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차별 여전…한국정부에 관심 호소 (2004.10.1)
‘민족교육’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
재일동포 차별 여전…한국정부에 관심 호소 | |
제10차 동북아시민사회포럼 | |
2004/10/1 | |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 | |
“재일동포는 해방부터 오늘까지 대국간의 냉전체제와 그 부산물인 민족분단, 나아가 한·일, 조·일간의 복잡한 마찰 속에서 늘 불안정하고 어려운 생활을 강요당해왔다. 그러나 과거의 재일조선인운동이 그러했던 것처럼 대립과 불신의 구렁텅이가 깊으면 깊을수록 우리는 그 해결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것이다.” 지난달 18일 열린 제10차 동북아시민사회포럼 주제발표를 맡았던 홍경의 재일본조선인인권협회 깅키(近畿)지방본부 회장 등은 ‘재일동포사회의 현실과 전망: 인권옹호 과제에 대하여’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재일조선인 인권문제 현황을 소개하며 한국시민사회가 재일조선인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포럼에 참여한 학자․시민단체 활동가 등은 재일조선인 국적, 일본 귀화, 민족교육, 재일조선인 운동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3시간 가까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재일본조선인인권협회 깅키(近畿)지방본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민족교육에 대한 일본정부의 제도적 차별을 비판하면서 한국정부와 시민단체가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을 촉구했다.
1946년 당시 조선인학교는 5백29곳이었고 학생수는 4만2천명에 이르렀다. 이들 학교는 모두 재일동포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학교였다. 1948년 일본정부는 조선인학교 폐쇄명령을 내렸고 이에 반대하는 ‘한신’교육투쟁이 일어나 조선인 학생이 죽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후 1955년 조총련은 각 지자체에서 등록하는 각종학교 자격으로 조선학교를 설립했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민족학교는 대부분 총련에서 운영하는 조선학교이며 민단에서 운영하는 민족학교는 4곳에 불과하다.
각종학교는 법적으로 일본정부의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대학입학자격도 인정받지 못하고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도 없다. 조선학교 졸업생들은 대학입학자격 검정시험에 모두 합격해야만 국립대학의 입학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 검정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일본의 정시제(야간) 고교 등에 통학해야 한다. 유엔어린이권리위원회, 일본변호사연합회 등에서도 계속 시정을 요구했지만 일본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지난해 2월 일본정부는 영․미 교육관계기관이 인정하는 국제학교졸업생에게만 대학입학자격을 인정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일본정부는 영국․미국계 학교는 인정하고 아시아계는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사회 각계에서 반대운동이 일어났고 결국 일본정부는 외국인학교를 세가지로 분류해서 △영미계는 입학자격 부여 △일본과 국교가 있는 나라는 본국이 인정하면 자격 부여 △그 외 나라는 각 대학이 독자적인 기준으로 개인에 대해 심사해 인정한다 등으로 규정했다. 세 번째 기준에 드는 외국인학교는 사실상 조선인학교 뿐이다.
문세일 교토대학 교수는 “올해 입시에서는 교토대학 의학부를 포함해 몇 개 국립대에서 각 대학의 개별인정을 받은 조선학교 졸업생들이 합격했고 내년 이후 인정수속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며 “많은 국립대학 관계자들이 ‘우리는 차별에 동참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차별반대를 위해 싸웠다”고 소개했다. 그는 “일본정부의 정책은 전혀 변하지 않고 오히려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이 더 선명해지고 있다”며 일본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문 교수는 “외국인으로서 살기 편한 사회는 일본인으로서도 살기 편한 사회”라며 “일본교육을 받았든 외국인이든 조선학교 졸업자든 누구라도 우수한 인재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범부 변호사(재일조선인인권협회 깅키본부 부회장)는 “재일동포에게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 열등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라며 “재일조선인으로서 자부심이나 긍지를 가지며 산다는 게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임 변호사는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모르다 보니 개인적으로 지금까지도 홍길동이 누군지도 잘 모른다”며 “긍지를 심어주고 우리들의 역사와 문화를 가르쳐주는 교육을 받고 싶었고 내 자식에게도 그런 교육을 시키고 싶다”고 말해 민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민족학교를 다녔다는 문 교수는 “재외동포 가운데 체계적인 민족교육을 실시하는 곳은 중국조선족 빼곤 재일동포뿐”이라며 “재일동포들은 숱한 탄압을 받아온 역경 속에서도 민족문화를 수호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일조선인운동의 가장 큰 성과는 민족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차별도 많다는 것이 이날 참가자들의 솔직한 토로다.
홍경의 재일조선인인권협회 깅키지방본부 회장의 딸은 한국식 이름을 갖고 있고 민족학교를 다닌다. 그렇지만 그는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일본식 이름을 쓴다. 한국식 이름을 쓰면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임 변호사는 재일동포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차별문제에 대해 “아버지가 지금 내 나이일 당시 ‘지금도 차별이나 편견이 많겠지만 나 어릴 때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고 말씀하셨는데 나도 비슷한 말을 해야겠다”며 “차별과 편견이 없어졌다고 할 순 없지만 한마디로 많이 좋아진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일동포들이 일본인과 눈에 띄는 차이가 별로 없어져서 재일동포가 일본사회에서 눈에 잘 안보이게 됐고 일본인들의 의식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일동포 인권문제는 계속 제기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조선학교 여학생들이 한복 찢기는 피해를 당해 법무성에 신고하고 경찰에 신고해도 실제 바뀌는 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국가차원에서 인권보호를 위해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게 여전하다는 얘기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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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 1일 오전 8시 2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