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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재정빈곤 운동퇴보 우려 (2005.6.3)

by betulo 2007.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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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빈곤 운동퇴보 우려
[특별설문조사] 본지, 201명 시민운동가 설문
직무 보람ㆍ자부심 커
2005/6/7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시민운동가들은 사회진보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시민단체 활동가로 일하면서도 자신의 직무에 보람과 자부심을 갖지만 그들의 주머니 사정은 빈약하기만 하다. 그래서 활동가들 사이에선 빈곤층을 빗댄 ‘차하위계층’이란 자조섞인 말까지 나온다.

물론 이들은 적게 버는 대신 덜 쓰는 생태적 삶을 살아가지만 돈 때문에 힘이 드는 건 사실이다. 시민운동 발전을 위해서라도 안정적 활동환경을 만드는 건 이제 전체 시민운동의 중대한 과제가 됐다. 본지가 전국 시민운동가 201며을 대상으로 지난 25일부터 나흘간 전화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다.

시민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대해 ‘사회 진보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27.4%, ‘보람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21.4%, ‘시민단체의 대의에 공감해서’ 9% 등이었다. ‘현 직무에 만족한다’는 문항에 대해서도 31.8%가 ‘아주 만족한다’, ‘만족한다’가 34.8%에 이르렀다. 이런 결과는 시민운동가들이 자신의 일에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시민운동가의 재정상황이나 업무 강도에 답한 결과는 ‘돈 문제’가 ‘시민운동의 지속가능성’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월 급여가 1백50만원 미만인 시민운동가가 88.2%에 이른다. ‘50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사람도 7%나 된다. ‘50만원 이상 1백만원 미만’은 49.8%, ‘1백만원 이상 1백50만원 미만’은 31.4%였다.

월 평균 저축액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72.2%에 이르는 시민운동가들이 ‘50만원 이하’라고 답했다. 특히 ‘전혀 없다’는 응답도 28.9%나 된다. 60.2%에 이르는 시민운동가가 게다가 자기계발과 문화생활을 위해 한 달 평균 10만원 미만을 쓴다. 사실 열악한 급여를 고려할 때 “그 정도라도 쓴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업무강도도 만만치 않다. 시민운동가 54.7%는 ‘업무강도가 다른 직종과 비교해 세다’고 답했다. (‘매우 세다’ 16.9%, ‘조금 센 편’ 37.8%)

이같은 설문 결과를 접한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은 “시민운동가는 차하위계층”이라고 표현했다. 차상위계층이란 월소득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최저생계비(4인가구기준 1백13만6천원)의 120% 이하에 해당하는 준 극빈층을 말한다. 차상위계층과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를 저소득층(빈곤층)이라 한다. 2004년 현재 5인 이상 상용직 노동자 한 달 통상임금은 1백63만6천원이었다. 시민운동가들이 얼마나 열악한 조건에서 활동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재훈 국제민주연대 활동가는 “금액만 가지고 얘기하는 건 일면만 보는 것”이라며 “운동가는 기본적으로 적게 버는 대신에 적게 쓰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주거비, 자녀교육비, 치료비 등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시민운동에 뜻이 있더라도 급여수준 때문에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을 많이 봤다”며 “열악한 재정상황이 시민운동의 저변을 넓히는데 장애가 되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나 기업한테 지원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창영 인권실천시민연대 활동가는 “설문 결과는 시민단체들의 열악한 재정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예상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먹고 사는 기본적인 문제조차 해결이 안된다면 활동 자체가 힘들지 않겠느냐”며 “대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적극적인 회원확대와 기부문화 확산을 통해 단체 재정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6월 3일 오후 18시 53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00호 1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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