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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사해/한반도-동아시아

작가 오수연씨가 말하는 파병반대 이유 (2004.4.15)

by betulo 2007.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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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이라크는 미국 눈에 비친 허상에 불과합니다”
작가 오수연씨가 말하는 파병반대 이유
2004/4/15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우리가 과연 이라크에 대해 뭘 아는가. 우리가 아는 이라크와 아랍은 미국 권력자의 눈에 비친 허상일 뿐이다. 우리도 일본의 식민지를 겪지 않았나. 제발 입장 바꿔 이라크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소설가 오수연씨에게 작년 한해는 이라크로 시작해 이라크로 끝났다. 바그다드 공습이 시작된 지난해 3월 20일 팔레스타인에 들어간 오씨는 4월 18일부터 6월 중순, 그리고 잠깐 한국에 돌아왔다가 다시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이라크에 있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이라크 파견작가이자 이라크반전평화팀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지난달 26일 <아부 알리, 죽지마>(향연 출판사)라는 책을 통해 자신이 목격한 바를 생생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오씨는 “왜 이라크인들이 ‘테러리스트’가 될 수밖에 없는지” 그들 눈으로 보기를 강조한다. “이라크에서 전쟁으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은 힘없는 민중들이었다. 돈있는 사람들은 전쟁을 거치고 나서도 살아날 구멍이 있더라. 또 어디서나 살아날 구멍이 있는 돈있는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킨다. 국익이란 것도 결국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의 이익이다. 파병의 명분으로 그리 국익을 외치던 사람들의 이익과 우리의 이익은 절대 같을 수 없다. 그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씨는 “이라크 정세와 이라크인에 대한 언론보도나 정부발표에 허점이 많다”며 대표적인 예로 ‘알 사드르의 위상이 왜 이만큼 높아졌나’를 들었다.

 

작가 오수연씨씨가 지난해 6월 말, 이라크에서 구호활동을 하다가 알게 된 친구의 집에 놀러가서 점심 설거지를 같이 하고 있다. (사진제공=도서출판 향연)

 

“최근 이라크 시아파의 강경지도자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알 사드르는 작년까지만 해도 아버지 후광을 빼고는 내놓을 만한 게 없었다. 물론 작년에도 그는 과격한 선동을 많이 해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곤 했다. 하지만 많은 이라크인들이 ‘웃긴다’ ‘너무 어리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그가 알면 뭘 알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마디로 그는 ‘외따로 노는 풋내기 과격소수파’일 뿐이었다.”

 

오씨는 알 사드르가 이만큼 대중적 기반을 갖게 된 것은 “바로 미군점령정책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미군은 점령군일 뿐이다. 이라크인들의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는 마음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다. 그렇다고 전쟁피해 복구가 제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눈만 뜨면 강조하던 ‘자유’도 없다. 이라크인들의 분노는 날로 거세졌다. 외세배격이 절대절명의 과제가 되면서 자연히 목소리 큰 선동가들이 힘을 얻게 된다.” 오씨는 “알 사드르가 이 정도 지지를 이라크인들한테 받는 것은 그만큼 이라크인들의 분노가 거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단언했다.

 

오씨는 언론에서 당연한 사실처럼 보도했던 ‘시아파와 수니파의 뿌리깊은 갈등’에 대해서도 지극히 회의적이었다. “원래 없던 갈등을 사담 후세인이 조장했고 미국언론은 이를 의도적으로 과장한다”는 것이다.

 

“사담은 이라크에서 소수파인 수니파를 등에 업고 정권을 유지했지만 수니파 가운데 사담 치하에서 고생한 사람도 많다. 장기독재의 악영향은 있을 것이다. 내가 만나본 대다수 이라크인들도 그게 나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는 최근 이라크에서 잇따르고 있는 외국인 납치 사건에 대해서도 “이라크인들이 외국인들을 미국의 친구, 즉 자신들의 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에 가까운 나라 사람일수록 처단의 정도가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인이란 걸 알고 대접을 잘 해줬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무슬림들은 원래 손님대접을 잘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한국인이라 잘 대접한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한국군이 파병되면 그들은 한국을 적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군을 파병하고 나서 억류되는 한국인들의 안전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사진제공=도서출판 향연 

2004년 4월 15일 오후 12시 11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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