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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재정적자에 대처하는 두 가지 방법

by betulo 2010.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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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오리건, 오른쪽은 캘리포니아. 둘다 경치가 멋지구나


미국 주정부들이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재정적자 때문에 경찰력을 축소해야 할 정도다. 자 그럼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걸까. 오리건주와 캘리포니아주가 전혀 다른 해법을 제시해 보였다.

●정공법 택한 오리건주

미국 북서부 오리건 주가 주민투표까지 거치는 진통 끝에 소득세와 법인세를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AP통신이 27일 보도했다. 법안 통과로 오리건주는 향후 2년 동안 7억 3000만달러에 달하는 재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오리건주 유권자들은 26일 우편을 통한 주민투표를 했다. 이번 세금 인상법안은 연간 개인소득 12만5000달러 또는 부부합산 소득 25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2% 올리고, 기업 법인세 하한치도 현행 10달러에서 150달러로 상향조정했다. 오리건주는 이번 세금인상으로 향후 2년간 주 예산의 5.5%인 7억2700만달러의 세수 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연간 10달러에서 150달러? 눈을 의심했다. 내 영어실력을 시험에 들게 하다니. 눈을 씼고 다시 읽어봤다. 이런 마음을 이해했는지 뉴욕타임스 기사는 친절하게 이렇게 써 놨다.

Some will see their taxes increase by tens of thousands of dollars, but many more will be subject to only modest increases, including a rise in the corporate minimum tax to $150 from $10.

오리건주 의회는 지난해 세금 인상을 결정했지만 기업들이 자금을 지원한 반대운동으로 논란이 일면서 결국 주민투표까지 가게 됐다. 오리건주 전체 150만 납세자 가운데 약 3만 9000명이 소득세 인상 결정의 적용을 받는다.

오리건주는 미국에서도 세금이 낮기로 유명한 곳이다. 판매세가 없는 다섯 개 주 가운데 하나이고 법인세도 아주 낮다. 문제는 최근 실업률이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도는 등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 부족이 너무 심각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오리건 주민들이 거의 80년 만에 처음 소득세 인상에 찬성했다고 전했다.

증세방안은 그동안 오리건주에서 뜨거운 찬반논쟁의 대상이 됐다. 주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과 교사를 비롯한 공공부문 노조, 중소기업들은 공립교육을 유지하고 사회공공서비스 예산 축소를 막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며 적극적인 찬성운동을 벌였다.

반면, 공화당과 대기업들은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막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오리건 주에 있는 나이키와 콜롬비아 스포츠웨어 등 대기업 경영진들은 반대운동을 위해 거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USA투데이가 지난해 11월16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1995년부터 2008년까지 13년 동안 오리건 주 등 10여개 주가 경찰력을 감축했다. 특히 오리건주는 13년 동안 인구가 22% 늘었지만 주 경찰력은 31% 이상 감축했다. 결국 24시간 순찰을 기대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쳐 최근에야 보조금를 지급해 경찰을 추가 선발하기로 했다는 거다.

●꽁수 택한 캘리포니아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1월 13일 모두 640억달러에 달하는 캘리포니아주의 일반정부부채에 대해 기존 A 등급에서 A-로 한단계 낮췄다. 캘리포니아주는 현재 재정적자가 200억달러에 달하는 등 심각한 재정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장기차입 부담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스럽다. 재정적자 때문에 주립대 등록금을 대폭 인상해 대학생들 시위사태까지 초래한 캘리포니아가 점점 더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재정비상사태까지 선포했을 정도로 심각한 재정상황인 캘리포니아. 하지만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는 방안은 오리건주와는 딴판이다.

지난 1월 9일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 당국은 과속 단속 카메라를 대거 설치해 교통 범칙금 수입을 늘리자는 안을 내놓았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8일 재정 적자 해결을 위한 긴축예산안을 내놓으면서 기존의 신호 위반 단속 카메라에 과속 감지기를 설치해 과속 운전자도 단속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과속 단속에 걸린 운전자는 규정 속도 초과 정도에 따라 최고 325달러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슈워제네거 지사는 신호위반 단속 카메라 500대에 과속 감지기를 설치하면 연간 240만명의 과속 운전자를 적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연간 범칙금 수익이 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주 당국은 추산했다.

과속딱지 늘려 재정적자를 늘리는 걸로 끝이 아니다.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이번엔 교도소를 멕시코에 건설 관리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26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1월 25일 ‘새크라멘토 프레스클럽’ 모임에 참석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재정난 해소 방안을 묻는 질문을 받자 “자금을 지원해 멕시코에 교도소를 짓고 캘리포니아주 교도소에 수용된 밀입국 범죄자들을 이전해 관리하면 예산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교도소 수용자는 17만 1000명. 이 가운데 밀입국자 범죄 기결수는 1만 9000명 가량이다. 캘리포니아는 교정 시설 예산으로 한해 80억 달러 이상을 쓰고 있다고 한다.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여기에 착안해 “멕시코에 교도소를 짓게 되면 건설 비용이 절반으로 줄고 교도소 관리 비용도 절반으로 감축돼 한해 10억 달러 가량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교정시설 예산 절감으로 교육 부문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현 가능성부터 보자. 일본정부가 한국에 자금지원해주면서 일본 교도소를 짓겠다고 하면 찬성할 한국인이 몇 명이나 있을까. 멕시코는 캘리포니아 남쪽에 있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아니다. 슈워제네거 주지사의 양식이 의심스럽다.

사실 캘리포니아는 오리건처럼 세금 인상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라.

재정적자가 문제가 될 때 세금을 올려서 해결할 것인지, 과속딱지를 많이 끊어서 해결할 것인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다만 한가지는 기억해야 한다. 소득세를 올리면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된다. 과속딱지는 '공식적으로는' 티코와 리무진을 구분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는 과속딱지가 티코를 훨씬 더 많이 좋아한다. 적어도 대다수 시민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부시가 (부자)세금 깎아주겠다고 하니까 워싱턴DC 지하철역에 모여있던 노숙인들이 제일 좋아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뭘까. 임기가 아직도 1122일이나 남은 가카께서 임기 초반 (부자)세금 깎아주겠다고 하는데 여론조사에서 과반수 이상 찬성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대다수 시민들은 과속딱지가 리무진보다 티코를 훨씬 더 좋아한다고 믿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감세는 리무진 뒷자리 앉은사람보다 티코 앞자리 앉은 사람에게 더 좋다고 김치국부터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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