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뒷얘기

쇠고기파동, 통상절차법만 있었어도...

by betulo 2008. 5. 26.
728x90
눈으로 봐서는 구별을 못하고 꼭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봐야 아는 사람들이 있다. 좀 더 고상한 속담으로 표현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혹은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린다.'라고 한다. 요즘 지난 정부부터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높으신 양반께서 똥/된장 속담의 최신 버전을 내놓았다. 그분의 자주성(국민들이 뭐라 하든 내맘대로 한다)과 민주성(국민들의 의견을 두루 들은 다음 내 맘대로 한다)에 경의를 표한다. "광우병이 발생하면 쇠고기 수입 중단하겠'읍'니다."

우리는 자주 실수를 하고 나서야 잘못을 땜빵한다. 하지만 그것조차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2006년 국회의원 권영길이 통상절차법안을 발의하고 나서 국회와 정부, 언론과 국민들이 보인 모습이 그러할 것이다.

정부. 영혼없는 공무원이라지만 이건 정말 너무한다. 통상절차법 제정하면 면피가 되니 복지부동하기에 더 좋은거 아닌가?

한때 여당. 한미FTA비준이 먼저니까 통상절차법은 나중에 하자는 발상이 놀라울 따름. 그럴꺼면 농림부장관 해임건의안은 왜 내놓나. 그래놓고 부결되는건 또 무슨 경우람.

지금 여당. 야당일때는 막무가내정권이라고 떠들다가 여당되서 막무가내 하니까 좋아?

언론과 국민도 비판에서 자유롭진 못할거 같다. 좀 더 관심을 갖고 비판하고 촉구하고 압박했어야 했다. 그 법 하나 없다고 뭐 달라지나 하는 생각의 결과는 오늘 이 엄청난 난맥상이다. 물론 언론과 국민들이 난맥상을 초래한 건 아니라 할지라도. 지금 정부를 뽑은 건 결국 언론과 국민이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통상절차법만 제정했어도 지금같은 쇠고기 파동과 같은 사회적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통상전문가인 변호사 송기호가 국회에 계류 중인 통상절차법안이 휴지조각이 될 처지에 놓인 것을 아쉬워하면서 한 지적이다.

이 법안은 권영길, 이상경, 송영길, 정문헌 등 네 의원이 2006년과 2007년에 걸쳐 각각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지난 20일에야 이들 4개 법안을 통합한 위원회대안을 내놓았을 뿐 2년이 넘도록 사실상 법안을 방치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법안심사소위에서 일부 논의를 했지만 지난해 6월에는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이 공석이라는 이유로,10월에는 당시 범여권의 거부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했다.

이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된다면 정부는 해마다 조약체결계획을 수립, 이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특히 통상조약인 경우, 반드시 이해 관계자와 관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해야 한다. 또 외교통상부장관은 협상의 주요 진행상황을 국회에 보고해야 하고 국회는 다수의 상임위원회 소관과 관계되거나, 다수의 법률의 제·개정을 동반하는 조약의 경우 그 비준동의안을 심사·의결하기 위해 조약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정부는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로 조약에 관한 보고나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법안은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은 애초 통상절차법 제정에 의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민주당에서도 당내 의견조율이 안돼 있기 때문이다.

권영길 의원실 관계자는 “처음 발의했던 통상절차법안은 위원회 대안보다 훨씬 강경한 조항을 담고 있었지만 현실적 제약과 시급성을 감안해 위원회 대안을 수용했는데 통과가 안돼 안타깝다.”면서 “이번 국회에서 제정안되면 18대 국회에서라도 반드시 통과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사 송기호는 “통상절차법 제정은 통상절차에 대한 국민적 합의 과정이 생긴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정부가 제도적 기초도 없이 각 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려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적 혼란을 생각한다면 하루빨리 통상절차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쇠고기파동은 기본적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책임이지만 통상절차법안을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은 국회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 2008년 5월23일자 6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