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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21세기 새마을운동 "정부예산10% 절감"

by betulo 2008.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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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한 달 생활비로 100만원을 쓰고 있는데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생활비 10만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자. 가장 먼저 할 일은 생활비 내역을 점검하는 일일 것이다.

분석을 해보니 식비 30만원, 각종 경조사비 10만원, 술값 20만원, 교통비 10만원, 영화관람 등 문화생활비 10만원, 부모님 용돈 10만원, 각종 잡비 10만원을 쓰고 있었다.

생활비 10% 절감을 위해서 어떤 항목을 줄여야 할까. 그건 당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우선순위를 정하는데서 시작할 거다. 곧 죽어도 술없이는 못살겠다면 술값보다는 밥값이나 문화생활비를 줄이면 된다. 건강을 챙겨야겠다면 외식을 너무 자주 하는 비용을 과감하게 줄이고 술값도 엄청 깎으면 된다.

모든 항목을 줄일 필요는 없다. 우선순위에 따라 증액이 필요하기도 하다. 책을 많이 읽어 자기계발에 힘쓰는 사람이라면 술값을 과감하게 줄이고 식비도 일부 줄여서 그 비용을 충당하려 할 것이다. 부모님이 눈에 밟히고 10만원이 너무 적다고 느낀다면 마찬가지로 식비나 술값이나 하여튼 다른 비용을 더 많이 줄이면서 부모님 용돈을 늘리는 선택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있을 것이다. 10%를 줄여야 하니까 모든 항목에서 10%를 줄인다. 식비는 30만원에서 27만원으로 줄이고, 각종 경조사비는 9만원으로, 술값은 18만원으로, 교통비와 문화생활비, 부모님 용돈, 각종 잡비도 모두 각각 9만원으로. 당신이라면 이런 선택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는가.

국가 예산은 우선순위를 둘러싼 갈등이다. 무찌르자 공산당이 최우선 목표일 때는 국방예산이 전체 예산의 과반수 가까이 되는 거다. ‘우리도 한 번 잘살아보세’에 매진하려면 복지예산 억제하고 경제개발예산에 집중투입한다.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원한다면 국방예산과 건설예산, 경제개발예산 줄여서 복지예산 대폭증액해야 한다. 국가의 전략적 목표와 정책우선순위, 국민들의 공감대 등에 따라 예산의 양상은 계속 바뀌기 마련이다. 그것 때문에 선거를 하고, 1년에 걸쳐 정부 예산안을 짜고 국회가 예산심의를 하고 결산을 하는 거다.

요즘 중앙정부 부처부터 지방자치단체, 정부산하기관, 심지어 정부출연연구기관까지 ‘예산 10% 줄이기’에 난리법석이다. 10%를 별 문제없이 줄인다면 그동안 공공부문이 예산낭비가 극심했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니 썩 좋은 기분은 아닐거 같다. 하지만 문제는 정책우선순위는 보이지 않고 10% 줄이는 게 목표가 되버렸다는 거다.

정부예산사업 중에는 낭비가 많다. 중복사업도 많고 타당성이 적은 것도 많다. 일반적으로 업무추진비는 너무 과도하게 많다. 예산 절감해야 할 부분이 많다. 예산낭비는 단순히 사업타당성이 적은 사업을 하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중복사업 때문에 생기는 예산낭비를 막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건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당시 양극화 극복 한다며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니까 일자리창출 예산 사업이 유행이 됐다. 노동부도 일자리사업, 복지부도 일자리사업, 여성부는 여성일자리사업, 농림부는 농촌일자리사업, 해양수산부는 어촌일자리사업, 교육부는 학생일자리사업...

하지만 증액이 절실한 부분도 많다.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실태만 해도 그렇다. 당장 인력도 부족하고 장비도 낡았다. 엄청난 예산 증액을 해야 한다. 교육은 또 어떤가. 등록금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서야 하는데 그러려면 대규모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

10%를 일률적으로 줄인다고 치자. 그럼 내년에는 어떻게 될까. 타당성 떨어지는 국도건설을 하려고 한다. 5년에 걸쳐 100억원이 필요하다. 당초에는 올해 예산으로 10억원을 책정했다. 10% 줄이라고 하시니 올해에는 5억원으로 대폭 줄인다. 그리고 예산절감했다고 동네방네 자랑한다. 그래봐야 어차피 5년 안에 100억원+알파로 쓰게 돼 있다. 20억원 계획했던 내년 예산을 슬그머니 25억원으로 책정하면 그만이다.

군대 생각이 난다. 병장때 외환위기가 닥쳤다. 장교부터 이등병까지 월급 일률적으로 깎았다. 1식3찬에서 1식2찬으로 줄였다. 맛스타와 건빵, 컵라면이 몇달동안 병영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유는 한가지 고통분담 때문이었다. 대통령께서는 그게 제대로 된 고통분담이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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