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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여성주의, 서구페미니즘 수사에서 벗어나야" (2004.5.13)

by betulo 2007.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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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서구페미니즘 수사에서 벗어나야"
아시아엔지오정보센터 기획대담6 [페미니즘 아젠다는 우리의 미래인가]
“여성,생태,평화 아우르는 양성평등운동 펼칠 때”
정현백 여성연합 대표, 강남식 성공회대 교수 열띤 토론
2004/5/13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지난 10일 열린 제6차 아시아엔지오정보센터 기획대담에 나온 정현백 한국여성연합 상임대표와 강남식 성공회대 교수는 △21세기 한국 페미니즘의 쟁점 △한국여성문제의 보편성과 특수성 △세계화와 페미니즘 △여성주의 전략 등에 관해 깊이있는 얘기를 나눴다. 특히 이번 대담은 학생들의 예리한 질문이 쏟아져 대담자와 학생들 사이에 토론이 벌어지는 등 시종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여성․생태․평화를 아우르는 대안적인 여성주의 패러다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면서 △시장의 재구조화 △근본적인 국가개혁 △시민사회의 활성화를 통한 권력관계의 변화 지향 등을 세계화시대 페미니즘의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정 대표와 강 교수는 “분단현실에서 한국여성운동은 세계화라는 보편성과 민족문제라는 특수성을 역동적으로 통합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면서 “일부 영페미니스트들이 여성비정규직문제같은 사회현실과 괴리된 담론만 늘어놓는다”고 비판했다.

 

▲페미니즘 대안

 

정 대표는 “세계화로 여성계 내에 분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세계화가 여성들에게 끼칠 영향으로 “세계화가 남성=생계부양자 공식을 깨트릴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 중산층에서 전문직 여성노동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가난의 여성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극빈층 여성 가구주의 수가 늘어날 것”으로 진단했다.

 

정 대표는 특히 “아시아에서 한국 여성운동은 두가지 과제 안고 있다”며 “한국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과 함께 분단문제 극복을 위해 아시아여성간의 평화연대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여성 정치세력화

 

강 교수는 “정치적 이념에 따라 지지와 반대로 나아가야 하는 때가 왔다. 이제는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할 때는 아닌가”라고 문제제기 했다.

 

정 대표는 “지난 10년간 우리의 일관된 원칙은 ‘함께 그리고 따로’였다”고 밝히면서 “앞으로는 독자적인 진보적 여성운동으로 나가야 할지 당분간 보수적여성운동까지 포괄하려고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정 대표는 “여성운동은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추구하는 과제와 여성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 건설 두가지를 모두 추구해야 한다”며 “일정정도는 보수와 함께 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페미니즘 담론과 여성운동의 간극

 

번 대담에서는 일부 영페미니스트들의 활동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강하게 제기됐다. 강 교수는 “여성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것이 여성학 연구자와 영 페미니스트들인데 그들이 주도하는 페미니즘 담론과 여성운동간의 간극이 있다”며 “운동적 측면에서 볼 때 페미니즘 담론이 끼친 부정적인 영향도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강 교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여성학 연구자들의 고민과 현실 사이에 괴리감이 크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비정규직 대부분이 여성인데도 영 페미니스트들은 이에 대해 별 문제제기를 안한다며 “영페미니스트들이 구체적인 여성현실의 문제를 너무 등한시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서구에서 수입한 페미니즘 담론은 폭증하는데 여성의 경제적 지위는 갈수록 떨어졌다. 영페미니즘과 여성 대학생들이 이 부분을 정확히 인식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영페미니스트들이 서구 페미니즘의 현란한 수사에 기대어 여성정치와 성담론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운동에서는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여성운동이 민족주의와 결별하는 순간 여성은 진공상태에 빠져버린다”며 “분단문제라는 한국여성운동의 특수성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페미니즘이 민족주의와 결별해야 한다는 주장은 서구 페미니즘의 직수입일 뿐”이라며 “민족국가를 새롭게 만드는 과정에서 여성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5월 13일 오전 7시 28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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