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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장그래 없는 나라 만드는 총파업 벌일 것"

by betulo 2015.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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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을 안해도 잘사는 나라는 좋은 나라다. 하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파업도 못하는 나라는 상상하기도 싫은 나라다. 한겨울에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할 때 머리를 감으면 곧바로 얼어서 백발이 되는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은 문자메시지와 전화,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격려를 해주는 이름모를 수많은 시민들 덕분이었다. 그분들을 믿고 ‘장그래’가 정리해고와 계약해지 걱정 없이 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  

 선거운동 당시부터 줄곧 총파업을 강조 전국민주노동조합(민주노총) 위원장 당선자 한상균(52)은 인터뷰에서도 ‘총파업 조직’이 정당하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우선 내년 상반기에 공무원연금 개악, 간접고용 문제 등 노동현안 관련 집중 투쟁을 이어나가고, 전국적인 ‘박근혜에 맞선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사정위원회에 대해서도 “생색내기 몇개를 빼고는 일방적인 희생만 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들러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상균은 2009년 쌍용차 노조 파업 당시 노조위원장이었다. 파업 이후 해고된 그는 2012년 11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송전탑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첫 직선제로 치뤄진 이번 민주노총 선거에서는 결선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투표분 중 18만 2249표(51.62%)를 얻어 당선했다. 그는 “현장 조합원들의 분노와 각오를 확인한 만큼 내년 2월 12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의 구체적인 방법과 일정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한상균에게 고공농성 당시 경험담을 물었다.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한겨울이라서 체감온도가 상상을 초울했습니다. 머리를 며칠에 한 번 감으면 바로 얼어서 백발이 됐어요. 물을 한 번 끼얹고 싶은데, 그럼 온몸에 얼음이 달라붙었던 느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송전탑이다 보니 눈이라도 내리면 고압전류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데 왜 두렵지 않곘습니까. 페이스북과 트위터, 문자메시지, 전화로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격려를 해줬던 게 가장 잊을 수 없는 기억입니다. 한국사회를 걱정하는 많은 시민들이 연대를 해줬습니다. 사실 희망버스 이후 나타난 운동의 새로운 흐름입니다. 그 분들이 지금도 쌍용차 문제에 연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현재 노동조건은 외환위기 당시보다도 절박하지만 정부는 그때보다 더 가혹하게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다”면서 “노·정 문제에서 분수령을 만들겠다는 게 우리 목표였다. 선거운동 자체가 총파업 조직을 위한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한상균은 “현 정권의 폭주가 속도를 더 내고 있다”면서 “언제든지 우리를 탄압하는 것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에겐 공약에서 밝힌대로 ‘단 한번의 승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총파업 노선에 대해서는 그만한 역량이 되느냐는 우려도 존재하는게 사실이다. 한상균은 이 질문에 대해서는 “처음 민주노총이 직선제를 한다고 했을때도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많았지만 보란듯이 멋지게 성사시켰지 않느냐”면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현장을 돌아보니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분위기가 끓어오르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로서는 정권의 폭력에 앉아서 당할지, 명운을 걸 싸움을 할지 선택지는 둘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한상균은 인터뷰를 하면서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인 장그래를 자주 언급했다. 그는 “민주노총 전체 역량의 절반 이상을 비정규직 문제에 투입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 가능성도 밝혔다. 그는 “장그래(비정규직)가 없는 집이 없을 것이다. 국민, 시민사회와 함께 정권과 자본의 폭주를 막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면서 “장그래를 살릴 수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여야 정당 대표, 관계 부처와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중심이 돼 1월 중 운동본부 발족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 조합원 출신인데다 다수파도 아닌 후보 한상균이 당선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한상균은 “패배를 전제로 출마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면서도 “막상 1위로 결선투표에 올라가고 최종 당선까지 되니 사실 나도 좀 놀라기는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직선제가 아니었다면 일개 해고노동자가 명함 내밀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지지와 믿음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다른 세 후보들을 초청하는 원탁회의를 개최하려 한다”면서 “전체 노동진영의 단결을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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