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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고지혈증, 우습게 보다 큰 코 다친다

by betulo 2015.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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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나건강씨는 얼마 전 생애전환주기 건강검진을 했던 결과를 받아들고 잠시 머리가 멍해지는 충격을 받았다. 지금껏 건강만큼은 누구보다 자신있다고 믿었는데, 진료결과에는 ‘고지혈증’이란 낯선 단어가 적혀 있었다. 고지혈증이 무엇이고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간단한 설명을 듣고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른 것은 ‘이러다 내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기라도 하면 처자식은 누가 돌보나’하는 불안감이었다. 그는 새해 목표 첫머리에 ‘건강관리’를 써 넣었다. 구체적인 행동계획도 짜기 시작했다. 그가 깨달은 건 결국, 건강관리에 왕도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였다.


 고지혈증이란 간단하게 말해서 혈액 속에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수치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은 상태를 말하다. 콜레스테롤이란 혈중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기름, 지방 같은 물질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장기육 교수는 “고지혈증이 그 자체로 어떤 증상을 보이는 건 아니지만 혈중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증가가 동맥경화,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등을 일으키는 위험요인이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총콜레스테롤이 240mg/㎗을 넘거나 중성지방이 200mg/㎗ 이상일 때 고지혈증이라고 부른다. 


 콜레스테롤이라고 해서 다 나쁜 건 아니다. 우리 몸의 혈중 지질은 크게 지방산, 중성지방, 콜레스테롤로 구성되어 있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서 세포막, 몇몇 호르몬 등을 형성하고 세포를 재생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다. 콜레스테롤은 다시 동맥경화를 촉진하는 저밀도 (LDL) 콜레스테롤과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고밀도 (HDL) 콜레스테롤로 나눌 수 있다. 저밀도 콜레스테롤은 혈중 총 콜레스테롤의 3/4를 차지하며 간으로부터 세포로 콜레스테롤을 운반하고 신체 요구량보다 많을 경우 혈관벽에 들어붙어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고지혈증의 원인에 대해서는 나쁜 소식과 ‘덜 나쁜 소식’이 교차한다. 나쁜 소식이라면 나쁜 식습관과 잦은 음주 등이 원인이 되는데다 자녀들에게 유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식이요법과 운동을 통한 체중조절만 해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건 불행 중 다행이다. 고지혈증은 혈관에 찌꺼기가 끼면서 혈관이 좁아지는 동맥경화를 일으키지만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중풍과 말초동맥질환 등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증세를 느끼기 쉽지 않기 때문에 평소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꾸준한 관리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한국인에게 고지혈증이란 이제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2008년만해도 고지혈증 진료인원은 약 75만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약 129만명으로 연평균 증가율이 11.5%나 된다. 남녀 모두 60대 진료인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50대와 70대가 뒤를 이었다. 눈여겨 볼 대목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고, 특히 60대는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나 더 많은 진료인원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심장내과 전동운 교수는 “고령일수록 지질대사가 감소하는데다, 특히 여성은 폐경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지혈증을 치료하는데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은 역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진들이 강조하는 것은 먼저 술은 고혈압과 뇌졸중 위험이 있으니까 마시지 않는게 좋고 마시더라도 주 1~2회 이내로 하고, 1회는 2잔 이내로 마시도록 하라고 권한다. 사실 많은 직장인들로서는 이 부분이 가장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까진 없다. 당장 술자리를 줄이는게 힘들더라도 식습관만이라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채소, 과일, 현미 같은 미정백 곡물, 저지방 우유, 생선, 올리브유, 닭고기, 너트류를 중심으로 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을 추천한다. 포화지방산이 많은 동물성 기름, 트랜스지방이 많은 감자튀김, 스낵류 등은 가급적 주의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콜레스테롤 자체가 많은 계란노른자, 간, 곱창, 오징어, 새우, 장어, 창란젓 등도 주의가 필요하다. 


 운동 역시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상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운동은 중등도 이상의 강도로 40분 이상씩 주 3-4회 정도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한번 운동을 하면 우리 몸의 대사 개선 효과가 24~72 시간 정도 지속되기 때문에 적어도 사흘에 한 번은 운동을 해야 한다. 여기서 중등도 이상의 강도는 빨리 걷기 이상의 강도를 뜻하며 약간 숨이 차오르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운동 중에 노래를 불러봐서 숨이 차지 않고 편안하다면 운동 강도가 약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우리 몸의 콜레스테롤 총량은 약 140 g 정도인데 그 중 음식을 통해 매일매일 섭취되는 양이 약 1%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곽수헌 교수에 따르면 우리 몸의 콜레스테롤은 음식 이외의 경로를 통해서도 그 농도가 조절된다. 일부 환자에서는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철저히 해도 원하는 만큼 콜레스테롤이 낮아지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유전적 요인으로 콜레스테롤이 잘 조절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기본으로 하되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을 병용하는 것이 좋다.

 

 곽 교수는 오메가-3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인을 포함한 1만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오메가-3를 약 6년간 복용해도 심혈관 합병증이 감소하지 않았다”면서 “등푸른 생선을 통해서 섭취하는 오메가-3는 몸에 이로울 수 있어도 이것이 정제 고농축된 약은 별로 효과가 없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좋은 식습관과 규칙적 운동, 체중 조절이 가장 중요함을 다시 한번 상기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2014년 12월26일자 서울신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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