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雜說484

일본 불교는 어떻게 전투기 헌납하는 종교가 되었나 이찬수, 2023, , 모시는사람들. 인권연대가 주최하는 ‘이찬수 교수의 메이지의 그늘’ 기획강좌 세번째 강좌(2월 14일)는 을 다뤘다. 이날 강의의 주제는 메이지 시대 불교와 전쟁이라는 이질적인 조합이 천황제를 매개로 결합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 일본 철학이 불교에 상당한 토대를 두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메이지 시대 철학과 전쟁이라고 해도 가히 틀린 말은 아닐 듯 하다. 먼저 이 교수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서 나타났던 국가주의의 사상적 기초를 다룬다. 오규 소라이와 함께 에도막부 시대 일본 성리학의 토대를 닦았던 모토오리 노리나가(1730~1801)는 이(理)를 ‘가짜 마음’[가라고코로]로 규정했는데, 그에 대비되는 ‘진짜 마음’은 자연스럽게 신도(神道)와 연결된다. 여기서 일본.. 2023. 2. 15.
와타쿠시(私) 죽여 오오야케(公)로, 그 뒤에 남는 건 이찬수, 2023, , 모시는사람들. 인권연대가 주최하는 ‘이찬수 교수의 메이지의 그늘’ 기획강좌 두번째 강좌(2월 7일)는 를 다뤘다. 공사 구분은 사회화의 척도이다. 공과 사 구분을 못하는 사람은 부패했거나 책임감이 없거나 못배운 사람이라는 질타를 받기 십상이다. 흥미롭게도 현대 일본의 뿌리인 메이지 시대의 그늘을 잘 보여주는 주제가 공사(公私), 일본어로는 오오야케와 와타쿠시를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게 두번째 강좌의 주제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한국이나 중국에서 공(公)은 사회구성원이 모두 따라야하는 대표성이라는 의미와 함께 최고 권력자를 견제하거나 비판하는 상대화 가능성도 내포한다. 이에 비해 일본에서 오오야케와 와타쿠시는 대등하지 않다. 일본에서 ‘사’는 ‘공’에 종속돼 있고 ‘공’은 ‘사’의 은폐.. 2023. 2. 8.
중국이라는 충격, 한국의 선택이 더 걱정스럽다 (3) 한청훤, 2022, , 사이드웨이. 717호(2021년 6월)에서 중국에 관한 매우 흥미로운 여론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외국에 대한 선호도를 ‘감정온도’라는 개념으로 조사했다. 0도는 매우 차갑고 부정적인 감정, 100도는 매우 뜨겁고 긍정적인 감정이다. 조중미일 네 나라 가운데 미국이 57.3도, 일본 28.8도, 조선 28.6도, 중국 26.4도였다(여기를 참조). 특히 20대는 50~60대에 비해 두 배 가량 반감이 심했다. 한국인들은 조선이나 일본보다도 중국을 더 차갑게 느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어서 화제가 됐다. 은 한국사회 밑바탕에 흐르는 거대한 움직임을 포착한다. 한국인들이 중국을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무리 중국에 비판적인 사람이라도 중국 역사와 문화에는 한 수 접고 .. 2023. 2. 5.
일본 메이지의 그늘, '제사하는 국가'와 '천황교' “일본을 알려면 일본의 제사 문화를 알아야 합니다.” 인권연대가 주최하는 ‘이찬수 교수의 메이지의 그늘’ 기획강좌는 일본에 대한 흥미롭고도 시의적절한 분석을 제시한다. 1월 31일 첫 날 주제는 였다. 이찬수 교수는 메이지유신이 제도화한 ‘영혼의 정치’를 종교학자의 눈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과거사를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의 극단적인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에서 “진정한 사과”를 말하지만 일본으로선 그 말의 맥락을 이해하기 힘들어한다. 그러므로 한일관계 정상화는 죽음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찬수 교수는 “제사를 지내는 건 사실 한중일 공통이지만, 일본의 독특한 점은 죽은 사람은 존엄한 존재인 호토케[佛]가 되고 죽음은 생전의 모든 것을 정화하.. 2023. 1. 31.
우리는 모두 우리가 보고 싶은 환상의 포로다 [책 읽기 정책 읽기(2)] 정의길, 2015, , 한겨레출판. 세상 모든 공부 중에 가장 재미있는 건 역시나 역사(歷史) 공부다. 술자리에서 그 얘길 했더니 한 친구가 아니나 다를까 술 맛 떨어진다며 타박을 한다. 그러더니 이렇게 물었다.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 하나만 꼽아봐라. 그래서 대답해줬다.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단 한가지 교훈은, 사람들은 역사에서 배우지 않는다는 거야. 그것이야말로 역사를 공부할 때마다 느끼는 뼈저린 교훈인 동시에, 역설적으로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얘길 꺼낸 김에 싱거운 농담도 하나 덧붙여줬다. 그래서 말이야, 세상 모든 인간은 전생에 금붕어였던 게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 보면 세상 일은 시행착오와 착각과 오만으로 일을 그르친 이야기로 가득하다. 자.. 2023. 1. 26.
엉터리 번역이 망쳐놓은 추천도서(4) <지도 위의 붉은 선> 요즘 지정학 책을 이것 저것 많이 읽고 있다. 예전부터 지도를 좋아했고, 국제관계 역시 관심이 많이 분야다. 두 개를 결합하는 지리정치학, 지정학은 읽는 재미가 있다. 더구나 역사를 통해 지정학을 설명하는 책이라면 도저히 피해갈 방법이 없는 마법가루나 다름없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지정학 책을 번역하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생소한 나라와 발음하기도 쉽지 않은 다양한 지명, 낯선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번역하려면 품이 훨씬 더 많이 들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좀 너무했다. 이탈리아 기자 겸 작가가 쓴 (페데리코 람파니 지음, 김정하 옮김, 2022, 갈라파고스)을 번역한 건 책 표지에 적힌 홍보문구가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지도가 말하는 사람, 국경 역사 그 운명의 .. 2023. 1. 13.
문재인 정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2022년에 읽은 책 99권 가운데 (내 맘대로) 10권을 엄선했습니다. 10권을 위한 짤막한 독후감을 써 봤습니다. (박상훈, 2018, 후마니타스) 이 책이 나온 게 2018년입니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비율이 60~70%를 오르내리던 때였다. 다들 ‘이 나라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긍정적 느낌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세차례나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북미정상회담까지 열리는 등 한국의 외교적 성과가 세계사를 바꾼다는 자부심까지 느껴졌습니다. 지나놓고 보니 그 속에서 몰락의 싹은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걸 몰랐습니다. 지나놓고 보니, 적폐청산은 국민들이 동의하는 것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검찰이 적폐청산 주인공 자리를 꿰차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정부부처 과장급까지 적폐청산.. 2023. 1. 9.
"일본 나빠요"라는 게으른 결론 거부하고 파헤친 독도 이야기 2022년에 읽은 책 99권 가운데 (내 맘대로) 10권을 엄선했습니다. 10권을 위한 짤막한 독후감을 써 봤습니다. (정병준, 2010, 돌베개) 독도 문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흔히 독도문제를 한일 불행했던 과거사의 유산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것만아 아니라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독도 문제는 한국과 일본 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사안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독도 문제는 미국과 일본을 통해 동아사아 현대사를 되짚어볼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이기도 하지요. 을 통해 그걸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일본은 나쁘다’는 간편하고도 게으른 해법을 거부하고 철저하게 하나씩 하나씩 독도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의 뿌리를 살펴나갑니다. 이.. 2023. 1. 9.
X세대 Y세대 Z세대 지나 알파세대까지...그런 세대는 없습니다 2022년에 읽은 책 99권 가운데 (내 맘대로) 10권을 엄선했습니다. 10권을 위한 짤막한 독후감을 써 봤습니다. (신진욱, 2022, 개마고원) 신진욱 교수는 여러 해 전부터 냉철한 시각으로 세대론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사실 우리의 상식을 깨버리는 용감한 저술을 한 게 꼭 세대론 뿐만은 아니었지요. (저로서는 ‘재정분권론’의 허상을 걷어내주는 통찰력을 주는 논문과 인터뷰를 꼭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세대만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도 없습니다. 요즘 MZ세대의 고유한 특성인 양 거론되는 게 소싯적 X세대의 특성과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는 걸 느낄 때마다 바지 폭이 넓어졌다 좁아졌다 유행한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개성을 중시하고 개인의 가치를 중시해.. 2023. 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