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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국가재정전략회의, 우리 삶을 바꾼다

by betulo 2017.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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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구상했던 국가재원배분회의는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소매걷고 계급장 떼고 토론해서 분야별 재원 배분과 지출 한도 등을 전략적으로 결정하는 자리였다. 당시 청와대 수석과 비서실장으로서 국가재원배분회의를 지켜봤던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노통’의 꿈을 복원한다. 

 문재인 정부 첫 국가재정전략회의가 20일과 21일 이틀간 열린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가재정운용의 큰 방향과 전략을 결정하는 재정분야 최고위급 의사결정회의다. 새 정부 재정정책방향과 주요 분야별 재정투자방향, 지출구조조정 방안을 토론한다. 


2007년 국가재원배분회의 당시 모습. 오른쪽 끝에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 모습이 보인다. 출처: http://archives.knowhow.or.kr/record/image/view/84755?page=265


 이번 회의는 과거와 달리 정부와 여당이 긴밀한 소통을 통해 재정정책과 재원배분을 도모하기 위해 처음으로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박범계 정책조정위원장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6명도 참여한다. 17개 부처 실장 등이 처음으로 배석하도록 해 각 부처가 회의결과를 공유하면서 책임지고 이행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국무위원들에게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이번 회의에서 향후 5년간 재정정책방향과 재정개혁 추진방향, 지출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분야별 재원배분방향을 결정한다는 대목이다. 원칙적으로 토론을 통해 결정하기 때문에 장관의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분야별 우선순위에서 밀리기라도 하면 장관 체면이 말이 아니다. 실제 2005년 열린 첫 재원배분회의에서 지은희 여성부 장관이 성인지예산을 의제로 제시해 관철시키면서 성인지예산이 제도화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반면 기획예산처에서 농림부 예산을 삭감하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토론 끝에 기각된 적도 있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가재원배분회의’라는 이름으로 2005년 4월 처음 열렸다. 이를 통해 재정정책에 ‘전략’ 개념이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는 재원배분회의를 국가재정전략회의로 이름을 바꿔 계속 유지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형식적인 자리에 그쳤다는 게 재정전문가들의 평가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 때인 작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가상현실 등 이른바 ‘최순실 예산’이 반영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서 구상했던 재정개혁의 두 축을 복원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재정전략회의에서 설정한 분야별 우선순위를 바탕으로 각 정부부처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총액배분 자율편성’ 제도다. 예산 당국이 개별 사업 예산을 결정하고 국무회의에서 승인하는 방식과 달리 총액배분 자율편성 제도는 각 부처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되 기재부의 미시적 통제는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총액배분 자율편성 원칙은 참여정부 당시 제정한 국가재정법에도 들어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유명무실해져버렸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세무학과)은 “총액배분 자율편성은 꼭 필요하지만 각 부처에 예산 편성을 모두 맡겨놓는 것도 문제는 있다. 기획재정부가 큰 틀에서 통제하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지나치게 미시적인 통제를 하는 지금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기재부는 개별 단위사업에 집착하기 보다는 큰 그림을 그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 해당 부처에서도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역량과 책임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철 서울시 시민참여예산 지원협의회장은 “시작은 거창했는데 지금 와서는 ‘총액배분 자율편성’ 원칙도 사라지고 재정분권도 안 되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이 천명한 국민참여예산이 국가재정전략회의와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503호가 발언하고 옆에 계신 분들은 열심히 적자생존하고 있다. 출처: http://www.ehistory.go.kr/page/view/photo.jsp?photo_PhotoSrcGBN=PT&photo_PhotoID=20152467&detl_PhotoD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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