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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한반도-동아시아

"파병반대운동 이제부터 시작" (2004.2.14)

by betulo 2007.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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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반대운동 이제부터 시작"
[한국사회포럼 2004지상중계] 이라크 파병반대운동 평가토론
2004/2/14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준비하라”


지난 13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국군부대의 이라크 추가파견 동의안’이 찬성 155대 반대 50 기권 7표로 통과되었다. 같은 날 저녁 참여연대가 주관한 한국사회포럼 테마토론 ‘이라크 파병반대 운동 평가와 과제’에 참석한 이들은 “파병반대운동은 끝이 아니고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향후 낙선운동, 한국 파견군 감시 활동, 파병안 연장동의 반대운동 등에 나설 태세다.


이와 함께 국익론 극복 실패, 부문별운동의 부재, 대중투쟁을 위한 프로그램 부족 등 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 최초의 대중운동, 불발에 그친 폭발력


 

이라크파병반대운동은 한국사회에서 최초로 벌어진 대중적인 반전평화운동이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추가파병이 거론된 9월 이후 비교적 안정적인 준비기간을 거쳐 361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참가하는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을 발족했다. 비상국민행동은 정책사업단 등을 조직해 국내외 여론과 정보의 수집 공개, 안정적인 대정부 대국회 활동을 펼쳤다. 이밖에도 4차에 걸친 국민대회와 광화문 앞 농성, 국회 앞 농성 등 대중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초기의 대중적인 파병반대 여론을 폭발적인 대중투쟁으로 승화시키지는 못했다.




정대연 민중연대 정책위원장은 “정책사업단을 통해 적극적인 파병반대 논리를 개발해서 대안을 제시한 점”을 파병반대운동의 성과로 꼽았다. 반면 그는 “△전선이 분산된 점 △반전운동의 상대적 독자성과 풍부함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하고 민족자주화운동의 연장선으로만 바라본 점 △다양하게 분출하는 자발적인 운동들을 하나의 큰 흐름으로 만들지 못한 점 △지역운동이 소외된 점 △정부 내 ‘민족자주파’에 휘둘린 점” 등을 파병반대운동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 위원장은 “△반전운동의 역량 축적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의 결합 △주력부대 구축 등을 애초 파병반대운동의 목표로 설정했지만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긴 운동과정, 정부의 여론조작, 국회의 무책임한 논의 지연 등으로 파병반대 운동의 대중적 동력은 차츰 줄어들고 몇몇 단체들만의 활동으로 형해화되었다”며 “특히 잠재적 파병반대 여론을 모아내는 프로그램이 매우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작년 이라크반전평화팀에 참가했던 임영신씨(성공회대 엔지오대학원)는 “파병반대운동에 대한 냉정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3년 한해 반전운동만 있었지 평화운동은 없었다”며 “파병 국익론도 극복하지 못하는 진보진영이 한반도 전쟁위기는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회수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은 “비전투병과 전투병 문제로 문제를 구별하는 것 등을 비롯해 전술적 오류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내 한미관계를 둘러싼 논쟁은 정권 확보를 위해 지배계급 내에 벌어진 이견일 뿐이며 인수위 시절에 이미 지배계급 내 의견이 정리됐다”고 지적하고 “비상국민행동이 정부의 정치적 행보에 말렸다”고 꼬집었다.


권혁철 한겨레21 기자는 “솔직히 파병 반대운동을 벌이는 시민사회단체에서 파병반대 구호를 반드시 이뤄야 할 ‘쟁취슬로건’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느낌도 받았다”며 “사회운동의 명망가들이 집결한 비상국민행동이 파병반대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주체’나 ‘동력’을 마련하지 못한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지역운동의 입장에서 파병반대운동을 평가한 박인규씨(대구참여연대)는 “비정규직 투쟁, 노동자 분신 등의 지역쟁점과 겹치면서 투쟁을 제대로 못했다”고 평가했다.
“노동자 분신 투쟁 때는 텐트를 여러개 만들어놓고 돌아가면서 농성투쟁을 진행했다. 그래봐야 활동가들이 몇 안된다. 대구에선 민주노총이 빠지면 대중집회가 사실상 불가능한데 노동현안 때문에 파병반대운동에 결합할 수 없었다. 서울에선 국민대회를 한다고 하는데 지침도 안내려왔다. 전교조 교사들이나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있는대로 긁어모아 50여명이서 파병반대 집회를 했다.”


파병반대운동을 통해 드러난 한국시민사회의 취약함에 대한 얘기도 터져나왔다.


박진형 민언련 활동가는 “국익론이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것은 시민사회 역량의 현수준을 극명히 드러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비전투병, 전투병 등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에 시민사회가 휘둘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라크 현지에서 활동할 사람은 소수일 수밖에 없다”며 “전투병 출국저지 투쟁과 3.20 국제반전행동 거국적 참여, 국익론을 내세운 수구언론의 논리를 적극적으로 반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선희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사무처장은 “주요단체들은 조직과 사람이 있기 때문에 운동을 끌고 갈수 있을지 모르지만 작은 단체들 입장에서는 힘들기만 한 과정”이었다며 “파병반대운동에 참여하면서 느낀 건 피로감이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각 부문운동이 각자 자기영역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지 못하고 집중식 투쟁에 매몰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대연 민중연대 정책위원장은 “초기에 사태를 너무 낙관했다”고 반성했다. 그는 “비상국민행동을 조직하고 나서 애초 생각은 각 부문운동이 활발히 벌어질 것으로 생각했다”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못해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는 “다양하게 나타나는 반전평화운동의 지속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고민이다”고 털어놨다.


이태호 정책실장도 “애초에는 정부를 압박하면 파병을 막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비상국민행동을 시작하면서 한국 시민사회의 부문운동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절감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결국 문제는 우리 안의 미국”이라며 “우리 사회에 미국이 얼마나 큰가를 절감했다”고 밝혔다.


■향후 과제-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준비하라”


추가파병 동의안 국회통과로 인해 시민사회단체의 파병반대 투쟁도 전혀 다른 상황을 맞았다. 이에 따라 파병반대라는 사안을 넘어 국경을 넘어서는 연대, 평화와 정의의 보편성, 한미동맹을 넘어서는 국가적 전망 등을 아우르는 큰 연대의 일부로 존재할 때 강력한 파병반대운동으로 승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정 위원장은 “3.20에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운동의 주력부대를 어떻게 조직할 것인지, 다양한 운동들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가 고민의 지점”이라고 털어놨다.


이태호 정책실장은 △낙선운동과 총선대응 △파견 점령군 감시 활동 △파병안 연장동의 반대운동 △평화운동으로 승화 등을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전원 낙선운동의 현실적 어려움을 우회하기 위해 책임이 큰 국회조사단, 국방위 위원, 기타 주요 당직자 등에 대한 집중낙선운동을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국회를 통과한 파병안은 시한이 올해 12월 31일까지”라며 “연말에는 파병연장동의안 처리 여부를 둘러싸고 간단치 않은 투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정책실장은 “이라크 점령 한국군 감시 프로젝트 논의를 서두를 필요가 있으며 국제 전범재판에 한국정부를 기소하거나 이라크 파견 한국군을 감시하는 활동이 절박하다”고 지적했다.


이회수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은 “국익론이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며 “특히 경제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인식이 전쟁에는 반대하면서 파병에는 찬성하는 국민여론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사회 내부의 차별을 비롯해 민중들의 평등과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 평화운동의 장기적인 과제”라고 전망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차원에서 파병에 맞춰 이라크평화봉사단을 이라크에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힌 이진호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사무국장(이라크 평화를 위한 기독연대)은 파병찬성의원 낙선운동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오히려 파병반대에 표를 던진 50명의 의원들에 대한 지지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거리에 나서기를 꺼리는 파병반대론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회가 일반인들에게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려할 때 자발적으로 벌어지는 작고 낮은 수준의 운동에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호소했다.


한국 파병군에 평화봉사단을 참여시키기로 한 정부의 결정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영신씨는 “정부가 세차례 이라크 조사단을 파견할 때 비상국민행동이 민간조사단을 파견한 적이 있느냐”며 “정부의 평화봉사단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지원해 이라크에서 한국군이 벌이는 일과 이라크인들의 현실을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영신씨는 “이제는 파병반대를 넘어 파병감시가 되어야 한다”그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에 이은 세계 세 번째 규모의 파병국인 한국의 시민사회가 이라크의 상황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다시 이라크에 간다면 집회나 시위가 아니라 이라크 사망자 조사활동을 벌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조직 중심의 운동이 일반인들의 자발적인 운동과 결합했을 때 한반도 평화운동이 질적으로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봉씨(민언련 신문모니터분과)는 “파병찬성의원 150여명의 이름을 기록하고 심판해야 한다”며 “각 부문별 운동을 3.20과 총선을 매개로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원: 글, 사진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2004년 2월 14일 오전 7시 56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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