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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4. 5. 09:38

한미FTA, '묻지마' 야만이 판친다

2일 노무현대통령이 FTA타결 담화를 발표하면서 한미FTA반대론자들과 만나 그들이 주장하는 근거를 들어보려했지만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더라... 이제는 반대론자들도 막연히 반대만 할 게 아니라 근거를 제시해달라... 뭐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도대체 노 대통령이 만났다는 반대론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근거없이 반대만 한다"고 주장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혹시 노 대통령은 경찰 정보보고를 통해 반대론자 얘기를 듣기만 한건 아닐까 하는 실없는 생각도 들구요.

노 대통령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대통령 담화 바로 다음날 아침에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토론회를 개최해 한미FTA를 조목조목 분석하고 비판했습니다. 정부와 대다수 언론이 내세우는 장밋빛 전망보다는 훨씬 현실감이 있더군요.

사실 그 자리는 토론회라기 보다는 기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였습니다. 사회를 맡았던 박석운 집행위원장은 시시때때로 흥분해서 "언론이 경쟁력이 없다. 언론 기자들 각성해야 한다. 자기 생각을 써야지 받아쓰기만 한다. 받아쓰더라도 균형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얘기만 받아쓴다."는 얘기를 수차례 했습니다. 기자를 제외한 대다수 참가자들이 거기에 동의하는 분위기였구요. 물론 저를 비롯한 일부기자들도 그 말에 동의했을 겁니다.

논리적인 설득과 설명은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비록 기사는 신문에 실리지 못했지만 가치있는 자리였지요. 하지만 계속 드는 고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방해야 한다."는 국민여론을 어떻게 돌려세울 것인가 하는 겁니다.

미국에 퍼주기한 굴욕협상임을 증명해주면 "미국은 세계제일 강대국인데, 약소국인 한국인 별 수 있나. 그래도 개방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오지요.

국민투표를 해야 하고 정부의 일방통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하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인데. 어떻게 그런 일까지 일일이 국민투표를 하냐. 어쨋든 개방만이 살길이다. (국민투표했다가 부결이라도 되면 어떻하나.)"는 답변이 나옵니다.

농업이 몰락하면 식량위기, 국토 사막화, 광우병, 건강권... 이렇게 얘기하면 "어차피 농업은 끝났다. 그래도 쇠고기 싼 값에 먹을 수 있지 않느냐. 미국 쇠고기가 맛도 괜찮다. 어쨋든 개방은 해야 한다."

지적재산권, 위생검역, 투자자-국가제소권, 비위반제소... 그러면 대뜸 "일부에선 손해지만 전체적으로는 이득이다. 국익을 생각해야한다. 어쨋든 개방만이 살길이다."

제2의 IMF위기가 올 수도 있다. 투기자본을 규제해야 한다. 유비무환으로 위기를 미리 대응해야 한다... "한민족은 뛰어나니까. 우리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위기를 극복해 왔지 않느냐. 어쨋든 개방만이 살길이다." 심지어 수십년째 인권을 화두로 삼는 원로교수조차, 시민사회를 전공한다는 교수조차 그렇습니다. 도대체 그런 인종주의적 발상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멕시코는 이미 20세기 초에 공화국으로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세운 곳 아닌가요? 도대체 멕시코 사람이 한국 사람보다 뭐가 못났다는 겁니까.

한 마디로 "야만"이 판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참 고민스럽네요.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이만 줄입니다. 다음 기회에 더 차분하게 고민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아래는 그날 썼다가 날라간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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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타결을 계기로 노무현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가 ‘결별’로 치닫고 있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3일 오전 10시 ‘한미FTA타결안 긴급평가 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6일 오후 1시 서울에서 ‘한미FTA저지 전국 사회단체 대표자 긴급회의’를 열 계획이다.


사회단체 대표자회의는 한미FTA 타결에 대한 전국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을 나누고 대응계획을 토론할 예정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한미FTA 비준을 저지하기 위한 전국적인 투쟁을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 이번 대표자회의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표자회의에서 향후 구체적인 한미FTA 저지 투쟁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범국본은 대표자회의에서 한미FTA타결안을 규탄하는 성명서도 발표한다는 복안이다. 각계각층이 거국적으로 한미FTA 반대를 천명함으로써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범국본측은 전국 500개 이상 단체에서 대표자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범국본 차원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노무현 퇴진 주장’에 대해 이 처장은 “시민사회단체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맞출 것”이라고 답했다.


3일 열린 긴급토론회에서 ▲쇠고기 ▲자동차 ▲지적재산권 ▲섬유 ▲투자자-국가제소권 ▲방송․미디어 ▲의약품 ▲금융 ▲농업개방 ▲섬유 등 한미FTA 타결안에서 쟁점이 되는 10개 분야에 범국본측 전문가들은 정부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한미FTA타결안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이 자리에서 정부가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는 ‘양국 중앙정부 조달시장 상호개방’을 완벽한 허위과장광고라고 공격했다. 그는 “2004년 기준으로 미국 조달시장 규모는 3400억달러에 달해 한국의 18배에 달하지만 그 중 85%는 군수와 에너지, 우주항공 분야”라면서 “한국기업이 그 분야를 조달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나머지 15% 중에서도 10%만 외국기업 몫”이라며 “그걸 가지고 한국이 경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개성공단 관련 타결안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먼저 그는 “북한에게 ILO기준을 준수하라는 건 한마디로 말도 안된다.”며 “누가 누구에게 ILO기준을 요구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 8개 가운데 한국 정부가 비준한 것은 아동노동 철폐와 작업장 차별의 폐지에 관련된 4개뿐이다.

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 가운데 미국 정부가 비준한 것은 강제노동 폐지와 고용 및 직업에서 차별대우에 관한 협약 두 개뿐이다. 심지어 핵심 협약을 포함하여 모두 200여 개에 달하는 국제노동기구 협약에 대한 비준 개수도 한국은 20개인데 반해 미국은 14개에 불과하다.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미국을 광우병 통제국가로 판정할 경우 한국의 현행 미국산 쇠고기 위생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은 “세계무역기구 위생검역협정 3조는 ‘WTO 회원국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경우 OIE 기준보다 더 높은 보호수준의 위생기준을 설정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면서 “그런데도 정부는 OIE기준이 의무조항인 것처럼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미국은 전체 도축소의 0.1%만을 대상으로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고 지금도 돼지와 닭에게 소의 시체를 갈아먹임으로써 광우병 교차감염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소의 가슴뼈 속에 들어있는 골수에서 광우병 전염물질이 들어있다는 것도 국제수역사무국의 부속문서에서도 인용하는 연구결과”라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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