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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3:23

시사IN을 응원한다


   이 글을 읽는 분이 남성이라면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 보기 바란다. '내가 옷을 갈아입거나 목욕하는 모습, 심지어 화장실에서 오줌누는 모습을 누군가 몰래카메라로 촬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 나도 그렇고 거의 모든 남성들은 그런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솔직히 말해서, ‘그걸 온라인에 올린들 누가 관심이나 갖겠나’ 하는, 묘한 안도감도 있다. 


 그렇다면 남성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면 어떨까. 살면서 ‘내가 강간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을 느껴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가. 십중팔구 없을 것이다. 밤늦게 술을 먹고 늦게 들어가더라도 당신의 어머니나 아내는 ‘그러다 강도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혹은 ‘넘어져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하냐’고 걱정할지언정 ‘밤늦게 취해서 집에 오다 뒷골목에서 나쁜 놈(혹은 년)에게 잘못 걸려 강간이라도 당하면 어쩌나’하는 불안에 떨진 않는다.

 

 어떤 사회에서 소수자를 구분하는건 뜻밖에 쉽다는 생각을 해본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보면 금방 소수자를 찾아낼 수 있다. 외국인 중에서 금발을 한 서양인이라면 한국을 찾은 손님으로서 환대받을 것이다. 혀를 찰지게 굴리며 ‘안녀하쎄여’라고 인사라도 하면 또 얼마나 화기애애해지겠는가. 반면 피부색이 검으면 검을수록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소수자란 그런 존재가 아닐까. 


 소수자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꽤 그럴듯한 방법이 또 있다. 10년도 더 전에 홍세화 선생이 인권연대 강연에서 알려준 건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에게 “너 전라도 사람이냐”라고 물어보면 어떤 느낌이 딱 든다. 그게 잘 이해가 안간다면 “너 경상도 사람이냐”라고 물어보라. 전자는 익숙한 언어습관 속에 존재하지만 후자는 매우 어색한 느낌을 받는다. 그건 유럽에서 “너 유대인이냐” 혹은 “너 집시냐”라고 묻는 것과 "너 프랑스 사람이냐"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은 맥락 속에 존재한다. 


 한국에서 여성은 소수자인가? 맞다. 한국에서 여성은 약자인가? 틀림없다. 여성은 여학생, 여대생 여사원, 여사장, 여검사, 여성판사 등 여성을 특정하는 호칭과 함께 등장한다.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몰래카메라 관련 뉴스 가운데 피해자가 남성인 경우를 나는 지금껏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성폭력 사건은 또 어떤가. 강남역 인근에서 한 무고한 여성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 한 후배가 페이스북에 ‘자신은 언제나 하루 하루 성폭력 공포를 의식하면서 살고 있다’는 글을 올린 걸 봤다. 솔직히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가 그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이렇게 항변하는 남성들도 있을 것이다. 남성도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남성도 남자라는 이유로 피해보고 손해보는게 많다. 맞다. 인정한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성폭력은 단순히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에게 가하는 폭력이라고 말이다. 동성애란 그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듯 말이다. 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에 슬퍼하고 가해자에 분노하는 것은 피해자가 여성이고 가해자가 남성이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사람이 사람을 죽인 것에 슬퍼하고 분노한다. 거기에 무슨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 


 나는 시사IN 애독자다. 창간호부터 시작해 지금껏 한 권도 빼놓지 않고 읽었다. 마치 책을 읽듯이 첫장부터 끝장까지 정독하길 벌써 10년째다. 시사IN은 박근혜 앞에서도 당당하고 삼성 앞에서도 꿀리지 않는다. 한마디로 진정한 언론이다. 지지난주에 실린 기획기사 ‘분노한 남자들’ 기사도 꼼꼼히 읽어봤다. 매우 잘 쓴 기사다. 감정에 치우치지도 않았고 주장만 앞세우지도 않았다. 구독중지가 줄을 잇는다는 독자들 반응을 다룬 소식이 오히려 놀랍다. 그 기사가 어딜봐서 구독중지할만한 기사란 말인가.

 

 시사IN 구독 중지하는 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내가 가해자는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한다고 한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만약 어떤 일본 사람이 “내가 식민지배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 당시 가해자들 다 죽었는데 왜 우리한테 사과하라고 그러느냐?”라고 하며 “나는 과거 식민지배에 대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사과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건 옳은 태도일까 아닐까. 그 일본인이 “한국사람들은 틈만 나면 일본을 헐뜯어. 무슨 일이든 결론은 언제나 식민지배라니까. 저런 '남 탓' 근성에 젖어 있으니까 아직도 저 모양이지”라고 말한다면 그건 칭찬받을 발언일까 싸가지 없는 발언일까.

 

 정기구독자 급감은 시사IN에 상당히 위협적인 사태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게 효과를 발휘하면 앞으로 여성인권 옹호하는 기사도 쓰기 힘들어지는 분위기가 생길 것이다. 대안은 있다. 많은 여성분들이 시사IN 구독자가 되어 주시길 바란다. 구독 끊는 분들보다 시사IN 기사를 응원하며 신규 구독하는 분들이 더 많다면, 세상이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뀔 가능성이 조금은 더 높아지지 않겠는가. 


사족: 자칭 분노한 남성들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여성혐오와 남성혐오'가 이 나라를 휩쓸고 있는게 아니다. 이 나라를 뒤덮고 있는 건 '여성(을 향한) 혐오 그리고 남성(에 대한) 공포'다. 피해자 코스프레 좀 그만하자.  


인권연대 기고문을 일부 수정보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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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3
  1. 1 2016.09.14 13:3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ㅋㅋㅋ 저는 남자 유치원 선생이 아이를 학대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는데 그럼 모든 여성 유치원 교사는 우린 쟤들과 달라! 할게 아니라 모든 학대 아동과 학부모들에게 죄송한 마음으로 살아야되는거 맞지요?

    • ㅇㅇ 2016.11.15 01:14 신고 address edit & del

      글을 다시한번 정독좀...그리고 같은 교사로써 부끄럽고 화가나며 학대아동들에게 미안하지 않을까...상식적으로 내일은 아니지만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 모르시는지....성인이시면 알꺼같은데...
      그리고 님이 들은 기억이 없다해서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 정말생각하시는지...?ㅋㅋㅋㅋㅋ참...ㅋㅋ

  2. ㅇㅇ 2017.02.23 17:0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본문에 적힌 이유를 들어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면서 "미러링" 이라는 이름으로 그런 행동들을 정당화 하려는 상황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본문에 나오는 일들이 잘못되었으니 고치자 라는 주장 때문이 아니라 "미러링" 이라는 이름 하에 행해진 일들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