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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

성폭행범이 구속 안되는 세가지 조건

by betulo 2007.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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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아침 혜화경찰서에서 사건사고 보도자료가 하나 왔습니다. 종묘공원에서 성매매하는 중년여성을 협박,갈취,폭행한 이모(40.여)씨를 비롯한 세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이모씨만 구속되고 나머지는 불구속이더군요.

보도자료를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검거된 피의자가 4명인데 공갈협박은 한 명 구속,한명 불구속. 그런데 협박,폭행에 장기간 성폭력을 일삼은 피의자 3,4번은 불구속... 뭔가 이상해서 혜화경찰서 담당자에게 확인해 봤습니다.

구속영장 청구하려고 했지만 당직검사가 불구속지시했다고 하더군요. 경찰에 신고했던 피해자는 그 소식에 "울고 불고 난리였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강간범이 구속을 피하는 비법을 전수받은 느낌이었습니다. 나이가 많으면 좋구요. 그게 아니더라도 범행 장소를 피해자집이나 피의자집으로 하는 겁니다. 한두번 하면 오해받으니까 최대한 장기간 해야 합니다. 그럼 검사는 "화간 가능성이 있다."며 불구속으로 처리할 확률이 아주 높아집니다. 물론 법에도 관련 조항이 있습니다. 바로 "항거불능"이라는 조항입니다.

제가 이해하는 항거불능이란 이런 겁니다. 죽을 정도로 저항하지 않으면 피해자 뭔가 원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피해자에게 죽을만큼 저항하다 죽을 권리 말고는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는 조항이 항거불능입니다.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 한국의 사법당국에 감사드립니다. 피의자 입장을 그토록 잘 챙기는 마음으로 피해자 인권도 쬐금만 신경써 주시길 기대합니다.  

또다른 비법 하나가 있습니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는 소설에 나오는 건데요. 강간을 할 때 피해여성의 등밑에 묵직한 돌덩이를 놓아둡니다. 그럼 피해여성은 그 돌덩이가 너무 아파서 강간범에게 "이 돌 좀 치워달라."고 하소연할 겁니다. 그 말 한마디로 두 사람은 강간범과 피해자가 아니라 화간이 되는 겁니다.

세상의 비밀을 독자와 함께 나누는 게 기자의 본분. 신문 지면에 실리지는 못했지만 이 놀라운 비법을 널리 알립니다.

  나이가 많고,피의자나 피해자 집에서 1년 넘게 성폭력했으면 불구속이다?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성매매를 하는 이모(55·여)씨를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위협해 상습적으로 때리고 성폭행한 이모(68·무직)씨와 권모(69·일용노동자)씨가 경찰에 검거되고도 불구속기소돼 빈축을 사고 있다.


  경찰은 애초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서울 중앙지검 당직검사는 피의자들이 고령이라는 점과 함께 “성폭력이 일어난 장소가 피의자나 피해자 집이고 1년 넘게 일어난 일”이라는 이유를 들어 “형법상 항거불능 상태로 보기 어렵다.”며 불구속지시를 내렸다.


  경찰은 “다시는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피의자들에게 구두로 주의를 줬다.”면서 “또다시 피해자에게 공갈,폭행이나 성폭력을 일삼을 경우 구속영장을 재차 청구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하지만 경찰을 믿고 피의자들을 신고한 피해자는 정작 피의자들의 보복을 걱정해야 하는 곤경에 처했다.피해자는 불구속 소식을 전해듣고 경찰에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성폭력사건의 실태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떨어지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사법당국을 강하게 비판했다.그는 “성폭력의 70∼80%는 아는 사람한테 일어나기 때문에 피의자나 피해자 집일 가능성이 높고 피해자가 위협을 느껴 장기간 은폐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면서 “성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항거불능을 폭넓게 해석하는 등 대안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2007년 8월24일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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