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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지방재정

지방자치단체 ‘3대 거짓말’ 아십니까

by betulo 2010.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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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재미있는 예산공부 ①
[기획] 시민사회 ‘지자체 예산’ 주목해야하는 이유
2006/6/22

“재정을 알고 판독할 수 있는 사람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미국 경제학자 슘페터) “재정구조가 국가기능을 주로 결정한다. 예산은 각종 이데올로기 장식을 걷어낸 이후에 나타나는 국가의 골격이다.”(오스트리아 사회학자 골트샤이트)

정책을 이해하려면 예산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시민사회가 예산감시운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예산감시운동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구체적인 면에서는 어려움을 느끼는 시민운동가가 적지 않다. <시민의신문>은 정창수 함께하는시민행동 전문위원과 함께 시민운동가를 대상으로 한 공개강좌 ‘알고 보면 재미있는 예산공부’를 마련했다. 강좌는 6월 16일, 6월 30일, 7월 7일, 7월 14일 오후 2시~5시에 시민의신문에서 열리며 시민운동가 누구나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다. /편집자주

<연재순서> 알고 보면 재미있는 예산공부
☞ 1강. 예산과 결산
2강. 한국 예산의 10대 쟁점(중앙정부)
3강. 분권시대 예산의 10대 쟁점(지방정부)
4강. 재정정책과 시민운동

‘예산이 없다. 소외돼 있다. 특별히 사업을 따냈다.’

지방자치단체가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말들이고 많은 이들이 그렇게 알고 있다. 하지만 정창수 함께하는시민행동 전문위원은 이를 ‘지방자치단체의 3대 거짓말’이라고 일축한다.

2004년도 전국평균 재정자립도는 56.2%였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이 수치를 근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정 전문위원은 재정자립도가 지방정부의 재정을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눈속임을 막기 위해서는 재정자립도가 아니라 재정자주도, 즉 자율재원비중을 봐야 한다.

지방재정(일반+특별, 순계) 총규모는 1999년 22.9조원에서 지난해 107조원으로 4.7배가 늘어났다. 지자체 가용재원 규모은 2003년 82조원에서 2005년 96.1조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가용재원 비율은 43:57에서 41.59로 급격히 바뀌었다. 지방재정 성장의 가장 큰 요인은 지방재정이전제도다. 특히 지방재정이전재원 비중 가운데 지자체 자율재원 비중이 늘어 지자체 주도의 지역개발과 역량이 강화됐다. 2003년 당시 자율재원비중은 60.3%였지만 지난해에는 81.4%로 늘어났다. ‘예산이 없다’는 말이 거짓말이라는 증거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지방재정은 복마전이다. 정 전문위원은 지방재정 낭비의 원인으로 먼저 세입과 세출 구조에서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재원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과다한 의존재원은 지자체의 행정서비스 편익과 비용부담을 일치시키지 못함으로써 재정운영에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지방재정운용에서는 △계획성과 예측성 부족 △재정관리 사각지대 존재 △시민적 통제장치 미흡 등이 지방재정을 밑빠진 독으로 만든다. 서울시는 추경예산에서 새로 편성하는 예산이 전체의 30%가 넘는다. 지방재정은 정보공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예산과정에 주민참여도 제한돼 있다.

정 전문위원은 “지자체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방재정에서도 성과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시민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특히 지방재정이전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급격히 증가한 지자체 자율재원 가운데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장애인 등 취약계층과 관련된 사회복지비가 지방에 이양됐다는 점이다. 장애인 복지사업의 경우 총 42개 가운데 26개, 사회복지 시설의 대부분이 지방이양 대상 사업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지자체가 사회복지예산을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복지사업은 지방정부의 정책우선순위에서 밀려나거나 왜곡될 수 있다. 자치단체장은 주민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복지정책이 개발정책에 밀려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장기적 계획없이 생색내기로 복지예산을 집행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자체는 소외돼 있고 예산이 없어서 주민복지와 교육에 돈을 쓰지 않는 게 아니다. 단지 복지와 교육에 돈을 쓰지 않을 뿐이다.”

지방재정이 ‘사회복지 없는 밑빠진 독’이 된 데는 참여정부의 ‘분권정책’이 한몫을 했다. 정 전문위원은 이를 ‘참여정부의 실책’으로 비판한다. 그는 “참여정부는 지방분권이 개혁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혼란과 도덕적해이만 일으키고 있다”며 “이제는 지방분권은 우파, 중앙집권은 좌파의 구호가 됐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 전문위원은 “교육과 복지를 지자체에 맡긴다는 것은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킨다”며 교육과 복지를 중앙정부 관할로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6월 22일 오전 11시 3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55호 9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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