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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쇠고기 헌법소원제출...세상을 바꾸는 공익소송

by betulo 2008.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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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방침에 반발,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이 추진 중인 ‘협상무효 고시무효를 위한 국민소송’은 공익소송이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고시에 대한 헌법소원, 효력정지가처분 소송에 동의한 청구인단은 10만명을 넘었다.

민변은 5일 예정대로 헌법소원을 하기로 했다. 정부에서 미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을 요청했으나 중대한 사정변경 사항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시 연기에 따라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은 내지 않기로 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계기로 사회를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는 공익소송을 살펴본다.

  이런 가운데 민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와 공동으로 지난달 29일 공익소송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대표적인 공익소송 사례소개와 함께 공익소송 활성화 방안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다. 사회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고 하는 공익소송에 대한 법조인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공익소송이란 적절한 법적 구제를 받지 못한 공적 이익을 법적 절차를 통해 구제하는 것을 말한다. 공익소송을 통한 판결은 집행력이 있을 뿐 아니라 동일한 사건의 다른 피해자나 유사한 사건에 그대로 적용돼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거둘 수 있고 정책 형성 기능도 수행한다. 2000년 결성된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 등이 위헌소송 제기 등 공익소송을 통해 결국 2005년 5월 민법 개정으로 호주제가 폐지되고 2008년부터는 호적등본제도가 가족등록부로 대치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강신하 변호사는 최근 공익소송 경향으로 “법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민단체가 주도하고, 제도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변호사와 전문가가 결합한 조직형태로 제기하며, 공익에 대한 직접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시민단체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현재 공익소송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곳은 법조계에서는 민변과 공익로펌인 공감이며 시민단체로는 참여연대, YMCA,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소비자시민모임, 녹색소비자연대 등이다.

어려움 많아…“집단소송제 도입해야”

 대표적인 공익소송들

백화점 변칙사기세일 소송

  소비자단체가 소비자를 대표해 법적투쟁을 한 최초사례다.소비자시민모임은 소비자 52명을 대표해 1989년 변칙 사기세일을 실시한 10개 백화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대법원은 1993년 소비자들의 위자료 청구를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이 소송은 현행 소송제도를 이용해 집단소송의 효과를 거두었다는 의의가 있다.

김포공항 항공기 소음피해 소송

  이 소송은 처음부터 시민단체가 기획하고 주민들을 설득해 시작한 전형적인 기획소송이었다.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 등은 반년 가까이 지역주민들을 설득해 2000년 1월 115명을 원고로 김포공항공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으며 2002년 1심에서 승소했다.그후 2005년에야 대법원에서 원고 일부승소를 인정한 고등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무선 인터넷 요금 반환청구소송

  휴대전화 무선데이터요금이 고액에 이를 가능성에 대해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이동통신사 4곳을 상대로 2006년과 2007년에 걸쳐 데이터요금과 정보이용료 전액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지난해 10월 4곳 가운데 SKT에 대해서는 일부승소했으며 현재 2심이 진행중이다.다른 세곳에 대해서도 소송이 진행중이다.

교복소송

  서울YMCA와 교복공동구매운동 전국네트워크는 2002년 1월 교복 제조 대기업 3사의 담합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지법은 2005년 학부모 원고들에게 2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이 소송은 전국의 중고등학교 학부모 3525명이 참여한 대규모 공익소송으로, 담합에 따른 손해배상을 판결한 최초 사례였다.

  공익소송이 활성화되는 추세지만 전문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들은 소송을 위한 원천정보 확보, 대규모 소송인단 모집과 정리, 재정확보와 소송기간 등을 대표적인 어려움으로 꼽는다.

  최영동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대구에서 소음피해와 관련한 공익소송을 위해 자료를 아무리 뒤져도 소음 정도를 측정한 자료를 구할 수가 없어 소송을 포기한 적이 있었다.”면서 “환경침해나 소비자피해의 경우 피해를 입었다는 건 알아도 구체적인 입증자료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원은 국가나 기업이 가진 정보에 시민들이 접근하기가 힘들다는 점을 고려해 원고들의 입증책임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몇 년씩 걸리는 소송기간과 그에 따른 비용문제는 고질적인 어려움이다. 추선희 서울YMCA 간사는 “2001년 중고등학교 교복 가격 담합에 대한 공익소송 당시 원고로 참여시킨 피해자 3525명의 개인별 데이터를 작성하는데만 2개월 동안 업무마비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는 소송비용에 대해 “참가인단에게는 인지대 정도만 받고 변호사들의 무보수 자원봉사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헌신에 의존한다.”면서 “공익소송 참여변호사들이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안하겠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일부 피해자들이 공익소송에서 승소하면 다른 피해자들은 소장을 그대로 복사해 소송 걸면 승소하는 구조”라면서 “현재로선 앞장서서 공익소송에 나서기 어렵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단소송제도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피해자를 일일이 모집하지 않아도 승소판결의 효력이 피해자 전원에 미쳐 공익소송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 간사는 “공익소송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기업도 소비자를 더 염두에 두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공익소송 활성화를 위해 원고적격 확대를 주문했다. 그는 “환경소송의 경우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원고 적격을 오염으로 인해 직접 피해를 입은 자로 한정할 경우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자는 구제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소송비용을 마련하기 힘든 소액, 다수 피해자들의 피해구제를 위해서는 소비자단체나 환경단체에게 직접 원고적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이와 함께 공익로펌 활성화를 강조했다. 그는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면 미국처럼 미국처럼 환경, 에너지 등 전문분야별 공익로펌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공익로펌은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이 유일하다.

“법 만능 태도 경계”

  공익소송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선 “모든 사회공익활동을 소송으로만 해결하려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회적 공론화를 시킨 다음에 공익소송을 내면 승소 여부와 상관없이 쟁점화가 가능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소송 먼저 제기했다가 패소하면 운동 자체가 지지부진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일자 : 2008-06-04 16면

 “소외되기 쉬운 권리 찾아 집단적인 이익으로 전환”
장유식 민변 공익소송위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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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유식 민변 공익소송위원장은 “공익소송은 변호사의 사익이 아닌 사회전체의 공익을 염두에 둔 활동이란 의미가 있다.”면서 “공익소송은 변호사로서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는 중요한 활동이지만 그렇다고 공익소송 만능에 빠지지 않는 신중한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익소송이 왜 중요하다고 보는지.

  -공익소송은 개인의 권리 차원을 넘어서 사회집단적인, 일반분쟁해결로는 소외되기 쉬운 권리를 발굴하고 기획해서 찾아내 집단적인 이익으로 전환하는 소송이다. 공익소송은 작은권리 찾기이자 민생을 위한 과정이다.

  →리니지 소송이나 옥션 소송 등과 어떻게 다르다고 보나.

  -뿔뿔이 흩어진 권리를 찾고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리니지 소송이나 옥션 소송 등은 기본적으로 변호사들의 영리활동이 크다. 그렇다고 의미가 없진 않다.경제적 이익을 추구한다고 나쁘게 볼 것도 아니다. 변호사들이 지적재산권이나 소비자문제 등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공익소송은 참여하는 변호사들이 무보수로 일하거나 실비만 받고 수행하고 시민단체들과 함께 ‘공익’을 목적으로 한다. 이익이 발생해도 공적기금으로 조성한다.

  →모든 사회적 쟁점을 법적절차로만 해결하려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동의한다. 법 위에 정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법적 분쟁으로 가게 되면 문제가 더 어려워지거나 불필요한 분쟁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사회운동 방식으로 하거나 정치적 해결을 충분히 검토한 다음에 공익소송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공익소송은 꼭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공익소송이 만능은 아니다. 

→민변 공익소송위원회를 소개해 달라.

-90년대 후반 민변 활동을 인권변론에서 공익소송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결의에 따라 만든 상설위원회다. 공익소송은 민변이 지향하는 핵심 사업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식 위원은 30여명이다. 현재 공익소송위원회는 민생과 관련한 사안을 중심으로 공익소송활동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는 중소기업 하도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팀을 만들어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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