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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식량주권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약한 고리” (2004.6.11)

by betulo 2007.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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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주권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약한 고리”
[인터뷰] 칸쿤투쟁 박민웅 전농 사무총장
2004/6/11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지난해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WTO각료회의 반대투쟁을 벌이던 중 벌어진 이경해씨 자결사건은 신자유주의적 지구화가 한국 농민들에게 끼치는 치명적 결과에 온몸으로 저항한 사건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경해열사의 정신을 계승해 WTO․FTA를 막아내자”는 전국농민회총연맹은 13-14일 열린 세계경제포럼 아시아원탁회의에 반대하는 아시아공동행동에 조직적으로 참여한다. 지난해 칸쿤에서 투쟁했던 박민웅 전농 사무총장(오른쪽 사진)은 칸쿤 투쟁의 경험과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에 나서는 이유를 조목조목 들었다.

 

지난해 9월 10일 이경해씨가 “WTO가 농민들 다 죽인다”고 외치며 자결했을 때 박 사무총장은 멕시코로 가는 비행기에 있었다. “미국에서 비자발급을 안해주는 바람에 프랑크푸르트까지 13시간, 거기서 다시 멕시코시티로 12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야 했다.”

 

 

           

                 지난해 9월 멕시코 휴양지 칸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제5차 각료회의에서
                 故 이경해 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왼쪽)이 자결하기 전 WTO협상 반대구호
                를 외치고 있다. <제공=민중의소리>


 

박 사무총장은 “이경해 열사가 자결한 자리에서 농성투쟁을 전개했는데 많은 해외활동가들이 지지방문을 왔다”며 “특히 멕시코 원주민들과 얘기하고 그들의 삶을 목격하면서 WTO의 본질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전에는 국제연대가 막연하기만 했지만 칸쿤에서 같이 싸우면서 언어와 문화를 초월해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며 “더 열심히 싸우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제일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컨벤션센터 진격투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박 사무총장은 “경찰들이 2중으로 바리케이트를 쳤는데 줄을 걸어서 넘어뜨렸다”며 “나중에 사람들이 20-30Cm씩 줄을 잘라서 기념으로 가져갔다”고 회상했다. “싸움 있고 나서 시내 다니면 사람들이 코리아 넘버원이라고 하더라. 사람들이 너도나도 기념으로 달라고 해서 머리띠, 모자, 티셔츠를 갖고 갔는데 한사람도 못가지고 돌아왔다.”


박 사무총장은 한국 돌아오기 전에 하루 정도 시간이 남아 일행과 함께 마야문명 발상지를 둘러볼 수 있었다. “원주민들은 아무런 사회보호도 받지 못한 채 어렵게 살고 있다. 정부조차 나몰라라 한다. 마야문명 발상지를 찾는 관광객이 던져주는 걸로 근근히 연명한다. 원주민 마을 어귀에 위성안테나 접시가 있더라. 자본은 철저히 오지까지 침투하는구나 하는 걸 느꼈다.”

 

그는 왜 이번 아시아원탁회의 반대투쟁에 나서는 것일까. 그는 “WTO는 모든 나라가 잘 살자는 것을 명분으로 하지만 95년부터 지금까지 제3세계 민중들을 비롯한 한국 농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며 “지난 10년간 농민은 570만에서 350만으로 줄었고 농가 빚은 5-7배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국적자본은 다자간협상이 칸쿤이나 시애틀 투쟁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자 쌍무협정으로 해결하려 한다”며 “그게 바로 자유무역협정(FTA)”라고 강조했다.

 

박 사무총장은 “반세계화와 반WTO, 반FTA가 우리의 대안이자 전략구호”라며 “그걸 무너뜨려야 농민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연대가 중요하다”며 “세계민중들의 공동투쟁을 통해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전농은 이달 브라질에서 열리는 국제농민운동단체 비아 캄파시나 총회에서 식량주권선언 발표와 9월10일 이경해 열사 1주기를 기념하는 쌀재협상반대․WTO반대 식량주권선언 세계공동행동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미 아시아 차원에서 충분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이미 각국 농민단체들이 식량주권을 고민하고 있다. 이를 조직적으로 묶자는 것이다.

 

박 사무총장은 “신자유주의에 바탕한 WTO를 무너뜨는 것만이 농민들이 살 길”이라며 “식량주권은 초국적 자본의 가장 약한 고리”라고 식량주권선언 제기 배경을 밝혔다. 그는 “식량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미국의 전략을 정면에서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벌이는 투쟁을 농민생존권 문제로만 축소해서 보는게 안타깝다. 식량은 언제든 무기가 될 수 있다. 지금도 전세계에 걸쳐 한시간에 4천명꼴로 굶어죽는다. 농업 수급은 이미 불균형하다. 쌀은 국제적으로 국제유통량이 많지도 않다. 미국은 얼마든지 쌀을 무기로 할 수 있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하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개방하면 농업이 무너진다. 처음엔 비싸게 사먹다가 나중에는 돈있어도 못사먹을 수도 있다. 쌀을 주권이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6월 11일 오전 6시 6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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