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정권에 투자, 국민에겐 재앙"
"독재정권에 투자, 국민에겐 재앙" | |||||||||||
[인터뷰] 국제민주연대 한수진씨 대우 버마투자 실사 | |||||||||||
버마 현지 주민들 한목소리 | |||||||||||
2005/10/2 | |||||||||||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 | |||||||||||
시골에 있는 조그만 공장에서 별다른 기술도 없이 우물에서 물을 긷듯이 원유를 채취하는 곳이 있다. 땅을 파다가 석유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주민들에게는 하루에 2시간밖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그나마도 전기공사가 민영화되는 바람에 전기 값이 다른 지역보다 10배는 비싸다. 새우가공공장은 얼음을 만들 전기가 없어서 부패를 막기 위해 새우 머리를 떼내 수출한다. 공장을 세울 수도 없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도 못한다. 전기선 자체가 없는 마을도 부지기수다.
한국의 한 대기업이 이 지역 앞바다에서 엄청난 천연가스층을 발견했다. 주민들은 기뻐했다. 이제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면 공장도 들어서고 일자리도 늘지 않을까. 그러나 정작 천연가스는 인도와 한국으로 가고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아니 있다. 천연가스 개발 예정지구에 인접해 있는 곳에서는 어업이 금지됐다. 군부대가 늘어났고 도로공사에 동원되는 일이 잦아졌다. 주민들은 벌써부터 가스파이프라인 건설공사가 시작되면 자기 땅에서 강제추방당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한수진씨(왼쪽 사진)가 전하는 버마 아라칸 지역의 민심이다. 국제민주연대 상임활동가인 한수진씨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태국 치앙마이 등지에서 ERI(Earth Rights International)와 아라칸민족협의회(ANC; Arakan National Council) 인턴활동을 했다. ANC 주선으로 지난 7월에 보름정도 아라칸 지역을 둘러본 한씨는 “대우 인터내셔널이 추진하는 버마 슈에 가스전사업은 버마 군사독재정권만 살찌게 할 뿐 주민들에겐 피해만 입히게 될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버마와 맞닿아 있는 국경도시인 태국 메솟에는 버마 난민캠프가 있다. 한씨는 이곳에서 야다나 가스전사업과 관련한 충격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미국계 다국적기업인 유노칼이 버머정부와 계약을 맺고 추진하다가 강제노동과 강제동원 때문에 재판 끝에 거액의 배상금을 내게 된 사업이 바로 야다나 가스전사업이다. 한씨는 “손해배상 판결이 나오고 나서도 야다나 가스전 주변 주민들은 파이프라인 관리를 위해 또다른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며 “파이프라인에 조그만 문제라도 생기면 지역 주민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버마 민주화, 종족간 평화도 중요한 과제 수많은 버마인들을 만나면서 한씨가 가장 충격을 받은 것 가운데 하나는 “버마 사람이라고 다같은 버마 사람이 아니다”는 점이다. “단순히 ‘나는 버마 사람’이라고 말하는 건 버마족 뿐입니다. 다들 ‘나는 카렌족 아무개’ ‘나는 카친족 아무개’라고 소개하죠. 제3자 얘길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정체성이 일상생활 작은 부분까지 영향을 미치는 겁니다. 민족간 문제를 풀지 못하면 버마 민주주의도 요원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수민족들도 아웅산 수지는 지지한다. 아웅산 수지가 연방제를 거론하면서 소수민족을 많이 배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연방제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독립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씨는 말한다. 심지어는 “종족간 갈등의 골이 대단히 깊어 잘못하면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말도 들었다고. “아직은 버마 민주화라는 쟁점조차 낯선게 사실이죠. 한국 시민사회가 버마 민주화를 도와야 한다는 건 백번 옳은 말이지만 민족갈등을 이해하지 못한 채 피상적으로만 접근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신중하게 다양한 측면을 깊이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낀게 인턴생활에서 배운 교훈입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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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28일 오후 16시 52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