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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연대기구 대표는 얼굴마담? (2004.5.27)

by betulo 2007.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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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기구 대표는 얼굴마담?
우후죽순 연대기구 결성, 집행 따로 대표 따로
2004/5/27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시민사회의 대표적인 원로 가운데 한 명인 홍근수 목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 그는 공동대표로 참여하는 단체가 얼마나 되는지 묻자 “기억이 안난다”고 대답한다. 그는 “무늬만 공동대표고 실제로는 얼굴마담인 경우도 적지 않다”며 “조직을 결성할 때는 원로라고 모시지만 일은 실무자가 다하니까 정작 관심 갖고 참여하고 싶어도 할 일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한다.

 

다양한 쟁점에 따라 다양한 연대기구를 결성하고 대표를 선출한다. 원칙적으로 연대기구의 대표는 대내적으로 조직을 이끌고 대외적으로는 활동을 대표한다. 실제로도 그런가?

 

연대기구 대부분이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의 공동대표단을 둔다. 하지만 공동대표․상임대표들이 얼마나 제구실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적지 않다. 대표선출방식이 형식주의에 빠졌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게다가 유명세가 있는 대규모단체 대표들만 부각되고 지역단체의 대표자들은 사실상 들러리가 돼버린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이와 함께 비슷비슷한 연대기구가 너무 많은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재훈 국제민주연대 활동가는 “연대기구가 대표를 뽑는 방식이 형식주의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실무는 실무대로 결정은 결정대로 대외적인 발언은 발언대로 다 따로 논다”며 “활동을 이끌고 책임지는 사람이 대표가 되는 게 아니라 원로들이나 명망가 위주로 대표단을 꾸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표들이 운동의 구체적인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다보니 대표자회의가 요식 절차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조직은 비효율적이고 기형적인 구조를 갖게 된다”고 꼬집었다.

 

최씨는 특히 “지금 방식은 대표로 참여하는 원로들을 얼굴마담으로 만들고 원로들의 역할을 줄이는 결과만 가져온다”고 말했다. 그는 “실무자들과 대표들의 간극을 메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대표는 원래 상징적인 자리’라는 관성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권운동사랑방처럼 활동가 한 사람 한 사람이 대표가 되는 구조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들의 겹치기 출연, 남발되는 기자회견 및 행사, 비슷한 연대기구의 난립 등의 문제
                에 대해 이제 시민사회가 진지하게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의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음. <시민의신문 자료DB사진>
                박신용철 기자
psyc@ngotimes.net
       

 

■연대기구 인플레이션?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형식주의라는 지적에 동의한다”면서도 “연대기구 활동이 유명무실해지다 보니 자연히 대표들도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대기구가 유명무실해지다 보면 자연히 대표들도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게 되고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지난해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결성 당시 ‘파병반대국민행동을 한시기구로 하자’고 규정했던 것도 그런 문제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파병반대국민행동의 한 관계자는 “실무책임자가 대표가 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원로급과 젊은 활동가들 사이에 중간세대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40대 활동가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가령 국회의원이나 청와대를 상대로 접촉할 때 원로급 대표들이 하는게 낫지 않느냐”는 현실적인 면도 지적했다.

 

이 실장은 “비슷비슷한 연대기구가 너무 많은게 더 큰 문제”라며 “사안별 조직화라는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의 관계자는 이를 “연대기구의 인플레이션”이라고 표현했다. 홍석인 참여연대 간사는 “대표급들의 경우 여러 대표직을 겸임하다 보니 한가지 사안에 집중할 수가 없다”며 “대표 숫자를 줄이더라도 실질적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목사는 “연대기구가 너무 많다”며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하고 가능하면 새로운 기구를 만들기보다는 기존 조직을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향식으로 운동을 펼쳐야 한다”며 “얼마 전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자통협)를 해산한 것도 옥상옥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가 여는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똑같은 문제제기가 나온다. 이 실장은 “제대로 된 기자회견이라면 가장 열심히 하고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앞에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는 늘 오던 사람만 기자회견장을 채우는 경우가 많다”고 인정했다. “손쉽게 일처리하다 보니 급하게 너무 자주 기자회견을 열게 되고 그러다보니 정작 꼭 앞에 나서야 할 사람이 소외되는 현상이 뜻하지 않게 생길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연대기구, 기자회견, 집회 모두 남발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연대기구가 넘쳐나다 보니 뜻하지 않게 입에 오르내리는 단체도 생긴다. 가능하면 필요한 경우만 연대기구에 가입한다는 방침을 세운 한 유명단체 관계자는 “단체에 찾아와 이름만 걸어달라고 하는 곳이 많은데 원칙대로 하려다 보니 안좋은 소리를 듣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다”고 귀뜸한다. 그는 “한편으로는 백화점식 사업 한다고 비판하면서도 막상 필요할때는 이름만이라도 걸어달라고 한다”며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5월 27일 오후 14시 3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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