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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거버넌스는 시민사회 인사 정부참여 정당화 논리가 아니다" (2004.5.18)

by betulo 2007.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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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는 시민사회 인사 정부참여 정당화 논리가 아니다"
이명석 성균관대학교 국정관리대학원 교수·박상필 성공회대 교수 대담
아시아엔지오정보센터 기획대담 7회 "시민사회와 거버넌스"
2004/5/18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지난 17일 열린 제7차 아시아엔지오정보센터 기획대담의 주제는 사회학․행정학 등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떠오른 ‘시민사회와 거버넌스(Governance)’였다. 대담자로 나선 이명석 성균관대학교 국정관리대학원 교수와 박상필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거버넌스의 개념 △거버넌스의 등장배경 △거버넌스와 시민사회의 관계 △가버넌스의 한계 등에 대해 토론했다. 

 

최근 한국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가버넌스는 학계에서 ‘진행형 이론’이란 것을 반영하듯 번역어도 공치·협치·능동사회·국정관리 등 다양하다.

 

행정학회는 몇해 전 가버넌스를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를 두고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결론은 “일단 가버넌스로 쓰자.” 서구학계에서도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고 다양한 번역어도 정확하게 본뜻을 전달하진 못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 교수(왼쪽 사진)는 “공식적인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네트워크를 통해 협력한다는 것이 바로 거버넌스의 핵심개념”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거버넌스를 말한다는 것은 권위를 공유한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독점했던 강제 권위를 다양한 세력들이 공유하고 같이 결정하고 집행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시민사회 등 사회 모든 영역이 독자적인 영역을 가지면서 대화와 타협으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 철저하게 자율성을 부여받은 다양한 행위자들이 상호작용하는 것이 가버넌스의 이상적인 상”이라고 말했다.

 

“지구상에서 가버넌스에 가장 근접한 나라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라는 박 교수의 질문에 이 교수는 “분권화가 가장 잘 된 나라인 스위스, 건국초기의 미국이 가버넌스에 가장 근접한 사회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거버넌스란 말을 쓴다는 것 자체가 공공성에 대한 인식변환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공공성 자체가 정부의 전유물로 인식돼다가 정부에 대한 불신이 생겨나면서 거버넌스란 말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예전엔 정부가 독점적인 권한을 가졌지만 지금은 ‘정부가 가장 큰 사회문제’라는 평가까지 나오는 실정”이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오는 것이 거버넌스”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오른쪽 사진)는 “거버넌스가 나타난 가장 큰 원인의 하나가 바로 사회복잡성의 증가”라며 “세상의 어느 누구도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보와 능력을 독점할 수 없게 된 상황이 거버넌스 등장의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박 교수는 “가버넌스는 특히 시민사회의 재발견․재구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상호의존, 자본교환, 자발적인 네트워크라는 가버넌스의 이념과 시민사회의 이념은 비슷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와 가버넌스

 

가버넌스가 주목하는 것이 바로 “조직간 관계를 대등하고 민주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최근 시민사회의 고민인 ‘정부와 시민사회의 관계설정’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원리이다.

 

이 교수는 “정부 내부는 시민사회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쪽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가버넌스는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것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버넌스 모형에서 정부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중재자가 되어야 한다”며 “노사정위원회나 의제21에서 보듯 정부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관리하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이 교수는 시민사회 지도자들이 개별적으로 각종 위원회나 정부조직에 들어가는 최근 경향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시민사회의 구체적 행위자들이 정부에 포섭되는 것은 시민사회의 자생력 강화에 도움이 안될 가능성이 높다”며 “각 섹터가 자율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령 교육부의 관료제 때문에 전교조 인사가 개별적으로 교육부 관료로 들어간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며 “오히려 시민사회의 역량을 키워 정부와 조직 대 조직으로 머리를 맛대는 것이 바람직한 가버넌스 모델”이라고 밝혔다. 자생력과 대중적 정당성 등 시민사회의 독자적 영역을 확고히 한 토대 위에서 정부와 대등한 관계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일부 시민사회 인사들은 정부에 참여하는 것을 시민사회의 영향력을 높이는 가버넌스의 초기형태로 이해하고 정부도 ‘정부와 시민사회의 인적교류’로 이를 합리화하지만 이는 권력참여에 대한 정당화 논리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그 이유를 “정부가 기본적으로 네트워크로 가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방식은 정부에 이용될 여지가 많다”며 이를 한국에서 ‘스캔들’이란 제목으로 번안된 영화 ‘위험한 관계’에 빗대기도 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실질적으로는 권한을 갖고 제3자의 의견을 반영할 의지가 없으면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파트너십을 만들고 교묘하게 정부의 힘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5월 18일 오전 5시 53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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