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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미군당국, 미군비판 언론사 5곳 폐쇄" (2003.11.25)

by betulo 2007.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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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당국, 미군비판 언론사 5곳 폐쇄"
이라크 기자, 이라크 언론 상황 증언
"미군 점령 이후 언론 자유가 더 줄었다"
2003/11/25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후세인 정권 때나 지금이나 이라크엔 언론자유가 없다. 오히려 미군이 더 악랄하다."



미군 점령 이후 "밤낮으로 총성이 멈추지 않는" 이라크의 언론상황은 어떨까. 열린우리당 초선의원들과 이라크반전평화팀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살람 알 자부리(Salam al-Jaburi) 이라크 투데이 기자를 25일 저녁에 만났다.


한국을 방문한 살람 기자(가운데) 등이 이라크 현지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양계탁 기자 gaetak@ngotimes.net 




살람한테서 들은 이라크 언론상황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다. 살람은 이라크의 언론상황에 대해 "이라크의 거의 모든 언론이 미군을 두려워한 나머지 이라크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지 못한다"며 "철의 장막이 쳐진 것처럼 모든 정보가 차단되어 있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미군은 미군을 비판하고 저항세력을 옹호하는 기사를 내보냈던 신문 다섯 곳을 폐간했다"는 말도 했다.



살람에 따르면 이라크 기자들은 함부로 취재하러 다닐 수도 없다. 특히 미군이 공격당한 곳을 방문한다거나 사진을 찍다가는 감옥에 끌려가 며칠간 감금당하고 카메라를 압수당한다. 심지어 구속되기도 한다.



한번은 미군 탱크와 이라크인 자동차 사이에 충돌사고가 있었다. 살람은 줄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영국 독립 사진기자와 함께 현장을 취재했다. 그러자 미군이 "셋 셀 때까지 필름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살람 일행이 거부하자 미군은 살람과 줄리아, 운전사를 소방서 독방에 30분 가량 감금했다. 살람은 "미군들은 우리 자동차와 가방을 수색했고 필름을 압수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라크에는 1백50개나 되는 신문사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만 정부 소유이고 나머지는 모두 사설 신문이다. 이 가운데 쟈말을 비롯한 열 개 정도가 유명하다. 대부분의 신문은 임시행정위원이나 정당에 소속된 신문들이다. 살람은 "이들은 사실보도가 아니라 선전하는 것만 신경쓴다"고 비판했다. "정부 관료들한테 신뢰를 얻기 위해 비판적인 기사를 쓰지 않는 곳도 많다."



물론 사담 정권 때도 언론자유는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살람(사진)은 "당시엔 정부 소속의 소수 언론만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모든 걸 기안했고 헤드라인까지도 간섭했다. 바트당 당원만 언론인이 될 수 있었고 아무도 정부를 비판하지 못했다. 직위가 높을수록 친정부 성향이 심했다. 정부를 비판하면 투옥 되거나 심지어 사형까지 당할 수 있었다. 살람도 대학생 때 바트당에 가입했다. 살람은 "그것은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의무의 문제였다"며 "바트당에 동조하진 않았지만 사진과 서명을 제출했다"고 회상했다.



진실을 전하고 싶은 언론인들은 이라크 밖으로 이주해서 독립언론을 만들었다. 사드 바자즈라는 사람은 13년 전 런던으로 망명해서 쟈말이라는 신문을 만들었다. 이라크전쟁이 끝난 후 이라크에 사무실을 내고 신문을 낸 쟈말은 현재 이라크에서 가장 유명한 신문이다. 쟈말도 미국과도행정부(CPA)에서 지원을 받기 때문에 미국을 직접 비판할 수 없다.



당시 많은 언론인들이 사담 정부에 아부했다. 하티브 에세쥐라는 기자는 사담을 찬양하는 "나라를 융성하게 한 지도자"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그는 사담이 사라지자 제일 먼저 사담을 비판하는 책 "독재자"를 출판했다. 살람은 "하티브가 전쟁이 끝난 후 새로운 신문사를 세웠다"며 "아무도 그 신문을 안 읽는다. 언론인들도 그 신문을 조롱한다"고 비꼬았다.



살람은 "한국인들을 포함해 전세계 언론이 이라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모른다"고 아쉬워 한다. 그는 한국 기자들에게 "이라크의 진실을 탐구해서 보도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렇게 하려면 최대한 많이 이라크 남부·중부·북부의 민간인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래야만 이라크의 실정을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2003년 11월 25일 오후 13시 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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