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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일본 헌법 9조가 위험하다 (2005.3.4)

by betulo 2007.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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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헌법 9조가 위험하다
일 자민당, 자위대 명시 헌법개정안 시안 마련
2005/3/4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초로 한 국제평화를 성실하게 추구해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국가가 전쟁을 발동하는 것, 무력으로 위협하거나 무력을 사용하는 것을 영원히 포기한다. 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과 기타 군사력을 보유하지 않는다.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 헌법 제9조)

 

일본 헌법에는 여느 헌법과 달리 ‘평화조항’이 있다. ‘평화적 수단을 통해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한 이 조항은 “세계 시민평화운동의 지침이 되는 조항”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이 조항이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經)신문 지난달 28일자 보도에 따르면 일본 자민당 신헌법기초위원회는 국제분쟁 해결을 위한 무력행사를 금지한 헌법 9조1항은 남겨두지만 ‘전력보유’를 금지한 9조2항을 개정해 자위를 위한 조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헌법개정 시안을 마련했다. 시안은 4월 하순 당 지도부에 제출되며, 최종안은 자민당 창당 50주년인 11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서도 자민당은 ‘안전보장기본법’(가칭)과 같은 법률을 제정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명시하거나 헌법 해석을 통해 가능케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국이 공격을 받았을 때 이를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일본의 경우 미군 지원 등을 명분으로 해외에서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와 함께 의무규정으로 ‘국방의 책무’등을 추가하고 개헌 절차도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실상 헌법 9조를 폐기하려는 의도인 셈이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도 평화헌법을 지키기 위한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평화헌법을 지키는 변호사와 시민모임’ 오야마 유이치 변호사는 지난달 21일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를 방문해 한국 시민사회의 관심과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오야마 변호사는 한국어와 일본어로 된 성명서 ‘일본의 헌법9조를 지키는 운동에 참가합시다’를 전했다. 성명은 이어 “일본정부가 전세계를 지배하려는 미국을 따라가기 위해 미국과 군사동맹을 강화시켜, 자위대를 해외로 보내기 위해서 헌법9조를 바꾸려고 한다”며 “우리들은 미국과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것보다 아시아 사람들과 평화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경제와 문화에서 한일관계가 많이 친해졌습니다. 앞으로는 민주화, 평화문제에서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이 연대하는 시대입니다. 두 나라의 시민들이 진짜 친구가 될 때가 왔습니다. 여러분도 우리들이 하는 헌법 9조를 지키는 운동에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들은 “세계 시민평화운동의 지침이 되고 있는 헌법 9조는 과거 일본이 저지른 침략과 식민지배를 반성하려는 정신으로 아시아의 나라들과 맺은 국제공약”이라며 헌법 9조의 의의를 역설했다.

 

평화헌법 제9조는 일본이 철저하게 과거 군국주의와 결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전쟁포기를 약속한 주체가 일본 정부가 아닌 ‘일본국민’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제9조는 1946년 제정 이후 끊임없이 위기에 처해왔다. 당초 미국은 중국을 파트너로 한 아시아정책을 추구했기 때문에 일본의 비군사화, 민주화를 실현하려 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냉전이 깊어지고 중국공산당이 내전에서 승리하자 미국은 일본을 반소/반공 요새로 재군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하게 된다.

 

일본 보수세력이 미일안보조약을 받아들인 것도 중요한 원인이 됐다. 패전 이후 숨죽이고 있던 보수세력은 미국정책이 바뀌자 부활에 성공했다. 이들은 국회에서 2/3의 동의를 얻어 개헌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해석개헌’이라는 차선책을 선택했다. 자위대 유지, 해외파병 등도 해석개헌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 일본내 우경화와 북핵위기 심화 등으로 인해 개헌론을 외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3월 4일 오전 6시 52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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