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이라는 강박증
어떤 기사를 써보겠다고 했을 때 "그거 딴데 다 나온건데"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가끔 이렇게 말해주고 싶을때가 있다. "그래서 어쩌라고?"
“딴 데 나왔다.”는 말은 기자로서 고민을 상징한다. “딴 데 다 나왔다.”는 말은 기사꺼리 안된다고 말할 때 간편하게 꺼낼 수 있는 증거물이다. 솔직히 가끔은 그런 생각이 기자와 언론사 발전을 발목잡는 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도전해볼만한 주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거 아닌가.
황우석 스캔들이 한국을 뒤흔든 적이 있었다. 그때 이렇게 얘기하는 데스크가 있었을까. “황우석? 그거 프레시안에 다 나왔잖아?”
신정아 사건이 발생했을 때 “예일대 안나왔다며? 그거 딴데 다 나왔는데 뭘 쓰려고?”라고 말하는 편집국장 있었나?
이런건 가능할꺼다. 기자가 “부장, BBK 사건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걸 취재해서 기획기사를 써 보고 싶습니다.”라고 발제한다. 부장이 답한다. “BBK? 딴데 다 나왔잖아. 다른 거 취재해.”
이런 경우도 가능할꺼다. “부장,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선언하면서 밝힌 내용을 검토해봤는데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 부분을 취재하겠습니다.” “강 기자, 김 변호사 껀은 딴데 다 나왔잖아.”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바로 ‘스트레이트의 함정’이다. 모든 기사를 역피라미드형(두괄식의 극치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기사문체)으로 우겨넣으려고 하는 데스크라면 모든 사안을 ‘사건’으로 바라본다. 당연히 “딴 데 다 나왔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거다.
왜 안그렇겠나. 도심재개발 문제? 날이면 날마다 나오는 얘기다. 복지급여 횡령. 5장짜리 스트레이트면 충분하다. 촛불집회? 몇 명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모였고 양촛값은 누가냈고 구호는 누가 뭐라고 외쳤고 배후조정은 누가했고 경찰 몇 개 중대 동원했고 시민들이 교통체증으로 얼마나 고통겪었는지 써주면 된다. 더도 말고 원고지 2장이면 된다.
“꼭 써보고 싶긴 한데 딴데 다 나왔는데 어떻하지”라는 고민이 들 때가 있다. 그 프레임을 부수려면 사안을 ‘사건’이 아니라 ‘맥락’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람’에 주목하는 게 그 첫출발이다. 아님 나랑 같이 ‘예산’ 뒤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