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부적절한 문화연대 성명서

지난해 12월14일 시민의신문 주주총회장. 당시 이형모 전 대표이사, 현 대주주는 '1원1표'의 진수를 보여줬다. 주주자본주의의 힘은 놀라웠다. 뒤로 보이는 사람은 이사회와 사장추천위 등에서 만장일치로 사장내정자가 되고도 대주주의 반대에 밀려 사장선임이 좌절된 남 아무개씨. 두 사람의 표정이 참 많은 것을 말해준다.
먼저 작년 9월부터 시작된 시민의신문 사태 과정에서 문화연대가 보여준 연대성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그것은 제가 당시 시민의신문에 있었다는 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다른 많은 단체들이 무심하게 있을 때 문화연대는 주저없이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시민사회신문 관련 성명은 대단히 부적절해 보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초점이 겹쳐있다는 겁니다. 문화연대는 시민의신문 사태 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의 반응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합니다. 정확한 지적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시민사회신문 창간 부적절로 등치되는건 아닙니다.
각각 나눠서 써야 할 두가지 성명을 한장에 우겨넣은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성명서가 돼 버렸습니다. 단순히 시민의신문에 무심하고 시민사회신문에 유심하다고 해서 시민사회신문이 '부적절한 창간'이라는 '클린턴식 사과'같은 소리를 들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시민사회신문이 시민의신문 사태를 제대로 성찰하지 않은 것 같다는 얘길 하시는데 그것도 과연 얼마나 정밀하게 파악하신 끝에 낸 결론인지 의문입니다. 제가 보기엔 성명서 어디에도 성희롱 문제를 빼고는 시민의신문의 '과'를 제대로 읽을 수 없습니다.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많이 대변했다는 것 말고는 시민의신문의 '공'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시민의신문 공과도 제대로 정리를 못한 상태에서 시민사회신문에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아닌지 또한 의문입니다.
사족을 하나 달고자 합니다. 문화연대는 과연 얼마나 많은 시민의신문 구성원의 생각을 이 성명에 반영했을까요? 시민의신문 안에서도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했습니다. 그것은 시민의신문 사태 몇 년 전부터 계속 이어져 온 장기경향이었습니다.
과연 문화연대는 시민사회단체 창간 부적절이라는 대단히 선정적인 제목을 단 혼란스런 성명서를 내면서 과연 얼마나 많은 의견들을 청취했을까요? 그것이 제가 가장 크게 의문스러워하는 부분입니다.
---<사족 하나 더>---(21일 오후 5시경 썼습니다)
이름도 생각 안나고 연대도 가물가물하지만 영국에 살던 어느 역사학자가 무슨 죄를 지어 감옥에 갇혔다고 합니다. 어느날 밤 감옥 밖에서 두 사람이 대판 싸우는 걸 보고 이 학자 신나게 기록을 했답니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사람들이 두 사람 싸운 것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자기가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만 오고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학자 OTL에 빠져 자기 기록을 다 찢어버렸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