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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농진청, 연구보다 기술보급에 눈독"

by betulo 2007.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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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연구보다 기술보급에 눈독"
농촌붕괴에 따른 ‘조직살리기’에다 사업도 중복 비난
시민의신문-행개련 공동기획(2)
2006/12/11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올해로 설립 100년을 맞는다는 농촌진흥청. 최근 농진청이 추진하는 사업 가운데 농림부와 중복되는 사업이 늘어나고 있다. 자연순환형농업기술개발, 탑라이스 생산 기술시범사업, 농촌전통테마마을 조성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연구개발(R&D)를 기본취지로 설립된 농진청이 중복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농촌붕괴에 따른 조직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세계 최고급 품질 쌀?

농진청이 내년부터 신규사업으로 추진하는 탑라이스(Top Rice)생산기술시범사업은 최고쌀 표준을 설정하고 품질 고급화를 이뤄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2007년도 예산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농진청은 탑라이스사업을 위해 11개 쌀 품종을 추천했지만 이들 품종은 농진청 스스로 약점이 있는 것으로 인정하는 품종들이다. 이들 품종으로 재배하고 수확한 후 관리를 철저히 한다고 해도 브랜드 경쟁력이 높아지기는 쉽지 않다.

농진청은 이미 2005년에 ‘새기술보급사업’ 예산 일부를 탑라이스사업에 이용해 추진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당시 판매과정에서 10kg에 4만3000원을 책정했다. 결국 판매부진에 따른 재고누적과 판매단가 하락문제로 비판여론이 일기도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밥맛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인 품종개발이 선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자는 가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데도 불구하고 고가 전략을 내세우는 탑라이스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사업타당성보다도 더 큰 문제는 농림부와 업무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업중복이 있다는 점이다. 탑라이스사업만 해도 농림부에서 추진하는 고품질 쌀 브랜드 육성지원 사업과 중복된다. 보고서는 “농진청이 기술보급사업까지 나서서 하겠다는 것은 사업중복문제를 일으킨다”며 “농진청은 연구개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농진청이 사업영역을 연구개발에서 다른 분야로 확장하면서 중복사업이 늘고 있다”고 우려한다. 탑라이스사업만 해도 농진청은 “생산, 수확 후 관리, 품질·유통관리 등 전 단계를 정밀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농촌 붕괴보다 조직생존 걱정

기본적으로 연구개발(R&D)을 취지로 하는 농촌진흥청이 최근 이런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익명을 요구한 농업경제학자는 “조직 위기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농촌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농림부나 농진청 모두 조직의 존폐를 걱정하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진청의 행보가 죽어가는 농촌을 살리는 것보다 조직을 살리는데 급급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지는 미지수다.

지금 추세대로 가면 농촌은 수년 안에 ‘자연사로 인해 폐업’한다. 농어민 인구는 1995년 240만3천명에서 2004년 현재 182만5천명으로 줄었고 이 가운데 농림업 인구는 같은 기간 228만9천명에서 174만9천명으로 23.6%(54만명)나 급감했다. 182만5천명 가운데 52.6%인 96만명이 60대 이상 노년층이고 50대는 41만7천명(22.84%)이나 된다. 새로 충원되거나 감소하는 농어업인구 없이 지금 추세대로라면 2009년에는 60대 이상이 118만2천명으로 64.76%, 50대 이상은 155만명(84.93%)이 된다.
 
갈수록 줄어들면서 늙어가는 농어민인구는 관련 공무원 인원과 심각한 불균형을 일으킨다. 지난해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관 부처와 기관 (준)공무원 정원은 △농림부 3,963명 △농촌진흥청 1만32명 △산림청 1,561명 △해양수산부 4,226명 △해양경찰청 6,865명 △농촌공사 5,912명 △농수산물유통공사 580명 △농협중앙회 1만6,837명 △수협 2,217명 △산림조합 2,070명 △마사회 869명 △컨테이너부두공단 88명 △부산항만공사 136명 △인천항만공사 118명 등이었다. 총 5만5474명이다. 여기에 농협 지역조합 현원 5만2천875명(6월 말 기준)을 더하면 무려 10만8349명이나 된다.

60세 이하 농어민 86만5천명과 (준)공무원을 비교하면 (준)공무원 한 명이 농어민 8명을 담당하고 있다. (농어민 전체로는 1인당 농어민 17.8명.) 공무원 수가 그대로이고 현재 농어민 인구가 그대로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2009년에는 (준)공무원 1인당 60세 이하 농어민 5.9명, 2014년에는 4명이 된다. 이런 변화는 농촌진흥청의 존립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12월 11일 오후 12시 5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79호 9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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