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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간 9개국 주유기(8-2)] 영국은 유럽이 아니더라

종횡사해

by betulo 2012. 7. 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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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코가 권좌에 있을 당시 유럽에선 '유럽의 경계는 피레네산맥'이라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피레네산맥 너머 스페인은 유럽도 아니라는 뜻이었다. 나는 그 말을 영국 런던에 있는 동안 절절하게 느꼈다 (공교롭게도 런던 다음 일정은 스페인 마드리드였다)

우선 영국은 유럽연합 중에서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학비가 비싸다.(거의 한국 수준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011년 8월21일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등록금 폭등에 따라 학생들이 지게 될 부채규모는 향후 2047년까지 40년간 2000억 파운드(약 358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연립정부가 강행 처리한 관련 법안은 연간 3290파운드(약 590만원)였던 대학 등록금 상한선을 폐지하고 2012학년도 9월 신입생부터 연간 9000파운드(1612만원)로 인상할 수 있도록 했다.http://www.betulo.co.kr/1860

지나해 6월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장하준는 나와 인터뷰하면서 이런 얘길 해줬다. http://www.betulo.co.kr/1815


한국인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영국은 대처 총리 당시에도 대학 등록금이 없던 나라였다. 등록금이 생긴 건 2000년대 초반에 1000파운드 가량 신설한게 처음이다. 영국에서 등록금 문제는 21세기 들어 새로 생긴 현상이다. 무상 등록금이 좋은지 나쁜지 논쟁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계약이라는게 있는거다. 하루아침에 값을 세배나 올리는게 세상에 어디있나. 가령 10년 동안 세 배로 올린다거나 하는 식이라면 모르겠지만 재정적자를 핑계로 자기들 독단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 


영국은 여타 유럽 국가들과 달리 공공요금이 엄청나게 비싸다. 하긴 장하준은 "영국에선 공공요금이라고 할 만한게 없다"고 꼬집었다. "거의 다 사유화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대중교통 요금을 20% 가까이 인상하기도 했다.http://www.betulo.co.kr/1813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 유학생은 동료 유학생 몇 명과 한 집에서 거주하는데 분기별로 나오는 공공요금 영수증을 받아보고는 입이 쩍 벌어졌다고 한다. 수도요금, 전기요금, 상하수도요금 등 합쳐서 우리돈으로 수백만원이 나왔기 때문.

가령 지하철 요금을 보자. 오른쪽 영수증을 보면 6파운드라고 돼 있다. 이거 대충 따져도 1만원이 넘는다. (마드리드만 해도 지하철 요금은 1유로다. 베를린과 파리에서도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현지 물가와 비교해 크게 부담스런 액수는 아니었다.)

지하철 한 번 타는데 이 정도다. 거기다 지하철이 편리하기라도 하면 말을 안한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턱이 높아 장애인이 이용하기엔 무척이나 불편하다. 거기다 어두침침하고 지저분한 분위기는 (과장해서 말한다면) 영화 메트릭스 1편에 나오는 지하철역같은 느낌마저 준다.    무거운 캐리어 들고 지하철을 이용하려 하는데 엘리베이터가 어디 있는지도 몰라서 수십 계단을 캐리어 들고 땀 뻘뻘 흘리며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도 곤욕이다. 

당시 지인과 메일로 런던 지하철 뒷담화를 했더랬다. 

런던은 정말 비호감입니다. 지하철 하루 자유이용권이 6파운드 가량인데 그거 두장이면 파리에서 10장 한꺼번에, 베를린에선 열흘 무제한 이용권 살 수 있습니다. 런던 공공요금은 정말 악 소리납니다. 심지어 작년에 보수당 정부 들어서고 나서는 대학 등록금이 한꺼번에 3배나 올라서 대학생들이 거의 폭동 수준의 데모를 했을 정도고요. 그 문제로 기사 한번 쓰려고요. 


그리하여 난 런던 관광객 한 명 줄이기에 성공(?)해 버렸다. 여름휴가를 런던에서 보낼까 고민하던 그 지인은 결국 빠리로 날아갔다 ㅋㅋㅋ

그렇게 취약 하다니 다음 휴가 런던으로 가려고 했던 생각을 바꿔야 겠네요. 비싸다고 얘기는 들었지만, 그토록 비싼 나라일 줄이야... 허걱.

날씨도 꾸질 꾸질 해서 런던 사람들이 자살율이 높다는 말을 어디에선가 들은것 같기도 하고~~ 역시 영화는 믿을게 아니라는거. Briget Jones Diary 보면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거긴 런던 아닌가 싶네요. 런던 포기! 


 

런던 도착한 직후 지인에게 보낸 메일에서 난 이렇게 썼다. 

저 개인적으로 유럽 국가 중에서 제일 비호감인 곳이 영국입니다. 오늘 영국 도착하고보니 역시나 비호감을 강화시키네요. Non Smoking 방으로 달라고 예약했는데 정작 담배 냄새 쩌든 방으로 주고, 거기다 인터넷도 안되서 하루에 12.5파운드 내야 인터넷 가능한 곳이 영국이네요. 뒌장할.

GDP순위 프랑스한테 밀려 6위로 떨어진곳, GDP순위 6위면서도 변변한 제조업체 하나 없는 곳, 금융허브하느라 20대 실업률이 20%가 되는곳... 정말이지 정이 안갑니다... 맘에 안들려니 자동차들이 왼쪽으로 다니는 것도 맘에 안들고 날씨 꾸질꾸질한 것도 맘에 안들고 ㅎㅎㅎ


지인이 보낸 답신도 압권이다. "런던이라... 나도 별로 좋은 인상은 못 받았던 기억이 나. 일단 한국음식 값이 너무 비싸고.. 버킹검 궁도 별로였고..." 다른 지인은 좀 더 점잖게 답했다. "영국의 인터넷은 그냥 포기하세요.. 아! 이런 나라도 있구나 정도지요.."

영국은 유럽에서 유일한 건 아니지만... 차량이 좌측통행을 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유럽에서 좌측통행하는 나라는 영국, 아일랜드, 키프러스 세 나라가 전부인 걸로 알고 있다. 하여간 좌측통행하는 영국 런던의 모습은 유럽과 다른 느낌을 굉장히 많이 준다.  




<워털루 역>

영국 런던 시내에 위치한 워털루역을 방문한건 2011년 6월18일 주말이었다. 영화 '본 얼티메이텀' 속 명장면의 배경을 직접 보고 싶었다. 눈길을 사로잡은 건 그 큰 역에 공용 화장실이 딱 한군데 있는데 그게 30페니씩 내고 써야 하는 유료라는 점이었다. 더 놀란건 투덜대며 화장실에 가보니 정작 <OUT OF SERVICE>라고 써 있고 돈을 안받고 드나들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맑스 말을 패러디하자면, 30페니 내라는 건 비극이었고, 안내도 된 건 희극이었다. 

내 눈엔 그게 공공장소 화장실마저 공공성을 포기해 버리는 영국식 신자유주의의 비극성과
,그마저도 제대로 작동을 못해 모양만 우스워지는 희극이 교차하는, 영국의 우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 같은 것이었다. 최근 긴축재정을 둘러싼 갈등도 한편으론 비극이고 다른 한편으론 희극같다. 

http://www.betulo.co.kr/1885





영국 종교계에선 영국국교회, 그러니까 성공회가 대세라는 점도 여타 유럽과 다른 독특한 점이다. 아이돌그룹 샤이니 쇼케이스를 보러 가는 길에 성공회성당을 하나 봤다. 잉글랜드 깃발이 펄럭이는 고색창연한 건물. 하지만 쇼케이스 시간이 늦어서 정신없이 사진만 후딱 찍고 통과!



<템즈강>
런던을 가로지르는 템즈강은 꽤나 독특한 느낌을 주는 강이었다. 강변에 자리잡은 의사당도 그렇고 강을 쉴새없이 오르내리는 배도 멋드러진 느낌이었다. 워털루역에서 나와 템즈강을 가로질로 시내를 둘러본 날은 마침 가랑비가 꽤 오래 내렸는데 덕분에 템즈강 수위가 올라가서 영화 <유리의 성>에서 여명이 하듯이 강가로 내려갈 수가 없었다. 그래도 서기처럼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홀로 걸으며 상념에 잠기는 건 해봤다. ^^;;; 

https://maps.google.co.kr/maps?q=%EC%9B%A8%EC%8A%A4%ED%8A%B8%EB%AF%BC%EC%8A%A4%ED%84%B0&ie=UTF-8&ei=KUHxT6flFbCuiQel5PCUDQ&ved=0CCoQ_AUoAg

당시 지인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난 이렇게 썼다. 

"여기 날씨는 듣던 것보다 조금 더 구질구질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상당히 싫어하는 우중충한 날씨군요. 어제는 잠깐 시간이 나서 웨스트민스터 구경이라도 해볼까 해서 길을 나섰다가 쏟아지는 비에 신발만 다 젖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우산을 챙긴게 천만다행입니다. ^^;;;"




















의사당 앞에선 천막을 치고 반전 집회를 하는 농성장이 있었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전쟁반대를 외치는 이들.  




다행히 트라팔가 광장을 둘러봤을 때는 날씨가 맑았다. 영국 전성기를 연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라 그런지 위용이 말 그대로 하늘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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