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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화인(華人)세력 동남아개혁 저항" (2005.4.28)

by betulo 2007.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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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華人)세력 동남아개혁 저항"
동남아연구소, 베네딕트 앤더슨 박사 특별 초청 강연
2005/4/29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1960-70년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우파군부정권의 지배를 받았다. 이제 동남아시아는 미얀마를 빼고는 군사정권이 없어졌고 공식적으로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조차도 사실상 자본주의로 가는 길에 있다. 그럼에도 이 지역의 개혁과 민주화는 지연되고 있다. 무엇이 동남아시아 개혁과 민주화를 지연시키고 있는가.

(사)한국동남아연구소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R.O'G Anderson) 미국 코넬대 정치학과 명예교수는 26일 초청강연을 민주화 지연의 원인을 묻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동남아시아에서 중산층을 차지하고 있는 화인(거주국 국적을 가진 화교)들이 변화에 저항하는 존재로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것.

(사)한국동남아연구소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R.O'G Anderson) 미국 코넬대 정치학과 명예교수가 26일 초청강연을 하고있다.
강국진기자
(사)한국동남아연구소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R.O'G Anderson) 미국 코넬대 정치학과 명예교수가 26일 서강대 김대건관에서 초청강연을 하고있다.


앤더슨 교수는 “동남아시아 민주화와 개혁을 생각하려면 화인을 따져봐야 한다”며 “그들의 모순적 행태와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알아야 동남아시아 민주화와 개혁의 성과와 한계를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R.O'G Anderson) 미국 코넬대 정치학과 명예교수
강국진기자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R.O'G Anderson) 미국 코넬대 정치학과 명예교수

앤더슨 교수는 “동남아시아는 여전히 공공문화가 빈약하고 사회가 활기차지 못하다”며 “이는 화인들이 겪은 발전단계의 결과”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변방인 남부에서 이주한 화인들은 과거 식민지시대 당시 유럽 통치자들의 대리인 구실을 하면서 재부를 쌓았다. 독립 이후에도 이들은 지역사회에 융화되기를 거부했다. 이들이 상업적 성공만 추구하며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을 못하자 지역사회도 이들을 배제한다. 앤더슨 교수에 따르면 태국, 필리핀의 공식역사서는 화인들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화인들이 중국을 자신들과 동일시하기도 쉽진 않다. 중국이 동남아와 일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동남아에 반중국 정서가 이어지면서 화인들도 지역정체성과 중국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을 느낀다. 결국 어느 정체성도 갖지 못하는 화인들은 사회적 책임성도 떨어지고 국경 개념도 희박하다. 자녀들은 서양으로 내보내려 하고 서양에서 자리를 잡기를 바란다.

앤더슨 교수는 막강한 부를 가진 화인들과 집권세력이 상호보완관계를 갖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화인들은 집권세력의 재정을 채워주고 집권세력은 이들의 경제활동을 보장해준다. 그는 “결국 막강한 경제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화인 과두제가 동남아 민주개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결론내렸다.

동남아에서 화인자본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필리핀 인구의 2%에 불과한 화인들은 필리핀 일반기업 자본총액의 50-60%를 갖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29% 화인들이 일반기업 자본총액의 69%를, 화인인구 3.5%인 인도네시아는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73%, 화인인구 10%인 태국은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81%를 차지하고 있다. 취임 이후 독재성향을 보이는 탁신 태국 총리도 지배적인 화인 출신이다.

앤더슨 교수는 <상상의 공동체: 민족주의의 기원과 전파>으로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학자이자 동남아시아 지역연구자이다. 그의 책은 한국사회에서 민족주의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촉발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4월 28일 오후 20시 16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595호 15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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