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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 승선해보니

by betulo 202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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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부산에서 출항한 뒤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현재 다양한 무기체계를 갖고 있으나 우리도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미국 해군 11항모강습단장 크리스토퍼 스위니(소장)는 28일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이 부산항에 입항한 직후 함상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미일 해상연합훈련 계획을 밝혔다. 기자회견 전부터 ‘한미일 연합훈련’을 계획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은 있었다. 해군에선 ‘우리가 답하긴 곤란하다’고 했다. 미군 장군은 질문을 받자마자 시원시원하게 “한미일 연합훈련 한다”라고 말하며 부산까지 찾아온  여러 나라 기자들에게 선물 보따리를 안겼다.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은 대잠수함전이나 탄도미사일 탐지·방어 등을 내용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훈련시기는 출항 예정일인 4월 2일 직후가 유력하다.


스위니는 시종일관 자신있는 목소리로 북핵위협에 맞선 한미동맹과 한미일안보협력을 강조했다. 강력한 대북경고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북한의) 강압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괴롭히는 자는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수많은 전력을 지녔고, 한국과 공유하는 다양한 정보가 있기에 북한을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스위니를 비롯해 니미츠함 함장 크레이그 시콜라, 주한미해군 사령관 마크 셰이퍼(준장), 한국 해군작전사령부 해양작전본부장 김지훈(준장) 등이 배석했다. 이들은 모두 제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었다. 역시 해군은 제복으로 승부하는구나 싶은 말쑥한 모습은 기자회견장 뒷편 함교 벽에 잔뜩 묻은 까만 그을음과 묘한 대비를 이뤘다. 해군 관계자는 “함재기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이착륙하다보니 그을음이 생기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축구장 3개 넓이나 되는 갑판에는 전폭기 F/A18을 비롯해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통제기,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등 함재기들이 갑판을 채우고 있었다. 미 해군 관계자는 “현재 니미츠함은 항공기 70대를 싣고 있고 갑판에 약 절반이 올라와 있다. 승조원은 5000여명이다”고 설명했다. 그런 속에서도 대규모 기자회견을 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그만큼 넓었다.

부산항에 입항해 있는 니미츠함에 들어서면 일단 그 거대함에 압도될 수밖에 없다. 길이 332.8m, 폭 76.8m에 배수량 10만t이나 되는 니미츠함은 어지간한 국가의 전체 공군력 수준에 버금가는 전력을 갖춘 ‘떠다니는 군사기지’다. 선박 바닥에서 함교 가장 높은 곳까지 높이는 대략 23층 건물과 맞먹는다.

좁은 계단을 타고 4층 가량 올라가다보면 ‘거대하다’ 대신 ‘생각보다 낡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영화나 뉴스화면으로 보던 반짝반짝 윤이 나는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항공모함 옆면엔 녹슨 자국이 선명하게 보이고, 은박지매트로 함재기 조종석을 가려놓은 모습엔 영화 ‘탑건’으로 생겼던 환상이 깨질 수밖에 없다. 


사실 낡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함대사령관이자 제10대 미국 해군참모총장을 지냈던 체스터 니미츠 제독에서 이름을 딴 니미츠함이 취역한 게 1975년 5월이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48년이나 전세계 바다를 끄덕없이 누비고 다니는 저력에서 미국이 가진 군사력을 떠올리게 된다.


항공모함 내부에선 엔진 소리가 귀를 어지럽히고 기름 냄새가 코를 불편하게 만든다. 핵추진잠수함인데 왜 기름 냄새가 날까. 해군 관계자는 “해군 함정에선 특유의 냄새가 있다”면서 “100% 철로 만든 구조물이고, 강력한 전자기파가 24시간 켜 있다. 한 번 출항하면 몇 달씩 고립된 생활을 해야 한다”고 해군 승조원들의 고충을 설명했다. 


니미츠함을 포함한 11항모강습단은 전날 제주 남쪽 공해상에서 한미 연합해상훈련을 한 뒤 이날 오전 부산항에 입항했다. 니미츠함이 한국을 찾은 건 10년만이다. 핵추진 항공모함으로는 지난해 9월 로널드 레이건함 이후 6개월만이다. 항모강습단 장병들은 부산 유엔기념공원 참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방문, 봉사활동 등에 참여할 예정이다. 4월 1일에는 시민 1200여명을 초청해 항모 내부를 공개하는 행사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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