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평소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지인에게 공공도서관 일원화 문제에 대해 물어봤는데 이원화로 인해 주민으로서 누려야 할 문화권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같은 지자체에 있더라도 소속 주체에 따라 회원증부터 달라지는 것을 비롯해 통합도서서비스가 안되다 보니 자료이용도 번거롭다"면서 "비슷비슷한 문화강좌를 따로 운영하는 것도 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거기다 야간개관이나 지역단위 정책수립 과정에서 상호 협조가 안되는 것도 골치거리다.
2. 발제자들도 지적했듯이 공공도서관 이원화는 정책 집행력 약화, 행정기능 중복과 비효율 심화 등 문제점을 발생시킨다. 또한 “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이 지자체 지원금에 의존하다보니 지자체와 교육청 모두 도서관 기반 구축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부실 책임을 상호 전가하는 실정”이라고 할 수 있다.
3. 1991년만 해도 254개에 불과했던 공공도서관은 2001년 400개를 돌파했고 2012년에는 800개를 넘어섰다. 눈여겨볼 대목은 1991년에 지자체 소속은 48개 뿐이고 206개가 교육청 소속이었지만, 지금은 지자체 소속이 614개로 10배 이상 늘어난 반면 교육청 소속은 232개로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이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주민 요구가 급증하면서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작은 동네 도서관을 지은 반면 교육청은 주민요구와 동떨어져 있었던 것은 아닌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해 보인다.
4. 공공도서관 일원화가 맞는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행정 재정 체계를 일원화한다고 모든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듯 하다. 올해 예산을 기준으로 본다면 부산교육청은 전체 도서관 운영비 150억원 가운데 부산시 지원액이 112억원인 반면, 경기교육청은 105억원 가운데 경기도한테 받은 지원액이 500만원 뿐이다. 도서관 업무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사회서비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자체 업무인게 맞다고 인정하더라도 적절한 유인책과 예산지원이 없다면 자칫 하향평준화로 귀결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5. 특히 최근 들어 갈수록 지자체 예산부족이 사회쟁점이 되고 있는 현실에선 적절한 세입인상이 없는 한 도서관 예산이 예산삭감 압박에 가장 취약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더구나 신두섭, 김대욱 두 연구자가 지적한 분권교부세 폐지에 따른 문제는 앞으로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6. 토론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상철 문화연대 정책위원에게 의견을 구했다. 그는 “도서관을 실제 이용하는 지역주민들을 중심에 둬야 한다”면서 “지역사회에서 도서관의 위상과 역할 정립과 아울러 지역주민 참여를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지 고민하는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7. 지자체와 교육청 소속 도서관은 나름대로 장점과 단점이 혼재돼 있다. 교육청 소속 도서관이 지자체 소속보다 사서 비율이 더 높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인 반면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거버넌스에서는 약한 게 사실이다. 지자체 소속 도서관은 숫자도 꾸준히 늘고 있고 지역에 기반한 작은 도서관으로서 발전하고 있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상당수가 도서관이라기 보다는 '독서실' 같다는 지적을 받는 것 또한 사실이다.
8. 우리에겐 더 많은 도서관이 필요하고 더 많은 문화프로그램과 평생학습프로그램이 필요하다. 2004년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중 ‘생활정보가 담긴 각종 문서에 매우 취약한’(1단계 문서해독수준) 사람 비율이 전체의 38%나 되는 반면(OECD 회원국 평균은 22%), 전문적인 정보기술(IT) 등 첨단정보와 새로운 기술, 직업에 자유자재로 적응할 수 있는 고도의 문서독해 능력을 지난(4단계) 사람은 2.4%에 불과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더 그렇다.(4단계 문해 능력은 노르웨이 29.4%, 덴마크 25.4%, 핀란드와 캐나다 25.1%, 미국 19%)
9. 일원화가 단순히 조직도 변화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지역주민과 호흡하며 보편적인 문화권을 높이고 동시에 문해율을 높이는데 이바지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