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8천 이라크인 구금자 인권침해 심각 (2004.3.26)
1만8천 이라크인 구금자 인권침해 심각 | ||
미군, 절도행각과 재산몰수 일삼는 ‘무장강도’ | ||
이라크인 구금자들 72명 조사 보고서 충격 | ||
2004/3/26 | ||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 | ||
2003년 7월 30일 밤 바그다드에 사는 의사 탈리브의 집을 에워싼 미군들이 집안을 향해 마구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미군을 강도로 생각한 탈리브가 “문을 열겠다, 다 가져가라”라고 말했지만 미군은 계속 총격을 가했다. 한참동안 총을 쏘다가 집안으로 들어온 미군들은 가구를 뒤지고 집안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탈리브의 세 아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무릎을 꿇린 미군들은 세 아들을 발로 짓밟았다. 이는 이슬람 문화에선 가장 큰 모욕이다. 집안을 다 뒤진 미군들은 탈리브에게 “이 집이 ××의 집이냐”라고 물었다. 집을 잘못 찾은 걸 안 미군들은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 이미 포박한 세 아들을 어디론가 끌고 가 버렸다.
탈리브의 도움 요청을 받은 평화를 만드는 기독인 모임은 6곳 이상의 미군기지와 주둔군 사령부를 방문한 끝에 투옥자 명단에서 이들의 이름을 찾아냈다. 탈리브의 세 아들은 바그다드에서 1천km 가까이 떨어진 쿠웨이트 국경지대에 감금돼 있었다. 이들은 12월이 되어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대학로에서 열린 3.20 국제반전공동행동에 참가한 시민들. 1만1천명에서 1만8천명으로 추정되는 이라크인 구금자들이 미군한테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본지가 시카고에 본부를 둔 평화를 만드는 기독인 모임으로부터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인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강압적으로만 대하는 미군들의 태도가 이라크인들을 저항조직에 가담하게 하고 결국 미군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라크인들이 미군을 ‘강도’라고 부를 정도로 미군들의 절도행각과 재산몰수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5월 31일부터 12월 20일까지 수많은 이라크인 구금자와 그들의 가족들을 인터뷰한 평화를 만드는 기독인 모임은 이 가운데 72명의 사례를 종합분석해 지난 1월 ‘이라크인 구금자에 관한 보고서와 권고’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평화를 만드는 기독인 모임은 결론에서 “미군이 단기적인 안전을 확보할 목적으로 벌이는 군사행동은 이라크인과 이라크과도통치기구(CPA; Coalition Provisional Authority)를 포함한 전세계의 장기적 안전을 위태롭게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폭력적인 주거침입 △가족 면회 제한 △구금자 건강 △구금자 학대 △미군들의 절도행위 △목적이 불분명한 재산 몰수 △구금자 정보접근 제한 △치안 불안 등 8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라크과도통치기구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즉각 정책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톨츠푸스 평화를 만드는 기독인 모임 대표는 특히 “‘이라크 경찰 고위간부가 나를 찾아와 미군에게 잡혀간 아들을 찾아 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통치기능이 부실하다”며 이라크과도통치기구의 무능력을 비판했다.
특히 충격적인 내용은 미군들이 구금을 하는 과정에서 절도 행각을 벌이고 이라크인 재산을 이유없이 징발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군들은 주거침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산손실에 대해서도 보상을 전혀 해주지 않아 원성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미군들이 이라크인 주거침입 과정에서 돈과 재산을 맘대로 가져갔다는 얘기를 무수하게 들었다”며 “이라크인들이 미군을 ‘강도’라고 부른다”고 꼬집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들에게 몰수당한 재산과 돈을 돌려받은 경우는 한번 뿐이었다.
평화를 만드는 기독인 모임은 보고서에서 “미군들이 벌이는 폭력적인 주거침입 등이 이라크인들에게 엄청난 분노와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으며 이는 결국 미군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야밤에 이뤄지는 주거침입이 “이라크 어린이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잠옷만 걸친 채 침대 밖으로 끌려 나오는 이라크 여성들에게 심한 수치심을 준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구금자들의 건강문제와 위생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구금자들은 한결같이 변변한 옷이나 화장실도 없이 콩나물 시루같은 천막에서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구금자들은 병에 걸려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
과도통치기구가 구금자 정보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아 구금자들을 방문하려는 가족들에게 엉뚱한 장소를 알려주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족면회를 제한하는 것도 구금자 가족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 13일 평화를 만드는 기독인 모임 회원들이 여러 가족들과 함께 바그다드 서쪽에 있는 아부 그라이브(Abu-Ghraib)를 방문했을 때 미군 경비병들은 바그다드의 한 사무실에서만 면회 약속을 잡을 수 있다고 말해줬다. 구금자 가족들은 면회허가를 반년 동안 기다려야만 했다.
이와 관련 스톨츠푸스 대표는 “탈리브의 세 아들을 찾으려고 할 때 미군들은 장군부터 사병까지 한결같이 우리에게 ‘우리가 갖고 있는 자료가 당신들보다 적다’고 말할 정도로 이라크인 구금자 정보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고 말했다.
조사대상인 72명은 남자가 71명이고 여성이 1명이며 평균 나이는 32세이다. 이라크전쟁 종전선언 이후 투옥된 사람이 63명으로 대부분이었다. 스톨츠푸스 대표는 “수천명의 구금자와 구금자 가족을 인터뷰했지만 아주 확실한 경우만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며 보고서의 신뢰도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스톨츠푸스 대표는 “워싱턴 의회 사무실 사람들과 만났을 때 그들이 내게 ‘이라크 구금자 얘기를 언론에 알리지 말라’고 말했다”며 “실제 미국 언론은 우리가 만든 보고서를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라크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많은 한국인들이 이라크에 와서 평화활동을 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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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26일 오전 0시 43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