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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7. 09:25

폭탄과 징벌을 6년간 연구한 결과를 책으로

 작년 4월에 <선을 넘어 생각한다>를 내고 나서 ‘아 책을 쓴다는게 참 즐거운 일이구나’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물론 쓸 당시엔 그런 생각을 눈꼽만큼도 안했다는 걸 고백합니다.) 


 호흡이 긴 글을 쓰는 건 짧은 글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값어치가 있습니다. 글은 길어질수록 고민과 사색이 녹아들어갑니다. 요즘 대통령보다도 더 유명인사인 조국 법무장관을 주제로 글을 쓴다고 하면, 120자에 제 생각을 압축한다거나 어지간히 길어봐야 스크롤 압박을 피하려는 정도 길이로 쓴다면 아무래도 깊이있는 분석과 논증까지 기대하긴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신문기사를 예로 들더라도 조국을 다룬 원고지 5장짜리 기사와 50장짜리 기사는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 모두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몇 곱절 더 요구하고, 그에 비례해 훨씬 더 깊은 고민이 담길 수밖에 없겠지요. (물론 문장 길이까지 길어지면 안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갈수록 소셜미디어와 멀어지고 있습니다. 몇 해 전에는 트위터 계정을, 얼마 전에는 페이스북 계정을 통째로 삭제해 버렸습니다. 짧은 글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세태에 거리를 두고 싶어졌기 때문이고, 그 시간에 책을 더 읽고 더 긴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인사청문회 준비하는거 절대 아닙니다.)


 ‘세금’이라는 주제로 박사논문을 써야겠다고 생각한건 대략 2014년 초였던 것 같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그런 것입니다. ‘왜 우리는 세금을 이토록 증오하는가’ 였습니다. 복지국가를 위해선,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선 증세가 필수라는걸 동의하면서도 우리는 세금이라는 혐오시설을 내 집 앞에 들이길 한사코 거부합니다. 


 당시 메모에 쓴 걸 들춰봅니다. 부제목을 “언론이 재현한 조세적대적 조세담론을 중심으로”라고 했습니다. 기본 연구질문은 “조세 담론/제도/권력의 역사적 귀결”이었고, 결론에는 <'망극한 성은'과 '가렴주구' 담론을 넘어서>라고 썼습니다. (2014년 2학기 사전예비심사에서 ‘조세적대적 조세담론’이라는 일종의 가설은 가루가 되도록 까여서 사라졌습니다). 


 2017년 2월에 학위를 받았습니다만 운좋게도 후마니타스 출판사와 연결이 됐습니다. 틈틈이 박사논문을 다듬고 고치고 지우고 넣는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작년 여름에 원고를 출판사로 넘겼는데 이제야 책이 나왔습니다. 햇수로 6년에 걸쳐 ‘조세담론’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던 셈입니다. 처음 연구질문 메모에 “세금폭탄: '국민 징벌하는 국가' 국가 불신에 기름을 붓다, 감세: 국가 불신과 형평성 불만이 충돌하다, 증세: '국가의 역할'을 둘러싼 거대한 균열”이라고 썼는데 결국 책 제목도 <세금폭탄, 부자감세, 서민증세>가 됐습니다. 


 아쉬운 점도 많습니다. 처음 논문을 고민할 때는 담론(어떻게 말하는가), 제도(어떻게 존재하는가), 권력(누가 말하는가)라는 세가지 차원에서 분석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책이 나오고 보니 담론에 치우쳐서 제도는 얼기설기 분량만 차지했고 권력은 제대로 다루지도 못한 듯 합니다. 그래도 일단은 담론/제도/권력의 세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건 다음 목표로 남겨놓고 제 이름으로 나온 책을 흐믓하게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보기로 합니다. 


<세금 폭탄, 부자 감세, 서민 증세 - 조세 담론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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