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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사회연결망분석

시민운동, 노동운동 연계 약화가 진보성 약화 부른다

by betulo 2012.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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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망분석] 쟁점 좇기 급급 중장기전략 대응 부족

본지, 창간 13주년 특별기획 ‘시민운동 연결망분석
노동운동과 연계 갈수록 약화, 진보성 퇴보 우려
2006/5/29 
 
중장기적 전망에 기초한 전략적 대응이 부족하다. 노동계와 연계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이슈를 선점하지 못하고 쟁점을 좇아가는 경향이 강해지며 성명서·기자회견을 통한 활동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졌다.

이같은 사실은 <시민의신문>이 창간 13주년을 맞아 시민사회 연결망을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시민의신문>은 은수미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등의 도움을 얻어 사회연결망분석(SNA)을 통해 2개월에 걸쳐 지난 한 해 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의 연계활동을 분석했다.

공동연대체 결성, 집회, 시위, 토론회, 입법청원, 성명서, 기자회견 등 362건을 분석대상으로 삼았으며 이를 △강한연계(연합조직 결성이나 공동집회, 시위 등) △중간연계(토론회, 심포지엄, 입법청원 등 공동행동) △약한연계(기자회견, 성명서 발표)로 구분했다. 각 연계별로 3,2,1로 가중치를 달리 줬다. 개별단체가 벌인 활동은 조사목적에 맞지 않아 제외했다.

2005년도 강한연계활동 연결망


  우선 사건현황과 조직간 연계를 살펴보면 전략적 기획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평택, X파일, 사학법 등 지난해 우선순위를 차지한 사건들은 전략적으로 기획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양극화나 투기자본 등 중장기적 대응이나 전략적 기획이 필요한 부분들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졌을 가능성도 높다. 이들 사안들의 중심성이 낮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 정책의제를 만들어내고 스스로 쟁점을 제기하고 설득력을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 제기되는 쟁점에 따라가고 그 방식도 주로 성명서와 기자회견 등 약한연계 방식을 많이 구사한다는 것이다.

 시민운동이 성명서 발표와 기자회견 개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지난해 연계사건을 분석한 결과 극명하게 드러난다. 시민단체들이 연계한 총 362건 가운데 강한연계는 52건(14.4%), 중간연계는 87건(24%)을 차지한 반면 약한연계는 223건으로 무려 61.6%에 이르렀다.

 
동일비교는 어렵지만 은수미 박사가 분석한 1997년과 2001년 결과는 당시 약한연계 비중이 30% 이하였다. 약한연계 비중이 높은 것은 시민단체 활동내용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참여연대는 전체 연계사건 가운데 약한연계가 70.5%나 됐다.

노동계와 시민운동의 연계는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약해지고 있다. 은수미 박사가 분석한 1997년 통계에서는 노동운동조직 비중이 31.4%였지만 2001년에는 17.6%로 줄었다. 이번 분석에서는 그 비중이 11.7%로 더 줄었다. 이는 단순히 시민운동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시민운동의 진보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노동운동과 연계가 약해지면서 나타나는 또다른 결과는 비정규직, 빈곤층 등 경제적 쟁점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시민운동의 성장을 위해서는 노동과 시민의 결합을 높이는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와 환경연합의 중심성이 낮아졌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환경연합은 1997년 조사에서 중심성이 가장 높은 시민단체였고, 참여연대는 2001년에 중심성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두 단체 모두 2005년 중심성 순위가 하락했다. 물론 순위별 수치가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섣부른 해석은 이르다. 하지만 이는 시민운동의 흐름과 관련이 있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은수미 박사는 “시민운동조직들의 연계활동 성격이 노동, 양극화, 정치문제 뿐 아니라 문화쪽으로 이동한 경향이 있고 문화연대의 운동양식이 2000년대 초 참여연대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도권이 참여연대에서 문화연대로 이동했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시민운동의 위기 속에서 뒤늦게 시작한 조직은 아직 그 힘이 소진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장기적 전략이 없다

 강한연계 52건을 분석해보면 매개중심성에서는 방폐장, 사학법, 한국사회포럼·평택, 양극화, X파일·재판권 순으로 나타났다. 연결중심성에서는 평택, X파일·방폐장·양극화, 사학법·여성대회,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평택범대위 순이었고 지위중심성에서는 양극화, X파일, 평택, 아펙, 농지제도 순이었다. 중간연계 87건에서도 이같은 순위는 큰 차이가 없다. 다시 말해 X파일, 평택, 양극화, 사학법, 방폐장 등이 지난해 시민운동 연계활동에서 핵심 쟁점이었다는 걸 말해준다.

사건현황과 조직간 연계를 함께 살펴보면 전략적 기획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평택, X파일, 사학법 등 우선순위를 차지한 사건들은 전략적으로 기획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양극화나 투기자본 등 중장기적 대응이나 전략적 기획이 필요한 부분들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졌을 가능성도 높다.

중장기적 정책의제를 만들어내고 스스로 쟁점을 제기하고 설득력을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 제기되는 쟁점에 따라가고 그 방식도 주로 성명서와 기자회견 등 약한연계 방식을 많이 구사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시민운동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 대응에 그치는 경향은 2001년과 비교한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1년 강한연계·중간연계에서 매개중심성이 높은 사안은 비정규, 신자유주의 의료보험, 시민연대, 건강보험, NMD 등이었다.   

시민의신문 제651호(2006년 5월29일자) 1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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