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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공공외교

[공공외교] 공공외교 세계적 권위자 얀 멜리센 인터뷰

by betulo 2011.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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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외교, 특히 ‘틈새외교’를 21세기 국가전략으로 삼을 것을 한국 정부에게 조언하고 싶다.”

 공공외교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얀 멜리센 네덜란드 앤트워프대학 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이 왜 공공외교에 주목해야 하는지 열정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국내에도 번역된 ‘신공공외교’로도 잘 알려진 멜리센 교수는 네덜란드 국제관계연구소 ‘클링겐델’ 외교연구 프로그램 책임자로서 유럽과 동아시아의 공공외교를 연구하고 있다. 최근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이숙종 교수와 함께 ‘공공외교와 동아시아 소프트파워’를 출간하기도 했다.

 

문: 21세기 국가전략으로서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외교는 이제 더이상 엘리트 관료들이 자기들끼리만 추는 뻣뻣하고 전통적인 ‘왈츠’가 아니다. 이제 외교는 갈수록 늘어나는 비정부 배우가 저마다 자신들의 역할을 내세우는 ‘재즈 댄스’가 됐다. 갈수록 국제화되는 현실에서는 심지어 일반인도 능력있는 외교사절 구실을 하는 게 가능하다. 공공외교는 당연히 국가의 명성에 관한 문제다. 하지만 그것 못지 않게 지역내 발전을 도모하고 국제현안을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에 이바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 한국에게 공공외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공공외교는 한국이 핵심 외교정책으로 삼아도 될 만한 충분한 가치를 담고 있다. 특히 미국이나 중국같은 ‘강대국’ 전략이 아니라 ‘강소국’ 전략을 추구해야 하는 한국은 공공외교를 전략적으로 강화하는 게 좋다. 공공외교는 한국 외교정책을 불시착시키는게 아니라 하늘 높이 날아오르도록 만들어줄 것이다. 공공외교는 경제적 관점이 강한 국가브랜드나 국가홍보에 그치지 않는다. 외교 현장의 전반적인 변화에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문: 분단과 미·중·일·러 4대 강대국에 둘러싸인 조건 때문에 한국에선 ‘틈새외교’가 주목받는다.
 

 -한국에게 틈새외교는 다양한 영역에서 상호 경쟁하는 4강 사이에서 중재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과 연관시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최근 중국은 세계무대에서 경제 위상이 높아진다고 해서 국가의 매력이나 ‘소프트 파워’도 자동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는 점을 실수를 통해 배웠다. 한국은 이런 문제로 고민할 일이 훨씬 적은데 그건 무엇보다도 아무도 한국이 자국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 기인한다.

 틈새외교는 결코 틀에 박힌 개념이 아니다. 틈새외교의 힘은 개발이나 환경 같은 국제 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는 참신한 발상과 근본적이고 건설적인 기여에 대한 감탄에서 우러 나온다. 틈새외교는 무엇보다도 외국 정부 뿐 아니라 촘촘하게 연결된 세계의 다양한 행위자들과 지속가능한 관계를 구축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문: 한국이 공공외교에서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 뭐라고 보는가.

 러시아와 중국은 권위주의적인 방법으로는 외국 대중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을 자랑할 만 하다. 기적같은 경제 성장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제도 같은 질적인 분야 덕분에 국제사회는 한국을 존경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국제 현안에 대한 한국의 관점을 더 주의깊게 경청할 수 있다. 한국은 또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틈새외교를 위한 공론장을 확보했다.

 고전적인 중진국형 틈새외교를 추구했던 캐나다나 호주와 달리 한국처럼 새롭게 부상하는 국가들의 틈새외교는 경제적 고려에 바탕을 둔 국가전략의 요소를 더 중시한다. 요즘처럼 경쟁이 강해지는 경제 환경에서 좀 더 명확한 한국식 공공외교는 우리가 아는 기존 개념을 업데이트한 것으로서 환영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문: 한국 외교통상부는 엘리트주의와 폐쇄성 등에서 많은 비판을 받는다.


 -공공외교는 외교부 조직을 외국 대중들과 훨씬 더 긴밀하게 접촉하도록 만들어준다. 물론 적절한 비밀유지는 예나 지금이나 효과적인 외교활동을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오늘날 외교부는 점점 더 국내외에서 투명한 환경 속에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오늘날 외교는 점점 더 대민 서비스를 위주로 하고 국내 문제와 연계된다. 이 때문에 각국 외교부는 국내 시민사회와 접촉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 세대 안에 근대적 외교부 조직은 천지개벽 같은 변화에 직면할 것이다. 시장 영역과 시민단체 등 여러 비정부 영역과 협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여전히 엘리트주의에 사로잡힌 폐쇄적인 조직으로 남아있다면 외교부는 심각한 정통성 상실에 괴로워하게 될 것이다.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 이를 치유하는 가장 강력한 해독제다. 정부 바깥에 존재하는 다양한 집단과 함께 한다는 것은 외국 정부와 하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다. 하지만 공공외교는 이런 광범위한 외교 환경 변화의 한 부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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