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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詩

꽃 (김춘수)

by 자작나무숲 2011.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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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질적연구방법론 수업시간에 교수가 이 시를 직접 인용했다. 이유인즉슨, 질적연구의 핵심을 이만큼 잘 표현한 시가 없다는 것.

우리가 밤하늘에 떠 있는 별 7개를 국자 모양을 한 북두칠성으로 인식하는 것은 그 별 일곱개가 하얀 줄로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그 별 일곱개를 북두칠성이라는 별자리로 인식하기 때문에 그 별 일곱개가 북두칠성이라는 상호 연관된 별들의 모임이 된다. 누구는 그걸 <프레임>이라고도 하더라. 

노르웨이 오슬로 시내에서 이름모를 들꽃을 보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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