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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특별교부금

왜 언론은 작은 것에만 분노하는가

by betulo 2008.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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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언론은 예산 관련 기사를 쓰면서 작은 것에는 분노하고 큰 것에는 무관심할까?


2008년 5월 스승의 날 즈음해 김도연 장관 등 일부 간부가 모교나 자녀학교를 방문해 500~1000만원에 이르는 지원을 약속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특별교부금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었고 장관이 물러나는 사태까지 초래됐다.


하지만 당시 그토록 심각한 논란의 와중에도 비판의 화살은 전체 특별교부금의 0.001%도 안되는 2억원 안팎의 ‘모교 혹은 자녀학교 지원’에 몰렸을 뿐 1169900000000원이나 되는 전체 특별교부금은 제대로 된 토론대상이 되지 못했다.


오늘자 주요 일간지에 실린 특별교부금 관련 기사를 보자.제목과 첫단락이다. 이런 기사들은 감사원이 발표한 특별교부금 감사결과 보고서를 소개하는 기사이기 때문에 전형적인 스트레이트 형식을 따른다. 단락을 보면 기사의 전체 방향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사가 무엇에 주목하는지 알 수 있다. (순서는 손에 잡히는 신문 먼저다. 딴지걸지 말지어다)


한겨레 <교과부 ‘학교 방문’ 13억 부당지원>

교육과학기술부와 옛 교육인적자원부 고위직들이 2004년부터 올해 5월까지 모두 122차례에 걸쳐 특별교부금 13억원을 학교방문 격려금 용도로 부당지원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동아 <‘나랏돈으로 생색’ 111차례 12억>

교육과학기술부 고위직 간부들이 일선 학교를 방문하면서 격려금 명목으로 자기 돈인 양 뿌리고 다닌 특별교부금이 2004년부터 올해 5월까지 총 12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 <특별교부금은 교과부 간부 ‘쌈짓돈’>

교육과학기술부(옛 교육인적자원부)의 장차관 등 고위직 간부들이 모교와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특별교부금으로 격려금을 지원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별한 수요가 있을 때만 지원할 수 있는 특별교부금을 마음대로 전용해온 것이다.


국민 <장차관 모교 등에 13억 부당 지원 자녀학교 방문 때도 거액 지원>

교육과학기술부가 특별교부금을 마구잡이로 사용, 고위 공직자들의 모교나 자녀들의 학교에 지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별교부금은 교과부 간부들의 ‘폼 잡기용 쌈짓돈’임이 드러난 것이다.


세계 <교과부 특별교부금 13억 부당지원 확인>

교육과학기술부와 옛 교육인적자원부 고위직들이 2004년부터 올해 5월까지 총 122차례에 걸쳐 특별교부금 13억원을 학교방문 격려금 용도로 부당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 <사택 수리, 간부들 격려금 특별교부금 ‘쌈짓돈’ 쓰듯>

올해 5월 교육과학기술부 고위간부들이 학교를 방문하면서 1000만~2000만원씩의 격려금을 전달했다. 일부 간부는 자신의 모교에 격려금을 줬다. 격려금은 교과부의 특별교부금에서 나갔다. 특별교부금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기관을 설치 또는 운영하는데 필요한 재원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돈이다. 특별교부금의 사용처는 법으로 엄격하게 정해져 있는데 교과부가 이를 멋대로 사용한 것이다.


심지어 참여연대가 낸 논평도 이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했다.


참여연대 <쌈짓돈 된 교과부 특별교부금 개선방안 마련해야>

감사원이 교육과학기술부의 특별교부금 운용실태와 관련하여 감사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번 감사는 지난 5월 28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교과부의 특별교부금과 관련하여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여 이루어 진 것으로, 2004년부터 올해 5월까지 모두 122차례에 걸쳐 특별교부금 13억원을 학교방문 격려금 용도로 부당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13억에 그치지 않고 조금이라도 특별교부금의 구조적 문제에 주목한 기사는 조선일보였다.


조선 <“교과부, 특별교부금 멋대로 전용”>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재해대책수요’ 명목으로 지원한 특별교부금 944억원 중 실제 재해가 발생해 지원한 교부금은 42억원(4.5%)에 불과했고, 나머지 902억원 가운데 80억원은 법정 사용 목적과 달리 교직원 사택의 개보수 사업에 사용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확인됐다.


13억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특별교부금 전체에 주목한 건 내가 쓴 서울신문 기사다. 서울신문은 9월에 특별교부금 기획기사도 3회 연재로 썼고 그 기획을 내가 주도했다. 그러니 기사가 조금이라도 나아야지 않겠나.


특별교부금은 국회의 예산안심사나 결산심사를 받지 않는다. 심지어 국회에서 요구해도 집행내역서를 제출하지 않는다. 시민단체와는 정보공개소송까지 갔을 정도로 정보공개도 거부한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감사원, 시민단체 등에서 오랫동안 특별교부금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교육부는 대부분 묵묵부답으로, 때로는 동문서답으로 비판에 귀를 막았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연말을 맞아 자기 지역에 있는 학교에 특별교부금을 많이 받아내고 싶어하는 국회의원, 시도교육청 등의 물결에 비판은 잊혀져버렸다.


특별교부금 개혁방안이 제대로 된 논의도 거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렀고 장관이 옷을 벗기도 했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많은 이들은 이렇게 강조했다. “특별교부금에서 갑(甲)은 언제나 교육부였다. 국회의원은 을(乙)이었다.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관료를 앞에 놓고 호통을 치는 모습에 속으면 안된다.”


감사원 아는 분에게 물었다. 왜 "언론은 작은 것에 분노하고 큰 것에 무관심할까요?" 감사원 관계자 曰 "그건 제가 물어보고 싶은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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