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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서울YMCA 여성차별 요지부동 (2004.5.21)

by betulo 2007.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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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YMCA 여성차별 요지부동
인권위와 YMCA전국연맹 서울YMCA에 시정 권고
여성회원 총회원권 인정 거부 평등권 침해
2004/5/21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서울YMCA 여성회원들의 1백년 소원은 언제쯤 이뤄질까?


여성회원의 총회원권 인정을 거부하는 서울YMCA(이하 서울Y)에 대해 안팎의 비판이 거센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여성회원의 총회원권을 부여하라”며 시정을 권고해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YMCA전국연맹도 전국대회에서 격렬한 논쟁 끝에 “즉각 여성회원의 총회원권을 인정하라”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인권위는 지난 18일 “서울Y가 여성회원들에게 총회의결권과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성차별 행위로 평등권 침해”라며 시정을 권고했다. 서울Y 소속 여성회원들은 지난 1월 “총회 회원자격을 규정하는 헌장에는 성별 제한이 없는데도 연1회 개최하는 총회구성원으로서의 권리를 주지 않는다”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낸 바 있다.


총회원은 총회에 참가해 피선거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서울Y 이사회는 계속 이를 거부하고 있다.


          

 서울YMCA는 지난 2월 28일 오후 서울종로구 YMCA회관 2층 대강당에서 여성회원들을 배제한채 101차 총회를 열었는데, 총회 이후 여성회원들이 서울 Y개혁을 다짐하고 있다. 장성순 기자




지난 14-16일 천안에서 열린 Y전국대회는 서울Y와 나머지 62개 지역Y가 이 문제를 둘러싸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서울Y의 문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결의문에 넣을지 여부였다. 결국 표결에서 102명 가운데 82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여성의 총회원권을 원천봉쇄하여 모든 YMCA가 대사회적 지탄을 받게 한 서울Y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서울Y가 여성에게 총회원권을 즉각 부여할 것을 권고한다”는 구절이 결의문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반대표를 던진 20명은 대부분 서울Y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YMCA 이사회는 왜?

서울YMCA(이하 서울Y)는 왜 여타 62개 Y연맹과 대립하면서까지 여성회원들을 배제하려고 하는걸까. 일단 감리교단 내 보수 인맥이 장악하고 있는 서울Y의 구조적․역사적 성격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백찬홍 정의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 집행위원은 “여성회원의 총회원권 인정이라는 서울Y의 문제는 전 이사장이었던 표용은 목사를 대표로 하는 감리교단 내 보수파가 서울Y를 자신들의 사조직으로 만든데서 오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인적청산과 제도개혁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Y의 박우승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회와 실무책임자들 상당수가 표용은 목사의 인맥으로 구성돼 있다”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여성회원의 총회원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리교 보수파는 일명 호헌파로 불린다. 충청지역을 주된 기반으로 한 이들은 해방 이후 감리교 교단 개혁법안에 반대하며 기존 법(장정) 고수를 주장하면서 호헌파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들은 표용은 목사가 감리교회 감독회장을 역임하면서 감리교 교단을 장악한 이후 애큐메니컬(교회연합운동)에서도 영향력을 키워왔다.


호헌파는 해방이후 감리교회에서 파벌을 형성하기 시작했고 7-80년대 한국교회가 벌인 민주화운동에 적대적인 자세를 보이는 등 시종 수구적 색채를 견지해왔다. 특히 백 위원은 “호헌파는 감리교 내에서 청년들에게 대표권을 주는 것에도 부정적”이라고 비판했다.


백 위원은 “감리교는 원래 최초로 여성 목사와 장로를 인정할 정도로 양성평등을 앞장서 실천한 교단”이라며 “호헌파가 강력한 인맥을 통해 서울Y와 감리교 교단을 퇴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익명을 요구한 서울Y 관계자는 “Y 구성원으로서 고개를 못들 정도로 부끄럽다”며 “여성회원에게 총회원권을 주지 않는 곳은 세계Y연맹 가운데 서울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Y전국연맹 관계자는 “지역조직에 많은 자율권을 주기 때문에 전국Y 차원에서 서울Y에 압력을 행사하기도 마땅찮다”고 토로한 뒤 “상호책임성에 입각해 전체Y의 대의를 훼손하는 지역Y를 제명하거나 탈퇴를 권유하는 등의 ‘치리(治理)’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Y전국연맹의 분위기를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Y의 또 다른 관계자도 “시민단체가 인권위에 진정까지 한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전체회원의 60%를 차지하는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고 구조적인 민주화를 이루는 개혁을 하지 않으면 자멸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서울Y 개혁재건회의는 전국대회 기간이던 지난 14일 대자보를 통해 서울Y를 신랄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2월28일 여성 회원들의 총회예배 참석 봉쇄와 총회 파행운영 △전 서울Y 표용은 이사장에 대한 명예회복 차원에서 명예이사장 규정 신설 기도 △시민운동 영역 소위원회 7개 통폐합 △시민운동 영역 배제한 대규모 인사 강행 등 서울Y 이사회의 전횡을 상세히 폭로했다.


1844년 창립한 세계Y는 이미 지난 1998년 1백32개국 연맹이 만장일치로 ‘도전21 선교선언문’에서 “여성과 남성을 아우르는 운동체”란 표현으로 성평등을 분명히 했다. 거기다 지난해 2월22일 열린 서울Y 100차 총회도 여성회원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당시 총회 결의문 1항은 “금번 1백차 총회 이후 서울Y 모든 의사결정과정에 여성과 남성은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올해 2월28일 열린 서울Y 101차 총회는 여성회원들을 배제한 채 열려 파문이 일기도 했다. 서울Y는 세계Y연맹의 공식결정과 총회 결정사항조차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박정규 서울Y 기획부장은 “1백년을 이어온 전통과 관성의 법칙도 무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다만 여성 총회원권 문제는 총회에서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1차 총회에서 여성회원들이 절차를 무시하고 참정권을 달라고 이사회에 강요했다”며 “그러다보니 물리적으로 작은 충돌이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부장은 “서울Y 여성회원이 전체의 60%이고 총회원이 1천5백여명인데 여성까지 포함하면 총회원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여성 총회원권을 인정하면 의사결정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고 서울Y 정체성도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부장은 서울Y를 뺀 모든 지역 Y가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1백년 전에 세워진 서울Y와 10-20년 전에 창립된 Y는 창립배경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Y는 등록회원만 3만5천명이지만 지방의 작은 중소도시는 회원이 1천명 안팎인 경우가 많고 재정구조도 취약하다”며 “그런 상황에서 한명이라도 회원을 확보하려다 보니 여성회원들에게 동등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Y 1백차 총회 결의문에 대해서도 “서울Y 개혁재건회의가 일방적으로 배포한 유인물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박우승 서울Y 이사장은 “공인으로서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며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양성평등 의지 확고하다”


허상보 신임 YMCA전국연맹 이사장



“여성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모든 영역에서 성차별이 없도록 노력하겠다.”

 

지난 14-16일 열린 한국YMCA전국연맹 결성 90주년 기념 제37차 전국대회에서 신임이사장으로 선출된 허상보 한국YMCA전국연맹 부이사장은 조직내 양성평등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허 이사장은 1960년 연세의대 대학Y에 가입해 YMCA운동을 시작한 이후 1982년 부천Y를 창립해 초대 이사장을 맡고 2000년부터 한국Y전국연맹 부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40년 넘게 Y활동에 헌신한  사로 평가받고 있다.


허 이사장은 최근 서울Y 여성회원 총회원권 논란을 의식한 듯 “YMCA에 대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오래된 조직’이라는 비판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 시민들의 신뢰를 받는 ‘시민운동의 맏형’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전국Y가 서울Y 문제에 관심을 갖고 주목하고 있으며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본다”며 서울Y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며 “원만한 해결”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양성평등에 대한 태도는 확고하게 밝혔다.


“부천Y는 최근 한국Y역사상 최초로 여성 이사장을 배출했습니다. 여성회원들은 봉사하고 노력하는 만큼 의사결정에 참여할 당연한 권리가 있습니다. 세계 차원에서도 ‘여성과 남성을 아우르는 운동체’라고 1998년에 선언한 바 있습니다. 현재 서울Y를 빼곤 전국의 모든 Y연맹이 여성회원에게 동등한 권한을 주는 만큼 서울Y도 좋은 방향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기 바랍니다.”


허 이사장은 “Y가 한국사회의 균형있는 성숙과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어 “젊은 지도자 중심으로 변화와 개혁의 기운이 넓게 일어나고 있다”며 “지난 전국대회에서도 Y운동의 발전을 위한 진지한 연구와 활발한 토론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5월 21일 오전 2시 13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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