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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서울대병원 100주년 '친일세탁'?

by betulo 2007.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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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이 오는 15일로 예정된 ‘대한의원 100주년기념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내부 자문위원회의 보고서를 묵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일왕이 임명한 대한의원 창설위원장 사진이 담긴 개원식 기념엽서(서울신문 3월1일자 7면 보도)가 공개되는 등 대한의원 100주년 기념식을 둘러싼 반대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밝혀진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7일 서울대병원 병원사연구실이 만든 ‘병원사포럼’에 따르면 지난 1월24일 오전 8시 대한의원 개원 자체가 일제 침략성을 담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날 오후 5시 월례 세미나에서 보고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측이 갑자기 세미나를 연기시켰고 포럼 위원들에게 보고서 공개 여부와 시기, 방법까지 맡겨 달라며 비공개를 요청했다.

포럼 위원장을 맡은 황상익 서울대 의사학교실 주임 교수는 “서울대병원은 대한의원의 침략성과 근대성을 떼어내서 근대적 건물, 근대적 시설, 근대적 의료기술만을 강조한다.”면서 “침략성과 근대성을 떼어놓고 논의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누구를 위한 근대성인가를 봐야 한다.”면서 “가령 조선총독부가 보여줬던 근대적 행정능력과 설비, 우수한 인력과 그걸 바탕으로 식민지 지배를 위해 벌였던 역할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병원사연구실을 지난해 만들면서 외부 조언을 듣기 위해 포럼을 만들었다.”면서 “1월24일 세미나가 연기된 것은 일정상 그렇게 된 것이지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병원사연구실 내부에서 한 포럼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공표할 이유가 없다.”면서 “포럼에서 논의한 내용을 기념사업에 반영한 것도 적지 않다.”고 해명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기사일자 : 2007-03-08    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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