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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몽골 이야기

알랑 고아, 곱디 곱던 그 여인

by betulo 2007.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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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서 이쪽으로 오는 사람들 가운데

한 마차에 앉아 있는 한 아가씨가 아름답다.

다른 사람에게 시집간 여인이 아니라면

아우 너에게 주겠다."


형인 도와-소코르는 아우 도본-메르겐과 함께 보르칸칼돈 위로 올라갔다. 그 곳에서 그들은 퉁겔리크 강을 따라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자기들 쪽으로 오는 것을 발견했다. 도와-소코르는 이마 가운데 눈이 하나 더 있어서 남들보다 몇 배나 멀리 볼 수 있었다.


무리 가운데 마차에 앉아 있는 한 여인을 발견한 도와-소코르는 그 여인이 미혼이라면 아우의 배필로 맞아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리고는 도본-메르겐을 산 아래로 내려 보냈다. 형 도와-소코르는 과연 천리안이다. 마차 위, 엘지게라고 하는 아녀자들이 앉을 수 있도록 만든 의자에 앉아 있던 여인. 그 여인은 곱디 곱기로 소문난 시집 안 간 아가씨, 알랑-고아였다.


그 여인의 아버지는 코리-투메트 부족의 귀족인 코릴라르타이-메르겐, 어머니는 바르코진-고아였다. 코릴라르타이-메르겐 가족이 살던 곳은 사냥감이 많은 축복받은 땅. 그러던 어느날 이 곳에서 사냥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코릴라르타이-메르겐은 사냥을 못하게 만든 코리-투메트 부족과 사이가 아주 나빠졌다. 결국 그는 그들과 결별하고는 코릴라르라는 새로운 씨족을 만들었다. 코릴라르타이-메르겐이란 코릴라르의 활 잘 쏘는 사람이란 뜻이다. 메르겐이란 말은 보통 집단의 우두머리에게 붙이는 호칭이었다.


이제 그들은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야 한다. 이미 코리-투메트 부족과는 결별했지 않은가. 이제 그들은 남이다. 보르칸칼돈이란 산에는 큰 사냥감이 아주 많다. 보르칸칼돈의 주인이자 보르칸이란 신당(神堂)을 열은 오리양카이 씨족의 신치-바얀이 있는 곳. 코릴라르타이-메르겐은 보르칸칼돈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 과정에서 도본-메르겐이 알랑-고아를 만났다.


알랑-고아는 도본-메르겐과 결혼해서 두 아들을 얻었다. 그렇게 지내다가 도본-메르겐은 세상을 떠났다. 세월이 흘렀고 알랑-고아는 아들 셋을 더 낳았다. 집에는 알랑-고아와 아들 오형제 밖에 없다. 다섯 형제를 제외하고 남자라고는 오직 도본-메르겐이 주워 온 노예 한 명이 있을 뿐이다. 장남과 차남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동생들은 저 노예 놈의 후레자식이다!"


알랑-고아는 오형제를 한자리에 불러모았다. 그리고는 장남과 차남에게 세 아우가 아비 없이 태어난 출생의 비밀에 관해 설명했다.


"날마다 밝은 금빛색을 띤 사람이

겔의 천장에 난 창문을 통해

빛처럼 들어와

내 배를 비볐다.

빛이 나의 배 안으로 스며 들어왔다.

해가 뜨고 달이 질 무렵이 되어서야

금빛 사람은 노란 개처럼 서둘러 나갔다.

아버지 없이 낳았다는 이 아들들은

하늘의 아들들

너희들은 어떻게

이 세 아이를 평민들과 비교하는가.

나중에 이들 가운데 칸(Khan)이 나오면

그 때야 너희들은 이들의 내력을 알게 되리라."


알랑-고아의 다섯 아들 가운데 막내가 보돈차르-몽카크이다. 그의 후손 가운데 칸 중의 칸 테무진, 곧 칭기스칸이 나왔다. 그리하여 칭기스카간은 위 하늘에서 이미 정해진 운명을 갖고 있었다고 기억된다. 몽골인들이 어디로 가든지 그들은 알랑-고아를 잊지 않았고 알랑-고아는 몽골인들의 시왕모(始王母)가 되었다.


2002년 10월1일 세상에 나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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