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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지자체 생색내기…농업예산 문제있다(060809)

by betulo 2007.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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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생색내기…농업예산 문제있다
미리보는 2007년도 예산안(4) 농업예산

2006/8/9

지난 2001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충북 충주로 귀농한 권정기씨는 올해 농사짓기를 중단했다. 앞으로 농사를 계속 지을지 고민하고 있는 권씨는 “일은 힘든데 돈이 안된다”는게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요즘 농촌에서 돈이 되는 사업은 택배회사와 건강원이다. 택배회사는 도시로 나간 자식들에게 쌀과 농산물을 보내줘서 돈을 벌고 농촌인구 대부분이 노년층과 장년층이다 보니 건강을 위해 약을 짓기 위해 건강원을 찾는다.

농어업 국내총생산(GDP)이 전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4년 기준으로 3.7%에 불과하다. 지난해 사교육비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였다. 이제 농촌은 쇠약한 육신으로 자식들을 위해 먹거리를 생산하는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

농어민 인구는 2004년 현재 182만5천명이었다. 1995년 240만3천명에서 10년 만에 57만8천명이나 줄었다. 이 중 52.6%인 96만명이 60대 이상 노년층이고 50대는 41만7천명(22.84%)이나 된다. 새로 충원되거나 감소하는 농어업인구 없이 지금 추세대로라면 2009년에는 60대 이상이 118만2천명으로 64.76%, 50대 이상은 155만명(84.93%)이 된다.

갈수록 줄어들면서 늙어가는 농어민인구는 농어촌 관련 공무원 인원과 심각한 불균형을 일으킨다. 지난해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관 부처와 기관 (준)공무원 정원은 △농림부 3963명 △농촌진흥청 1만32명 △산림청 1561명 △해양수산부 4226명 △해양경찰청 6865명 △농촌공사 5912명 △농수산물유통공사 580명 △농협 1만6837명 △수협 2217명 △산림조합 2070명 △마사회 869명 △컨테이너부두공단 88명 △부산항만공사 136명 △인천항만공사 118명 등이었다. 총 5만5474명이다.

60세 이하 농어민 86만5천명과 (준)공무원을 비교하면 (준)공무원 1인당 농어민 수가 15.6명에 불과하다. 공무원 인원이 거의 줄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2009년에는 1인당 11.6명, 2014년에는 1인당 8명이 된다. 이런 변화는 특히 농림부의 존립기반마저 흔드는 치명적인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농림부 2006년 예산 규모는 총계기준으로 16조4510억원이었다. 농림부는 내년도 예산으로 총계기준 17조1103억원을 요구했다.
2007년도 예산요구액을 2004년도 농림업 인구 175만명과 비교하면 농림업 인구 1인당 약 978만원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를 다시 60세 이하 농림업 인구와 비교하면 1인당 약 1900만원에 해당한다. 이렇게 많은 돈을 쓰는데도 왜 농민들은 갈수록 농사짓기 힘들다고 하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농업예산 편성 방향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먼저 이진천 귀농운동본부 사무처장은 교육예산을 빼고는 예산책정이 없는 귀농자 지원예산 편성을 주장한다. 그는 무엇보다도 “현재 농업정책조차 개발사업 위주”라며 “그렇게 해서는 농민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없이 지자체 생색내기용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창수 함께하는시민행동 전문위원은 “60세 이상 농민은 복지정책이란 관점에서 접근하고 젊은층을 적극적으로 유입하는 방향으로 예산배분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전문위원은 심지어 “지금같은 식이라면 차라리 모든 60세 이하 전업농을 공무원으로 만들어서 월급주면서 농사짓게 하는게 오히려 예산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황당한 주장 같지만 독일에선 자격증을 딴 사람만 농민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육과 실습을 통해 친환경농업에 대한 전문지식을 습득케 한 농민들이 농업에 종사하면서 사회적 인식도 좋아졌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농민을 사회적 약자로서만 위치지우면 중환자에게 영양제 주는 것밖에 안된다”며 “농민들도 자긍심을 갖기 위해서는 그만한 위상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대로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고 농업은 자연사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2006년 8월 8일 오후 19시 24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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