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뒷얘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말하는 재벌개혁론

by betulo 2018. 1. 9.
728x90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민에게 가장 큰 기대를 한몸에 받는 기관은 단연 공정거래위원회다.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공정위는 갑질 척결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 경제 분야의 적폐 청산과 공정경제 확립에 선봉장 역할을 했다. ‘김상조 효과’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취임 이전만 해도 ‘재벌 저격수’이자 ‘강경한 재벌개혁론자’로 통했던 김 위원장은 1월 2일 단독 인터뷰에서 자신을 ‘실사구시파’로 규정하며 재벌개혁에 관한 한 이분법적 도그마에 빠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수차례나 피력했다. 그는 “나는 경직된 재벌개혁론자가 아니다. 재벌을 악으로 보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확보되고, 기업 경영의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과 관련해 상반기까지는 공익재단 투명화, 지주회사와 계열사간 명확한 역할분담, 일감몰아주기 정리, 금산분리 등에 집중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하반기부터는 순환출자와 금산분리와 관련한 본격적인 입법노력에 착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다른 부처의 제도정비와 재벌들의 자체 노력 등을 보면서 하반기에 공정위 차원에서 무엇을 할지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순환출자 개선이 우리 사회와 시장의 기대만큼 안된다고 한다면, 신규만 규제한다는 예전 결정에서 더 나아가야 할지 판단도 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투명성과 책임성에 맞는 조직구조를 스스로 만들어달라는 것이지 어떤 정답이 있어서 방향을 정해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면서 “재벌들에게 요구하는 공통사항 4가지는 자율적으로 개선해줄 것을 상반기까지는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자율개선 사항 4가지는 공익재단이 불신받는 요소를 제거하는 노력, 무늬만 지주회사가 되면 안된다는 점, 일감 몰아주기 개선, 금산분리 원칙 준수 등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 당시 임기 3년에 맞춰 단기·중기·장기 시간표를 만들었다면서 그 내용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1년차는 국민들 사이에 공감대가 충분하고 시급한 과제이지만 당장 법률을 바꿔서 하기는 어려운 것들을 행정력을 동원해 푸는 단계다. 2년차 중기과제는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지만 법률과 재정이 필요한 것들이고, 3년차 장기과제는 당위성은 있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아직 모아지지 않은, 설익었다고 할까 하는 과제를 다루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에서 느낄 수 있듯 흔히 ‘강경한 재벌개혁론자’로 통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실사구시파’로 규정하며 그런 시각을 반박했다. 그는 “재벌개혁과 관련해 내가 어떤 이상적인 재벌개혁 모델을 상정해놓고 개혁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 하는 오해를 많이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나는 경직된 재벌개혁론자가 아니다. 재벌을 악으로 보는 것도 아니다. 사전규제보다는 사후감독을 활성화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공정거래위원장 취임한지 반년이 됐다.

 -한마디로 부담 백배다. 촛불정국을 통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정책을 구성하는 세 축 가운데 하나인 공정경제를 앞장서서 수행해야 하는 자리에 앉게 됐다. 부담스럽다. 국민들의 기대감은 높아졌는데 그에 걸맞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긴장감도 있다. 하루 하루가 살얼음판이다. 다행스러운 건 6개월 정도 지나면서 그래도 방향은 잡은 것 같아 안도감 내지는 희망을 느낀다. 공정위가 있는지도 모르던 많은 국민들이 공정위를 통해 국민들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할 때 가장 뿌듯하다.


 ‘종횡무진 한국경제’란 책에서 한국 공무원들이 공공성의 담지자라는 의식을 갖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밖에서 본 공정위와 안에서 직접 만난 공정위는 어떻게 다른가.

 -20년 동안 시민운동을 하면서 공정위를 계속 관찰했다. 전원회의 이끄는 걸 빼면 공정위 업무가 그렇게 생소하진 않았다. 책에서 그런 문제제기를 한 건 사실이지만 그건 관료조직이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공정위가 왜 국민들한테 불신받았는지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관료조직은 개혁의 주체이자 도구다. 관료들 개개인은 유능한 사람들이다. 이른바 ‘영혼 없는 공무원’을 만드는 건 주로 밖에 있었다. 자율성과 전문성, 소신을 갖고 내린 판단을 왜곡하는, 이른바 외압이야말로 ‘불공정거래위원회’란 비판을 받게 만들었다. 취임사에서도 밝혔듯이 전문성과 자율성에 근거해 내린 판단을 일관되게 실행할 수 있도록 외풍을 막아주는게 내 역할이다. 그에 따른 결과는 위원장이 진다.


 지금까지 공정위원장으로서 추진한 여러 정책 가운데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공정위는 다른 정부부처와 달리 사법적 역할도 한다. 외부 압력이나 로비에서 독립된 위상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더 크다. 1월 1일부터 시행하는 로비스트 관련 규정은 매우 뜻깊은 실험이다. 공정위가 앞장서서 이 규정을 잘 운용해서 한국판 로비스트법을 만드는 정도까지 발전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다. 현재 공직자 규율시스템은 공직자윤리법과 김영란법이 대표적인데 재취업을 제한하고 청탁을 금하는 위주다. 너무 딱딱하다. 너무 엄격하게 하면 과잉규제가 되고 현실을 감안하다보면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접촉하되 투명하게 보고하는 사후감독장치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로비스트 관련 규정이다. 그런 장치가 작동할 때 우리 사회에서 공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공공과 민간 사이에 좀 더 효율적인 인적교류가 이뤄지도록 돕는 구실도 할 수 있다.


 재벌개혁에 대해 연말까지 기다려보고 본격적인 재벌개혁에 나서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재벌개혁에 대한 ‘인내심’은 얼마나 남아있나.

 -위원장 취임할 때 3년 임기에 맞춰 나름대로 로드맵을 정리해놨다. 지금까지는 처음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속도와 효과를 가지면서 진행되고 있다. 1년차 목표는 국민들 공감대가 충분하고 시급한 과제이지만 당장 법률을 바꿔서 하기는 어려운 것들을 행정력을 동원해 풀자는 것이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그 목표에 맞춰 집행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할 것이다.


 2년차 중기과제는,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지만 법률적·재정적 수단이 필요한 것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이 과제를 위해서는 공정위 뿐 아니라 다른 정부부처의 개혁작업 진행속도를 감안해서 보조를 맞춰야 하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금산분리를 보면 의결권 제한 등 공정위의 사전규제와 통합금융감독체계 등 금융위원회의 사후규제가 있다. 금융감독통합시스템이 작동하는 것도 보면서 공정위가 담당하는 사전규제의 속도와 방법을 판단할 것이다.


 3년차 장기과제는 당위성은 있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아직 모아지지 않은, 설익었다고 할까 하는 과제를 다루는 것이다. 차근차근 제도 필요성이나 실천 방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모아 나가는 작업이 필요한 것들이다. 불필요한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까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는건 적절하지 않겠다.


 어떤 기업 관계자가 ‘1차 협력사한테 2, 3차 도와주라고 말하는 걸 경영간섭이라고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이런 질문을 꼭 해달라고 하더라.

 -그런 우려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정부 방침은 원칙적으로 ‘부당한’ 경영간섭을 금지하는 것이다. 상생협력 차원의 업무는 부당한 경영간섭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실정법상 이를 명확히 하는 차원에서 2차 이하 하위 거래단계에 있는 하도급업체들에 대한 거래조건 개선을 위해 대기업이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행하는 행위가 부당한 경영간섭으로 제재되지 않도록 ‘하도급거래 공정화 지침’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또한, 2차 이하 협력사로의 상생협력 확산을 위한 여건 조성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다. 대기업으로 하여금 1차 협력사에 대한 자신의 대금지급 기일방식 등 대금결제조건을 공시토록 의무화해서 2차 이하 협력사가 그 내용을 충분히 인지해 자신의 협상과정에서 그 내용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대기업이 2-3차 협력사간의 공정거래협약 체결도 보다 적극적으로 독려하도록 협약평가기준도 개정할 계획이다.


 재벌개혁 얘기가 나온지 30년을 바라본다. 그동안 전개된 재벌개혁론의 성과와 한계를 어떻게 평가하나. 스스로 생각하는 재벌개혁 성공모델은 어떤 것인지 모호하다는 평가도 많다.

 -역대 정부가 재벌개혁에 나름대로 노력해왔다. 하지만 많은 경우 용두사미에 그치거나 때로는 전혀 시도도 하지 않기도 했다. 그간 재벌들의 출자구조, 부채비율 등 외형은 개선됐지만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편법적 지배력 확대와 사익편취를 통한 경제력 집중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재벌개혁과 관련해 내가 어떤 이상적인 재벌개혁 모델을 상정해놓고 개혁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 하는 오해를 많이 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이자리에서 밝히고 싶다.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부터 그런 접근법이야말로 재벌개혁 실패를 불러왔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경직된 재벌개혁론자가 아니다. 재벌을 악으로 보지도 않는다. 재벌은 한국경제에 중요한 성장엔진이다. 그 자산을 국민경제 전체의 소중한 자산으로 만드는게 필요하다. 사전규제보다는 사후감독을 활성화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법위반은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다.


 일각에선 듀폰(미국), 지멘스(독일), 루이비통(프랑스), 피아트(이탈리아), 발렌베리(스웨덴) 모두 ‘재벌’이라는 점에서 재벌이라는 것이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도 아니고, 공정경쟁을 가로막거나 담합·갑질을 법대로 제재하는 것과 별개로 재벌 그 자체를 악(惡)으로 볼 건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 지적이 틀린 건 아니다. 재벌은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며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을 한국만 추진하는 것도 아니다. 나라마다 경제환경, 규제환경, 기업의 집중도 등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을 마련·추진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재벌은 고도성장의 주역이며,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갖추고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배권한과 책임간의 불일치 문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 등에 대한 시장과 사회의 우려가 큰 것 또한 현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한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와 부당내부거래 근절, 재벌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장 억제 등 재벌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주회사 체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지주회사 전환이 반드시 지배구조개선의 모범사례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다.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가 뭐라고 보나.

 -한마디로 말해서 기업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 그렇다고 지금 재벌 지배구조가 바람직하다 정상이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선할 부분은 많다. 그렇다고 선험적인 모델 상정해놓고 접근하는 개혁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재벌개혁은 혁명이 아니라 진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대 발전단계와 그 기업 실정에 맞는 모델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지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주회사 제도가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우리나라 모든 재벌이 지주회사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지주회사 체제는 출자구조가 단순하고 투명하기 때문에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출자구조 단순화가 책임성 있는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도한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럽만 해도 지주회사 아닌 곳이 많다. 하지만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컨트롤타워가 있지만 그러면서도 계열사 독자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걸러지는 균형장치가 있다. 꼭 지주회사 아니더라도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고, 기업경영의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선하길 기대하는 거다. 다행히 우리나라 재벌들도 그런 필요성에 공감하고 변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지주회사 전환에 성공한 LG그룹을 지배구조개선 모범사례로 꼽아왔다.

 -LG그룹의 지배구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LG그룹이 한국 최초 지주회사 체제를 채택했기 때문이 아니다. LG그룹이 기업분할을 잡음없이 이뤘고 그룹 전체의 의사결정을 하는 지주회사와 각 계열사의 위상과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조화시키는 시스템을 나름대로 갖췄다는 걸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직의 전환이라는 어려운 과정을 잡음없이 이뤄내는 그 조직문화와 의사결정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노력을 평가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삼성그룹은 언젠가는 지주회사 전환할 수도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힘들 것이다.

 

 재벌들로선 사정이 다 제각각인데 어떻게 하라는 건지 불분명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솔직히 나로선 억울한 면이 있다. 특정한 방향을 제시하면 기업들을 몰아붙인다고 하고, 알아서 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비판이 나온다(웃음). 공통 사항은 여러차례 언급했다. 불명확한 건 없다. 공통사항을 넘어서는 현안은 개별 그룹마다 사정이 다르다. 투명성과 책임성에 맞는 조직구조를 스스로 만들어달라는 것이지 어떤 정답이 있어서 방향을 정해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첫째, 공익재단이 불신받는 요소를 제거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것이다. 둘째, 무늬만 지주회사가 되면 안된다. 브랜드 로얄티까진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주회사가 계열사한테서 컨설팅 수수료를 받거나 건물관리까지 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셋째,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스스로 개선해 주기 바란다. 넷째, 금융위가 추진하는 통합금융감독체계 진행상황을 보고 판단하겠지만 금산분리 원칙은 따라 달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태도는 유지할 것이다.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상반기 이후에는 어떻게 되나.

 -법무부 상법개정, 금융위 통합금융감독체계, 기획재정부·국세청의 세법 개정 등 다른 부처의 제도정비와 진행상황과 효과를 보면서 하반기에 공정위 차원에서 무엇을 할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많은 분들이 재벌개혁 하면 금산분리와 함께 순환출자를 떠올릴 것이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신규 순환출자만 제한할 것이냐 기존 순환출자까지 제한할 것이냐 해서 논쟁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신규만 금지하는걸로 결론을 내렸다. 당시 가이드라인에 대해 반성할게 있다는 부분은 이미 공정위가 발표를 한 바 있다. 순환출자 개선이 우리 사회와 시장의 기대만큼 안된다고 한다면, 신규만 규제한다는 예전 결정에서 더 나아가야 할지 판단도 해봐야 할 것이다.


 최근 친족분리에 대한 원칙을 발표했다. 만약 친족분리를 하지 않고 버티는 기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친족분리 이후 3년간 내부거래 등을 관찰하고 특히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는 제재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만약 부당한 행위가 있다면 친족분리와 상관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다. 계열분리해놓고 일감몰아주기하는 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 밖에 더 되겠느냐. 그런게 아니라면 당연히 계열분리가 바람직하고 필요하다. 많은 그룹이 3대 4대까지 내려왔다. 계열분리 필요성을 느끼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내부거래 문제 없다면 빨리 분리하는게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임원분리제도도 새로 도입했다. 내부 집행 이사가 아닌 비상임이사 특히 사외이사들이 보유하는 주식 때문에 계열사에 포함되는 곳이 있다. 네이버 계열사로 들어있는 휴맥스가 대표적이다. 그건 현행 제도에 허점이 있다는 판단을 했다. 우리나라 사외이사 제도가 전직 관료나 교수 용돈벌이로 전락했다는 비판 나오는 이유가 뭘까. 


경영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이 사외이사가 되기 힘든 제도 문제가 존재한다. 다른 기업 경영인이 사외이사가 되면 그 경영인의 회사를 계열사로 간주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건 개선을 해야 한다고 봤다. 계열분리 제도가 오남용된 건 막아야겠지만 너무 경직 운영해서 사외이사 제도가 무력화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순환출자가 지주회사구조에 비해 금융위험이 높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그런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계열사에 지급보증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도 않은 상황에서 지급보증이 없으면 한 계열사가 잘못될 경우 다른 계열사가 주식보유하고 있는 만큼만 손해보는 것 아닌가. 정부가 지주회사는 장려하면서 순환출자는 금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순환출자 규제의 핵심은 가공자본 형성을 통한 지배력 확장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순환출자를 통해 소액의 자본만으로도 많은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게 되어 지배구조 왜곡 및 소유구조 악화와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는 부실기업으로 인한 위험이 계열사 간 채무보증을 통해 기업집단 전체에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채무보증금지제도와는 그 목적이 다르다. 지주회사 체제는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와는 달리 단순한 출자구조를 통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순환출자 구조는 모·자·손 정도로 이어진 수직출자구조(지주회사)와 달리 많은 수의 계열사들이 얽혀있어 한 계열사의 부실위험이 그룹 전체로 전이될 가능성이 더 커지는 측면이 있다.


 여러 차례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주주)가 기업에 적극 관여하면 주가도 올라가고 기업의 장기성과도 좋아진다는 식으로 홍보하지만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읽어보면 내용이 매우 추상적이다. 그걸로는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채택만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각 기관투자자 사정에 맞게 집행할 수 있는 세부 가이드라인을 각각 만들어야 한다. 그건 각 기관투자자 특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이 다른 기관투자자와 같을 수가 없다. 재계의 오해 내지는 지나친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한다고 모든 기관투자자가 획일적으로 행동하는것도 아니다. 특성에 따라 각 기관투자자 가이드라인은 얼마든지 달라질 것이다. 연금사회주의 획일화 우려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본다. 다만, 감시가 부족했던 부분을 메워가는 노력 차원이라고 이해해 주면 좋겠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경영에 적절한 목소리를 내는 시스템 도입 과정이다.


 위원장으로서 생각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한국 경제가 어떤 의미에선 성공의 함정에 빠져 있다. 과거 우리가 성공했던 방식이 있다. 그걸 부정할 순 없다. 고도성장은 놀라운 성과다. 문제는 30년 전 성공한 요소가 지금도 성공 이끄는 건 아니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와 우리 기업들이 과거 성공방식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구조를 경쟁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내수 시장이 크지 않다. 섬나라보다도 더한 섬나라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 시장질서의 경쟁성을 더 강화해 혁신이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 공정위는 재벌개혁만 하는 곳도 아니고 갑질척결만 하는 곳도 아니다. 경쟁당국으로서 경쟁 촉진하는게 본연의 역할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런 주제로 많은 토론을 했던 것으로 안다.

 -3월에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후보 시절에 문 대통령 뵐 기회가 있었다. 공정위의 역할과 기업정책 방향에 대해 거의 공감하고 있다고 본다. 문 대통령도 참여정부 시절의 실패를 가슴아프게 생각한다. 그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분이다. 재벌개혁 비롯한 공정경제 과제를 후퇴 없이 실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분이다. 다만 몰아붙이는 방식은 안된다는 생각 또한 분명하게 갖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내가 말한 내용은 나 개인의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문 대통령도 거의 공감하는 것들이다. 핵심은 지속가능하고 예측가능한 개혁이라고 본다.


 다스 주인이 누구냐 하는 문제로 시끄럽다. 공정위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도 있다.

 -두가지 면에서 유보적이다. 다스는 단순한 개별기업 상황을 넘어섰다. 정치적 이슈다. 물론 특정 기업의 불공정 거래 차원에서 접근할 수는 있지만 정치적으로 뜨거운 상황에서 공정위가 조사를 한다고 하면 공정위가 해야 할 경제정책 수행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둘째로 이미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 검찰은 강제조사권 있지만 공정위는 그렇지 않다. 검찰조사가 끝난 뒤라면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다스에 접근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속고발권 폐지 방침을 밝힌건 고무적이다.

 -대통령 공약사항이다. 고민을 많이 했다. 분명히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절차 처음부터 끝까지 다 독점하고 있다. 전속고발권만 독점하는게 아니다. 중요한 원칙은 경쟁법 집행에 경쟁 원리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공정위가 경쟁법 절차를 독점하는건 맞지 않다. 지금 공정위가 진행하는 개혁작업이 바로 그거다. 관련 법률을 하나하나 검토하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권은 검찰과 협의도 해야 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행정 민사 형사 수단의 최적 조합을 찾아내겠다는게 장기적 목표다. 국민 법감정으로는 형사적으로 접근하는게 맞을지모르지만 그렇게 접근하면 비용이 너무 커진다. 형사 수단은 마지막 접근이 되어야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