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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미국 패권주의는 후퇴하고 있는가 (2004.2.14)

by betulo 2007.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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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패권주의는 후퇴하고 있는가
[한국사회포럼2004 지상중계] 우리 안의 미국, 미국을 넘어
2004/2/14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연대와 진보로의 전환”을 위한 한국사회포럼 2004가 1백여개 단체 7백여명의 활동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13일부터 15일까지 수원 한국방송연수원에서 개최되고 있다. 시민의신문은 한국 사회포럼 2004 행사를 공식 후원하고 있다. 시민의신문·NGOTIMES은 한국사회포럼에서 쏟아져나온 시민사회·학계·활동가의 고민과 주장을 지상중계한다. <편집자주>

 

‘우리 안의 미국, 미국을 넘어’ 토론회에서는 △미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민족적 관점과 국제주의적 관점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 등을 둘러싼 치열한 토론이 전개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기 보다는 원론적인 의견차이를 드러내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토론회를 지켜본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80년대부터 계속된 노선투쟁의 잔재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 우리 안의 미국-미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미국을 보는 관점과 관련해서는 현단계 미국 헤게모니의 경향과 전망에 대해 논쟁이 있었다. 김민웅 목사(재미언론인)는 “미국은 세계자본주의 체제 내에 발생한 자본축적의 위기를 공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독점 대자본과 군사주의 세력이 동맹을 형성한 파시즘 국가”로 규정했다. 김 목사는 “미국 부시정권의 전쟁국가 강화와 파시즘 동맹은 다름 아닌 세계적 차원의 미국의 지위약화에 대한 ‘이행기의 역전(逆轉)을 시도하려는 반동적 위기 대응의 소산물”이며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미 제국의 모순과 한계를 목격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대토론 우리안의 미국, 미국을 넘어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이 토론
            을 진행하고 있다. <강국진 기자>

 

윤영상 민주노동당 평화군축운동본부장은 김 목사의 분석에 동의하면서 “전세계의 다양한 국가, 세력과 항상 갈등과 충돌 속에 존재하는 것이 미국”이라며 “미국은 난공불락이 아니며 민중들의 대응력과 연대에 따라 미국의 위상이 달라진다”고 진단했다.

 

반면 강정구 동국대 교수는 “현단계 미국의 위기는 근본적 위기가 아니라 국면적 위기”라고 주장하며 김 목사 등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패권이란 경제적 군사적 패권이 있다”며 “과연 미국의 패권적 지위에 위기에 봉착했는지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미국 정부가 처해있는 재정적자는 국면위기이지 근본적 위기가 아니며 군사적 패권도 여전히 강고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김 목사는 “미국정책이 위기에 대한 대응인가, 아니면 갖고 있는 힘을 보여준 것인가는 사실 논란이 있다”며 “미국이 갖고 있는 잉여의 힘을 사용한 측면에서는 강교수 말이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공세적 대응을 하지 않으면 국제적 힘을 잃을 것이라는 위기감을 미국이 갖고 있다고 본다”며 “위기에 대한 대응인가 적극적 대응인가를 떠나서 미국의 힘을 역전시키기 위한 힘이 성장했고 미국이 그걸 재역전시키기가 힘들어진게 현실”이라고 반박했다.

 

이회수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은 강 교수의 반론에 대해 “미국의 패권적 지위 약화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로만 접근할 게 아니다”며 “너무 안일하게 보는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하영 다함께 운영위원은 “미국자본주의의 경제적 위기가 절대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인정하면서도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가 약화된 것은 저항의 강도가 강해졌기 때문”이라며 “제국주의가 약점을 드러내는 고리가 반전운동에 있으며 그것이 바로 이라크전쟁”이라고 말했다.

 

 

■ 미국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민족적 접근과 국제주의적 접근 논쟁


 

정대연 민중연대 정책위원장은 “국제주의적 접근과 민족적 접근을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의 반전반미운동이 국제주의적 시각과 전망을 갖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국제 반전반미 운동세력과 연대를 강화하고 전세계적 범위에서 반전반미연대전선을 강화하는 것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민족자주를 주장하는 것을 마치 국제적 반미반전운동과 대립하는 부르주아적 접근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명백한 오해”라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민족국가 단위의 반미반전운동은 국제반미운동의 중요한 동력”이라며 “한국의 사회운동진영이 한반도에서의 반전반미운동을 책임지는 태도 위에서 국제적 반미연합전선을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족적 접근의 한계를 지적하며 국제주의적 접근을 강조하는 의견도 강하게 제기됐다.

 

이회수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은 “반미운동을 국제주의적 관점에서 혁신하고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주의적 관점에서 반전반세계화 전선을 강화함으로써 미제국주의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면 자주통일운동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형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하영 위원은 “반미운동을 민족자주운동으로 보는 시작은 제국주의를 서방 자본가 계급들의 제3세계 착취를 뜻하는 것으로 협소하게 정의하고 제국주의 열강들 간의 경쟁과 전쟁몰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반제국주의 운동은 아래로부터 대중을 동원하는 운동이 되어야 하고 세계적 반전 반자본주의 운동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영상 민주노동당 평화군축운동본부장은 “다양한 함의를 갖는 민족을 노동자 민중 중심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며 “분단과 민족문제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고 반미를 접근하는 방식은 현실을 너무 단순화하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민족문제에 대한 접근을 마치 몰 민중적인 것으로 보는 것은 오해”라며 “민족문제로 가장 고통받는 게 민중”이라고 반박했다.

 

 

■ 우리 안의 북한-북핵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우리 안의 미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우리 안의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논쟁으로 이어졌다. 특히 그리고 2차 6자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민족적 접근과 국제주의적 접근을 북핵문제에 어떻게 대입할 것인가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구체적인 논의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데 그쳐 심도있는 토론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진보진영이 민족공조를 강조하면서 핵문제에 구체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그 결과 반핵이라는 세계적 쟁점을 보수진영이 선점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국민적 여론은 반전반핵이며 진보진영이 반전반핵을 명확하게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 대표는 “북핵문제에서 민족공조가 안되면 국제공조도 안된다”며 “주변국가 특히 미국으로 하여금 한반도의 평화과정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웅 목사도 “남북정상회담, 조일수교협상 등으로 동북아 지배력에 균열이 생기자 그걸 막기 위해 미국이 제기한 게 핵문제”라며 “민족공조가 안되면 위험한 상황이 닥칠 것”으로 경고하면서 남북공조를 강조했다.

 

윤영상 평화군축운동본부장은 “미국의 힘에 맞서기 위해 북한이 핵을 가지려 한다는 식의 접근은 스스로 자신의 개념에 도취되어 대중한테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원= 글, 사진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2004년 2월 14일 오전 7시 53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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