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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2 21:45

슈틸리케 경질? 대한민국 축구감독 잔혹사

4월 3일 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열리는데 이 자리에서 슈틸리케 감독 재신임 문제도 다룬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체로 '슈틸리케 잘라야 한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두가지 가능성이 있고 그에 맞는 두가지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다. 양자택일이다. 중간은 없다. 

1. 슈틸리케 경질: 한국축구 폭망

2. 슈틸리케 재신임: 한국언론 열폭

당신은 어느 쪽을 지지하십니까. 저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생각입니다. <2017.04.02.>


 한동안 뜸했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경질’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대표팀이 승승장구할 때까지만 해도 ‘갓틸리케’로 칭송받던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이 남의 탓만 한다는 ‘탓틸리케’로 불리며 경질 여론에 시달리는 신세가 됐다. 27년 만에 한국을 아시안컵 결승까지 올려놓았고 K리그 경기를 꼼꼼히 챙기며 한국 축구 분위기를 일신했던 업적은 잊은 듯 보인다. 사실 축구대표팀 감독 경질 논란은 월드컵을 전후해 거의 연례행사였다. 어떤 면에서는 슈틸리케 감독이 2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한국 축구 현실에선 이례적일 정도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잔혹사를 짚어 봤다. 

 

 “지난 12년 동안 대표팀 감독이 몇 번이나 바뀌었나. 평균 15개월 정도다. 항상 감독을 새로 선임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감독들이 바뀌면서 경기력 향상이나, K리그 발전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나는 내일이라도 나가면 그만이지만 새 감독을 선임할 때는 그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2016년 10월 13일,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에서 이란에 1-0 패배를 당했던 슈틸리케 감독이 인천공항에서 열린 귀국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최종예선 4경기에서 2승1무1패(승점 7)로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에 밀려 A조 3위를 기록 중인 대표팀을 향한 질타가 쏟아지는 와중에 경질설까지 나온 데 대한 반응이었다. 경기에 진 뒤 선수들을 비난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발단이 되긴 했지만 냉정히 보면 ‘말실수’가 없더라도 경질 논란은 나올 법했다. 



 ‘FC코리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축구 국가대표팀은 ‘5000만 축구전문가’들의 관심에 1년 내내 노출돼 있다. 찬사와 비난은 숙명이나 다름없다. 그나마 국가대표 주전급 선수들은 명단에 들지 못하면 그만이지만 감독은 얘기가 다르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창 ‘갓틸리케’로 칭송받던 지난해 11월 18일 기자회견에서 “내가 축구인으로 살아온 지 40년이 넘었다. 아마 앞으로 2연패만 당해도 이런 평가는 180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슈틸리케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그동안 아시아 최강을 자부해 왔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 출전하며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월드컵 진출을 이뤄냈다. 그리고 1986년 멕시코월드컵을 시작으로 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1986년부터 1998년까지 월드컵에서 치른 12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2002 한·일월드컵에선 4강에 올랐고 2010 남아공월드컵에선 16강을 이뤘다. 아시아 국가로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히딩크도 경질 요구 시달려

 언뜻 대기록을 세운 듯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두운 그림자 역시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월드컵이 끝난 뒤 선임된 감독이 다음 월드컵에 나간 적이 없다. 한국 축구계는 4년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지금은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거스 히딩크 전 감독조차 ‘오대영’이라는 비아냥 속에 빗발치는 경질 요구를 들어가며 월드컵을 준비했다. 전문가들조차 ‘한물 간 감독’, ‘언제까지 실험만 할 거냐’, ‘체력훈련은 뭐하러 하느냐’ 등 비난 행렬에 동참했다. 


 어찌 보면 히딩크가 감독을 물러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앞서 차범근 전 감독은 1998 프랑스월드컵 경기 도중 물러나는 치욕을 겪기도 했다. 네덜란드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0-5 대패를 당하자 바로 경질했다. 히딩크 감독 이후 2003년 감독을 맡은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은 1년 1개월 만에 경질됐고, 이어 요하네스 본프레러 감독 역시 1년 3개월 만에 물러나야 했다. 긴급히 선임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9개월간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결국 2006 독일월드컵은 첫 원정 1승 기록에 만족해야 했다.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뒀던 2002년과 2010년, 그리고 저조한 결과가 나왔던 2006년과 2014년은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2002년과 2010년에는 히딩크와 허정무 두 감독이 협회의 지원 아래 장기적인 목표 속에서 월드컵을 준비했고 각각 4강과 16강 진출을 이뤘다. 반면 2006년과 2014년은 모두 4년 동안 감독 세 명이 맡으며 대표팀이 표류했고 성적 역시 기대에 못 미쳤다. 선수들을 소집해 훈련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짧아 긴 호흡을 갖고 준비를 해야 하는 걸 감안하면 예정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2006 프랑스월드컵이 끝난 뒤 대한축구협회는 장기적인 안목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히딩크·아드보카트 감독 당시 코치로 일하며 한국 추구를 잘 알고 능력을 검증받은 핌 베어벡 감독과 4년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1개월 만에 물러나야 했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대표팀의 강력한 수비전술을 완성한 데다 2007 아시안컵에선 6경기 3실점을 기록하는 등 4백 수비전술을 완성했다는 업적에도 불구하고 성적부진이란 화살을 비켜 가지 못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준비 과정은 더욱더 심각한 난맥상을 보였다. 축구협회는 최종예선을 앞두고 성적부진을 이유로 조광래 전 감독을 급작스레 경질했다. 조 전 감독은 언론보도를 통해 자신이 경질됐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축구협회는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실패하자 최강희 전북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겼다. 하지만 애초에 국가대표팀 감독에 마음이 없었던 최 감독은 최종예선까지만 감독을 맡겠다고 공언했고 물러났다. 축구협회로선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쓴 홍명보 감독 말고 달리 대안이 없었다. 


 냉정히 보면 1년 만에 월드컵 16강 진출 목표를 이루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시간이 부족했던 홍 감독은 자신이 조련했던 20세 이하(U-20) 대표팀과 런던올림픽 대표팀 위주로 팀을 꾸릴 수밖에 없었다. 홍 전 감독은 최근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단기간의 성적을 통해서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충분히 감독으로서의 기량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미덕도 필요할 것”이라는 말로 논문을 마무리 지었다.

 

 독일은 10년째 같은 감독이

 ‘독이 든 성배’를 넘어 ‘독만 든 성배’ 소리를 듣는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처한 현실은 축구강국과 비교해 보면 더 분명히 드러난다. 슈틸리케 감독이 히딩크 이후 9번째 감독이고, 최근 30년간 대표팀 감독을 23명이 거쳐 갔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 영국은 지난 30년 동안 대표팀 감독이 각각 6명과 9명, 13명에 불과하다. 요아힘 뢰프 독일 대표팀 감독은 2006년부터, 디디에 데샹 프랑스 대표팀 감독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일본만 해도 최근 30년간 감독이 12명이다.(여기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한국축구는 아직까지 4년을 한 감독에게 맡기고 월드컵을 준비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대표팀 감독을 그렇게 자주 바꿔서 우리가 얻은 게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문제가 된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비난 발언 문제에 대해서도 “그건 본질적인 접근이 아니다. 특정한 발언을 비판하고 경질 여론이 높아지는 전개는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베어벡 전 감독이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나면서 했던 쓴소리는 지금도 유효하다. 


“한국 국가대표 축구 팬이라 주장하는 몇몇 사람은 정말 말도 되지 않는 환상에 젖어 있다. 그들은 평소 축구를 위해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대표팀은 언제나 브라질처럼 플레이하기를 원한다. 또 자국 리그는 외면하면서도 세계적인 선수가 나오길 갈망하고 선수들이 목표점에 다다르지 못하면 그들을 범죄자보다 더욱 혹독하게 비난한다. 그리고 그런 자신들의 태도가 굉장히 정당한 것이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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