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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9

우리가 아는 만리장성은 어디서 왔을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신년사를 발표하는 영상을 보면 시진핑 뒤로 만리장성을 그린 그림이 보인다. 가히 만리장성은 중국을 대표하는 상징이나 다름없다. 그럼 만리장성은 언제 어떻게 중국의 상징이 되었을까.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리장성 이미지는 사실 근현대사의 산물이다. 1. 진시황이 쌓았다는 "장성"은 지금 우리가 아는 만리장성이랑 상관없다. "장성"은 전국시대 각 나라들이 여기저기 쌓은 걸 이어놓았다. 史記를 읽어봐도 "장성"에 대한 언급은 생각보다 적다. 게다가 당시 "장성"은 흙으로 쌓았고 위치도 지금과 같지 않았다. 2. 마르코폴로가 썼다는 동방견문록에는 "장성" 얘기가 단 한구절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유는? 우리가 아는 만리장성은 그 당시에 존재하지 않았기 .. 2018. 3. 31.
연금충당부채, 허깨비를 둘러싼 헛된 논쟁 정부가 3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국가결산 보고서를 두고 느닷없는 '국가부채' 논란이 벌어졌다. 보고서에서 지난해 재무제표상 부채가 1555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는데, 이걸 많은 언론보도에서 '국가부채'로 표현한게 발단이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말 그대로 허깨비를 갖고 벌이는 논쟁일 뿐이다. 애초에 재무제표상 부채라는 것 자체가 오해소지가 많다. 재무재표는 자산과 부채를 동시에 비교하지 않으면 현실을 호도할 수밖에 없는데다 경제규모가 커지면 자산과 부채 역시 자연히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정적으로, 국가는 기업과 전혀 다르다. 특히, 재무제표상 부채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연금충당부채가 논란의 중심이었지만, 애초에 연금충당부채 자체도 국가가 갚아야 할 ‘국가채무’와 전혀 다르다. . .. 2018. 3. 31.
'특단의 청년대책'... 몇살까지가 청년일까 최근 정부는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하는 등 청년실업문제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대책에서 청년은 대체로 ‘34세 이하’를 가리킨다. 하지만 이 기준이 정확하다는 보장은 없다. 25일 법제처가 운영하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청년 관련 법령을 비교해본 결과 몇살부터 몇살까지 ‘청년’으로 볼 것인지는 정부부처마다, 법률마다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은 15세 이상 29세 이하를 청년으로 보지만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이 청년 미취업자를 고용할때는 34세 이하까지 청년으로 간주한다. 중소기업인력지원특별법은 15세 이상 34세 이하를 청년으로 한다. 심지어 청소년기본법에선 9세 이상 24세 이하를 청소년으로 간주한다. 15세부터 24세까지는 청소년인 동시에 청년인 셈이다. 정부.. 2018. 3. 28.
이덕일의 '정신승리 사관'과 과대망상 어디까지 갈 것인가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되새기기 위해서도 아니고, 부동산 투기를 고대사까지 확장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서울신문에서 벌써 11회나 연재중인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가 딱 그런 경우다. 명색이 동북항일연군(이북에서 말하는 조선인민혁명군) 연구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근대사 전공 역사학자가 역사학의 기본인 사료비판은 깡그리 무시하며 '정신승리 사관'과 '우리 할아버지 집 크고 넓었다' 두가지로 서울신문 지면을 연초부터 도배하고 있다. 1월 9일자 첫 연재부터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사회가 중심이 없고 혼란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역사관이 바로 서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정신은 유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훈계를 늘어놓는다. 역사관을 바로 .. 2018. 3. 28.
여성 눈으로 재구성한 대한민국... 불안과 불만 학업성취도는 더 높지만 막상 일자리 구하기는 훨씬 힘들다. 그나마 평균 월급도 더 적다. 범죄 때문에 밤길 다니기 무섭고 심지어 자연재해와 신종 질병도 불안하다. 남편은 ‘남의 편’이고 시부모도 스트레스다. 꼭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도 옅어지고, 이혼도 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다. 자식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게 하고 싶다. 교육수준이 높고 소득이 많을수록 더 열심히 사교육에 매진한다. 25일 통계청이 생산하는 각종 통계를 여성의 눈으로 재구성한 대한민국의 자화상은 ‘불안과 불만’이라는 두 낱말로 압축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여성에게 한국은 불안한 곳이다. 73.3%나 되는 여성이 범죄발생 문제로 불안감을 느낀다. 남성과 12.7% 포인트나 높다. 신종질병에 대한 불안감 역시 남성은 58.4%인 반면 여성.. 2018. 3. 28.
분위기, 사람 모두 확 바뀐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최근 본격 활동을 시작한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이 인적구성과 분위기 자체가 작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와 경영평가단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35개 공기업과 88개 준정부기관 등 123개 공공기관에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수행할 경영평가단 가운데 60%가 물갈이됐습니다. 경영평가단을 독점하다시피했던 행정·경영·회계학과 교수 비중은 대폭 줄어든 반면 10%도 안되던 이공계 교수와 시민단체 추천 비중은 각각 세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과거 ‘경평 마피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던 경영평가단을 대폭 물갈이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기재부는 각 정부부처와 협회와 학회, 노동·시민단체 추천을 받아 500명 규모로 평가단 풀을 구성한 뒤 89명을 위촉했습니다. 각 부처별 추천을 1%에서 15%로, 시.. 2018. 3. 24.
첫 직장,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청년들이 첫 직장에서 받는 급여 수준과 고용 형태가 향후 10년간 임금과 고용상태를 좌우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취업전선에 나선 청년층들이 자주 듣는 “눈높이를 낮춰라”는 말이 실제로는 현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 엉터리 처방인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6일 발간한 ‘청년기 일자리 특성의 장기효과와 청년고용대책에 관한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첫 직장의 급여수준과 고용형태, 직장 규모가 남녀를 막론하고 장기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첫 일자리 특성이 매우 장기적인 효과를 발생시킨다”면서 중소기업은 일손이 부족한데도 청년 미취업자가 넘치는 원인에는 첫 직장에 따라 인생 경로 자체가 달라지는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증분석 결과에 따르.. 2018. 3. 23.
재앙으로 치닫는 저출산... 뿌린대로 거뒀을 뿐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인구는 감소한다. 합계출산율을 비롯해 출산과 관련한 각종 지표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저출산·고령화가 국가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위기경보가 울리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2월 28일 발표한 ‘2017년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를 보면 지난해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사상 처음으로 40만명 이하로 주저앉았습니다. 2016년 40만 6200명이었던 출생아 수는 지난해 35만 7700명으로 전년대비 11.9%나 감소했습니다. 감소폭도 2001년(-12.5%)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습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粗)출생률 역시 7.0명으로 전년보다 0.9명(11.4%) 줄어들었습니다.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 2018. 3. 22.
페미니스트, 낙인의 계보 발단은 지인 두 명과 나눈 대화였다. 한 여성 교수 얘기가 나왔는데 한 지인이 그 교수를 일컬어 “그 교수는 페미니스트”라고 했다. 다른 지인은 “전투적인 건 아니고 합리적인 페미니스트”라고 표현했다. “메갈리아 같은 이상한 쪽은 아니다”는 말도 등장했다.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그 구분법은 며칠 전 읽은 한 기사를 계기로 내 머릿속을 가득 메워 버렸다.너 페미니스트냐? ‘레드벨벳’이라는 걸그룹에서 활동하는 아이린. 3월 18일 팬 미팅에서 누군가 최근에 읽은 책이 뭐냐고 물었다. 아이린은 두 권을 말했는데 그 중 하나가 [82년생 김지영]이었다. 그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아이린을 비난하는 글이 폭주했다. 이유는 아이린이 그 책을 읽은 것은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선언했다는 의미라는 거다. 심지어.. 2018.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