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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한반도-동아시아

대통령은 파병쟁이, 우리당은 거수기 (2004.6.18)

by betulo 2007.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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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파병쟁이, 우리당은 거수기
파병이야말로 국민적 합의 필요
2004/6/18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지난 3월15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을 때 시민사회단체 일부에선 “파병결정만이 유일한 탄핵사유”라는 얘기가 나왔다. 파병결정은 탄핵감이고도 남는데 그렇다고 탄핵안 가결을 찬성할 수도 없는 딜레마를 반영한 말이었다. 민주당이 탄핵반대 역풍에 휘청거릴 당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파병결정을 탄핵사유로 삼았다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바보”라고 비꼬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것에 시민사회가 받은 충격이 어느 정도였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대야소와 탄핵안 기각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노 대통령이 시민사회를 다시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지난해 10월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안을 통과시키자마자 파병결정을 확정했던 정부는 이번에도 지난 10일 유엔결의안이 통과되자마자 “추가파병이 너무 지체됐다”며 파병을 강행하려 한다.

 


시민사회를 경악시키기는 열린우리당도 뒤지지 않는다. 파병재검토 여론이 높아지자 국민통합실천위원회를 통해 여론수렴을 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눈가리고 아웅하기”로 끝났다. 대통령의 뜻만 그대로 좇아가는 모양새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파병거수기로 전락했다” “국회의 주인인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다”는 비아냥이 터져나올 정도다.

 

이달 초 파병재검토에 동의했던 열린우리당 의원이 66명이었고 파병시기만큼은 연기해야 한다고 했던 의원까지 포함하면 75명이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협조요청이 있자마자 입을 다물어 버렸다. 추가파병에 반대한다며 단식까지 했던 임종석 의원도, 당론에 반대해 파병반대표를 던졌던 유시민 의원도 침묵으로 일관한다.

 

열린우리당은 17일 의원총회를 열어 “16대 국회 결의의 효력을 존중하고, 파병에 관한 당론 재검토 여부는 금년 말 연장동의안 제출 시 재논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국군의 안전보장 최우선 △평화재건이란 부대 성격 재확인 △현지 필요에 따른 파병시기와 부대의 신축성 보장 △유엔평화유지군으로 성격전환을 위한 외교노력 등 4가지 요구사항을 정부에 전달했다. 신기남 의장은 이 자리에서 “국민통합실천위원회를 통한 여론수렴과 여러번에 걸친 정책의총을 통해 신중하고 사려깊은 자세를 보여주었다고 자부한다”며 “이제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국민들이 왜 노 대통령을 탄핵에서 구해줬고 열린우리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줬는지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긴급성명서에서 “국회의원들의 신념은 다 어디 갔는가”라며 “국민합의없는 졸속 파병을 강행한다면 탄핵을 심판했던 국민여론이 정부와 여당을 심판하는 여론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주 10만명이 서명한 파병철회 범국민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오는 26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대규모파병반대집회를 연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이보다 앞선 지난 14일 ‘이라크 추가파병결정․추진과정의 문제점과 재검토의 필요성’이라는 자료집을 내고 이라크파병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가 최근 이라크에서 전개되는 새로운 상황변화를 무시한 채 있지도 않은 국제적 약속을 내세워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인 파병방침을 고수함으로써 정책실패를 만회할 기회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파병반대국민행동은 “국민적 합의와 준비도 없이 쿠르드 지역으로 파병지 변경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정책추진의 불투명성과 비민주성이 더욱 뚜렷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자료는 결론에서 △전후 재건지원 요건 미충족 △파병시점 부적절:민정이양 과정 주시 필요 △쿠르드 지역 파병: 민정이양기 최악의 파병장소 △파병협의 당사자 문제 미해결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추가파병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병계획안에 따르면 서희부대와 민사요원 등 5백70여명은 다음달 초 아르빌로 이동해 부지정리와 경계시설 설치, 숙영지건설을 맡는다. 선발대 9백여명은 8월 초 항공기로 쿠르드지역으로 이동한다. 본대 병력 1천여명은 8월 말 사단본부를 설치할 예정인 아르빌 공항 인근 라쉬킨에 주둔하고 일부 병력은 북서쪽 스와라시로 가서 1개 민사여단의 주둔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사진=이정민 기자 jmlee@ngotimes.net 

2004년 6월 18일 오전 6시 18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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