것으로 보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의 의도에 대한 해석과는 별개로 국지적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크게 이견이 없었다. 여석주는 “북한이 전면전을 정책적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우발적 충돌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면서 “제한적인 충돌이 의도하지 않은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역사적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고 했다. 예비역 육군 중장 A씨 역시 “남북 분단 특성상 언제든 충돌이 발생할 수 있고, 충돌이 언제든 심각하게 확전될 수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전 외교부 고위관계자 B씨는 “북한은 어떤 형태로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정치적 타격을 주려 할 것”이라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을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이 아무 효과가 없다는 걸 보여 주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형 핵탄두나 초대형 방사포, 드론 같은 새로운 무기체계를 공개하거나 아예 플루토늄이나 우라늄 추출을 공개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우리 정부가 대북방송을 재개하거나 일부 단체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한다면 그것을 명분 삼아 대북 전단 살포용 풍선이나 대북 확성기를 겨냥한 보복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예비역 육군 관계자 C씨는 “2022년 12월처럼 무인기를 활용한 영공 침투도 예상 가능한 도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국지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는 북방한계선(NLL)이 꼽힌다. 그동안 남북 군사적 충돌 대부분이 이곳에서 발생했다. 김정은 역시 이날 NLL을 언급했다. 전하규(국방부 대변인)는 정례브리핑에서 “NLL은 우리 장병들이 수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사수해 온 실질적인 해상 경계선”이라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NLL을 지키고 수호하겠다는 것은 우리 군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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