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뒷얘기

자치단체장 인사전횡 참 쉽죠잉~

by betulo 2009. 9. 15.
728x90
삼사오서(三事五書)란 말을 아시나요? 3천만원 내년 사무관 되고, 5천만원 내면 서기관 된다는 뜻인데 지방자치단체에서 횡행하는 매관매직, 즉 관직 사고팔기 실태를 꼬집는 말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말을 2007년 11월, 정헌재 민주공무원노조 위원장한테서 들었습니다. 당시 그는 저와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지방자치제 이후 매관매직 풍토가 더 심해졌다.”면서 “일선에선 3000만원 주면 사무관, 5000만원 주면 서기관이라는 3사5서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공직사회개혁 공무원들이 앞장서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정 위원장은 “일부에선 단체장 선거비로 쓴 몇억원을 메꾸기 위해 개발사업과 인사비리가 만연하고 있다.”면서 “작은 규모 자치단체로 갈수록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왕이나 국회의원 부럽지 않은 권세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지요.

뇌물까지 가지 않더라도 지방자치제가 된 이후 자치단체 인사비리가 심해졌다는 얘기는 하도 많이 들어서 새롭지도 않을 정도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정 위원장 말 속에 답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체장 선거가 돈잔치로 흐르고 있고, 그걸 보전하는 수단이 개발사업과 인사비리가 됐다는 것이지요. 작은 자치단체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다는 건 쉽게 말해서 ‘감시 사각지대’일수록 부패가 심하다는 뜻이겠지요.

결국 해답은 상식 속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치단체 선거가 돈잔치가 되지 않으려면 선거관리와 자금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겠고요. 개발사업과 인사비리를 막을 수 있는 제도가 있으면 돈잔치를 해서라도 선거에 나서려는 유인이 줄어들겠지요. 시민단체들이 오랫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주민참여예산제와 정보공개 확대 등 정말이지 대안은 간단해서 오히려 식상할 지경입니다.

여기 구체적인 인사전횡 사례가 있습니다. 감사원에서 어제 발표한 문경시 기관운영감사 처분요구서에 나온 내용인데요. 신 시장이 규정 알기를 지나가는 개처럼 하며 인사를 내키는대로 하고 있을 때 공무원 조직 안에서 시장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기사에 보면 신 시장이 남 사무관을 대하는 모습이 갑자기 바뀐게 석연치 않으실 겁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확인해봤는데 돌아온 대답은 “조직 화합 차원”입니다. 두 번 화합했다간 문경시에 하급공무원 씨가 마르겠습니다.


신현국 경북 문경 시장이 공무원 인사고과를 조작해 승진임용을 좌지우지하는 등 인사전횡을 일삼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감사원은 14일 문경시에 대한 기관운영감사 결과, “신 시장이 상대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근무성적평정을 하위권으로 조정하도록 지시하거나 규정상 승진임용이 불가능한데도 편법을 동원해 승진시키는 등 승진임용과 관련, 부적절한 행태를 보였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신 시장은 2006년 7월 시장에 취임하자마자 단체장 선거 당시 상대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남 모 사무관의 근무성적평정을 하위권으로 조정하도록 인사담당자에게 지시했다.

업무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인정받았던 남 사무관은 시장 지시 이후 그 해 하반기 근무성적평정 대상자 29명 가운데 최하위가 됐고 2007년에도 낮은 점수를 받아 승진임용범위에도 들지 못하게 됐다.

신 시장은 또 2008년 12월에는 남 사무관을 서기관에 승진시키라고 인사담당자에게 지시했다. 하지만 인사고과 점수가 낮아져 승진 대상이 안 된다는 보고를 받자 우선 국장 직무대리로 인사발령을 냈다.

2009년 1월에는 인사담당자에게 “2006~2007년 근무성적평정에 많은 불이익이 있어 이를 보상한다.”면서 “실적가점 제도를 활용해 승진시키라.”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지시했다. 결국 그해 2월 남 사무관을 서기관으로 승진시키는 데 성공했다.

감사원은 “신 시장에게 엄중 주의를 촉구하기 바란다.”고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통보했다. 신 시장의 부당한 지시를 이행한 인사과장에 대해서도 주의를 촉구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일반 공무원이었다면 엄중징계를 요구했겠지만 선출직 시장이라 직접적인 징계요구를 할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2009년 9월15일자 서울신문 25면에 실렸습니다.>

감사원(09.09) 문경시 안동시 기관운영감사.hwp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