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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생각한다/북한인권 담론 비판

탈북자인권 소동이 탈북자를 사지로 내몬다

by betulo 2012.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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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탈북자 문제의 역설

최근 탈북자 북송반대 운동이 한창입니다. 탈북자 출신 청소년들과 차인표 등 연예인들이 가세한 기자회견으로 불이 붙기 시작했죠. 곧이어 박선영(자유선진당 의원)이 단식농성에 들어갔습니다. 박선영 의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그가 단식을 하다 쓰러져서 병원에 누워있는 과정을 담은 사진들이 수십장씩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박선영 홈페이지) 

 
일부 신문들도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이들은 박선영 단식 소식과 탈북자들의 눈물어린 호소, 중국 당국의 처사 등을 연일 대서특필합니다.


 취임 첫 해인 10월 시작한 라디오연설이 2주년 50회가 되도록 단 한 번도 ‘인권’이란 말을 입에 담은 적이 없던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4년차 기자회견에서 (내 기억으론) 처음으로 들먹인 ‘인권’이 바로 ‘탈북자 인권’ 문제였습니다.
(대통령 라디오연설 2주년 분석기사)


 
조선족 출신 불법체류자 색출과 추방에 여념이 없는 정부가 중국 고위당국자를 앞에 두고 탈북자 북송 그만두라고 수십분 동안 열변을 토했다죠.

 
탈북자 인권 문제를 거론한 뒷끝엔 항상 나오는 단골 레파토리가 있습니다. ‘인권을 그토록 중시하는 진보는 왜 침묵하느냐’는 것이죠. 총선을 한달 가량 앞둔 민감한 시국에 탈북자 인권 문제를 통해 ‘진보’를 공격하고, 반북 정서를 고취해 보수표를 결집시키는데 이보다 더 좋은 꺼리도 별로 없을 듯 합니다. (21세기판 ‘북풍’이라고 하면 국정원에서 잡아갈려나...) 

 
탈북자 문제. 이거 간단하지 않습니다. 만약 목적이 탈북자 인권증진이라면 최대한 냉정하게 상황을 짚지 않으면 헛발질에 자살골 나오기 십상입니다. 물론 목적이 다른데 있다면 냉정할 필요 없이 싸지르면 되겠지만요.

 
먼저, 만약 당신이 탈북자 인권을 거론해서 얻으려는 목적이 북한 공격하기인지, 중국 흠집내기인지, 아니면 탈북자 인권보호인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만약 탈북자 인권보호가 목표라면 이는 중국 흠집내기 그리고 북한 공격하기와 양립할 수 없습니다. 이는 탈북자 북송이 기본적으로 북중간 특수한 외교관계에서 기인하기 때문입니다.  

 


2. 
북송을 막으려면...

국회입법조사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외교적 부담이 크지 않을 경우에는 국내법, 국제법,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탈북자 문제를 처리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탈북자 문제가 언론에 노출되지 않을 경우 중국은 구금과 강제송환을 조용히 중단하거나 중국인과 결혼한 경우 합법체류자격을 주는 등 최소한의 인도적 조치를 취하는데 호의적인 경향을 띕니다.

“반면에 공공의 관심이 집중되는 탈북자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는 국경경비를 강화하고 강제송환을 위한 임시수용소를 설치하는 것과 같은 강경한 조치를 취한다고 합니다.”(국회입법조사처, <재중 탈북자의 난민 여부와 북송문제 해결방안>, 2012년 2월23일)

선족복지선교센터 소장인 임광빈 목사(의주로교회)는 이와 관련, 아래와 같은 의견을 밝힌 적이 있다. 그는 국내 거주 조선족과 불법체류자 인권운동을 오랫동안 해온 분이다. 
현직 목사 기획입국 선교단체 비판 (2005.3.25)


“지난 10여년간 중국과 북한을 오간 탈북자가 수십만에 이르지만 이남으로 온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국 온 극소수를 모든 탈북자의 전형인 것처럼 말하고 대하는 것은 곤란하다.”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과 한국에 있는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는 본질이 같습니다. 바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의 흐름을 따라 저임금지역에서 고임금지역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전지구적 이주흐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한국내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취업실상과 중국내 탈북자들의 취업실태는 거의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결국 우리 민족 일부가 경제적 문제로 동북아를 떠도는 것이 탈북자 문제이고 한국내 조선족 불법체류자 문제입니다. 이들이 겪는 고통이 바로 탈북자인권문제이고 조선족인권문제입니다.”
“중국과 북한은 식량난민 문제를 지금까지는 잘 처리했다고 봅니다. 바로 ‘그냥 놔둔 것’이지요. 중국은 북한이 문제제기하지 않는 한 적극적으로 추방하지 않았고 한국 선교단체&시민단체들에 대해서도 기획입국을 시도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때는 묵인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제라도 중국 정부가 문제제기하는 사안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중국 정부가 문제삼는 일부 단체들을 관여하고 제재해서 불법행동 못하게 해야겠지요. 중국 민간단체들이 한국에 와서 그런 일을 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다시 말해, 강제송환을 막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조용한 외교’가 필수입니다.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도 바로 이런 부분이겠습니다만, 결의안을 채택하고 국회의원이 나서서 단식농성을 하는 건 이와 전혀 다른 방향입니다. 이들은 공론화를 원하는 모양인데 이건 결국 공론화를 통해 중국정부를 압박해서 굴복시키겠다는 것이지요.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제 말에 동의할 겁니다.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죠.

 

3. 탈북자는 왜 생기는가

탈북자는 왜 생기는걸까요? 최근 탈북자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쪽에서는 이들을 난민이라 강조합니다. 문제는 이들이 ‘정치적 난민’으로 초점을 맞춘다는데 있지요. 하지만 이들 논리는 중대한 자기모순이 있습니다. 이들 주장대로 북한 인민이 정치적 탄압과 인권침해를 못 견뎌 탈출하는 사람들이라면 1990년대 중반 대규모 아사 사태 이후 탈북자 수가 급증할 기미가 안보이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여러 연구에 의하면 탈북자 수는 그 때보다 오히려 줄었습니다.

 
재중동포나 탈북자 관련 조사를 진행한 전문가들한테 들은 바로는 탈북자는 기본적으로 경제적 문제로 국경을 넘습니다. 어떤 분은 아예 이들을 ‘경제적 이민’으로 규정하지요. 탈북자 중 적지 않은 수가 돈을 좀 벌거나 식량을 구한 다음에는 뇌물을 주고 북한으로 돌아간다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탈북자 문제는 90년대 식량난 이후 갑자기 생긴 현상이 아니다. 탈북자 문제는 조선 후기 간도개척부터 시작된 ‘두만강을 사이에 둔 도강과 월경’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살 길을 찾아 수백만명이 두만강을 넘은 조선인의 후예가 지금 조선족이다. 20세기 중반에는 국공내전과 대규모 기근, 문화대혁명 등을 피해 수많은 조선족들과 일부 한족들이 북한에 들어왔다. 90년대에는 경제난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두만강을 넘기 시작했다.

출처: 정착,귀환,한국행희망...탈북자 분류법 

참여연대, 평화네트워크, 인권운동사랑방 등 8개 진보적 인권평화단체들은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하는 한국 인권사회단체 의견서를 19일 발표했다. 이들은 이 보고서에서 “2000년대 들어 북한이탈의 원인은 식량 확보가 일차적인 가운데 가족통합, 생활향상, 범죄행위로 인한 도피 등 다양해졌다.”면서 “북한이탈주민은 그 양상과 규모를 볼 때 이주민 성격이 높고 난민 성격은 이차적”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들은 “물론 북한이탈주민의 강제송환은 중단되어야 하고, 경제적 이유로 자기 나라를 이탈한 사람이라도 본국에서의 처벌 우려가 있는 사람을 난민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 탈북자, 난민일까 이주민일까 


4. 자유의 나라로?

탈북자들 중에서도 물론 정치적 이유로 탈출하는 사람도 있지요. 저도 그런 분을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이분은 조선노동당 당원이었는데 연좌제를 피해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넘어온 분이었습니다.

 
탈북자들이 한국에 넘어오는 양상을 한번 되돌아 보시기 바랍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베이징 주재 대사관을 넘는 일이 생겨났습니다. 희한한 노릇입니다. 꼭 이들이 담을 넘을때는 어디선가 누군가가 카메라로 생생한 모습을 촬영합니다. 이 영상은 십중팔구 일본 민영방송에서 단독입수했다며 특종 보도를 하지요.


 탈북자들을 10년 넘게 취재해온 분에 따르면 탈북자들 가운데 한국으로 가고자 하는 비율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높지 않습니다. 이마저도 한국 가면 돈 많이 벌 수 있다는 브로커와 선교단체 꼬임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다시 말해, 이들이 한국으로 혹은 최근에 미국이나 캐나다 등으로 가려는 것도 돈문제가 크고, 중국에 잔류하고자 하는 경우도 돈 문제가 크다는 것입니다.


탈북자를 9년째 밀착취재해온 비디오 저널리스트 조천현씨에 따르면 탈북자들은 상당수가 돈벌러 나온 사람들이고 중국에 친척이 있는 경우가 60-70%를 차지한다. 조천현씨는 “탈북자들이 최종적으로 정착하고자 하는 곳은 한국이 가장 많고(41%) 북한(34%), 중국(21%) 순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 결과는 조씨가 “지난 2년간 장기체류 탈북자 1백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다. 조씨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한 가정에서 여성 한명씩만 설문조사했으며 설문 작성과정을 녹화했다”고 밝혔다.

출처:
정착,귀환,한국행희망...탈북자 분류법 (2005.3.13) 
   


그래서 제 결론은 이런 겁니다. 탈북자인권 소동에는 인권이 없습니다. 북중관계 한중관계 등 국제관계에 대한 냉철한 인식도 없습니다. 애초에 그런걸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한가지는 확실히 있어 보입니다. 진보는 왜 탈북자인권에 침묵하느냐는 준엄한 훈계가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이들은 말합니다. '진보는 알고보니 호박씨나 까는, 착하지 않은 인간들이다'

5. 
그럼 대안은

제가 생각하는 대안은 이런 겁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경제 상황이 좋아져야 합니다.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교류가 활성화되고 평화정착이 되면 먹을 것을 찾아 두만강을 넘을 유인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탈북자 문제로 중국이 북한에 가오 세울 일도 줄어들겠지요. 그럼 자연스럽게 북한 인권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높아집니다.

물론 너무 단순한 결론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죠. 동의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같은 방식보단 훨씬 현실적이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박선영 의원에게 권합니다. 중국 상대로 단식하는건 벽보고 소리치는 겁니다. 차라리 청와대 앞에서 남북 관계개선에 나서라고 단식하는 게 어떨까요?

(참... 얼마 전에 안건데 법적으로 비례대표는 두 번 연속으로 할 수 없더군요. 재선의원이 되려면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지역구에 출마해서 당선되는거고, 또하나는 다른 당 비례대표가 되는 겁니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2005년 3월 당시 시민의신문에 실린 탈북자 문제 기획보도 자료사진.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기획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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